다만, 대부분의 인디 게임들이 소규모 인력과 자본 때문에 빠르게 성과를 내야하다보니,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는 인디 게임의 모토와 달리 몇가지 흥행 장르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뱀파이어서바이벌 흥행 이후 뱀서라이크라는 말이 탄생할 정도로, 비슷한 게임들이 잔뜩 쏟아진 것처럼, 로그라이크, 소울라이크 등 유명 게임의 강점을 벤치마킹했다는 라이크라는 설명이 붙은 인디 게임들이 잔뜩이다.
이런 상황에서 5인 구성의 소규모 인디 게임팀인 안티 앨리어싱에서 색다른 게임을 들고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트 게임을 만드는 개발팀이 3D 게임에서 계단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색을 뭉개는 안티 앨리어싱이라는 팀명을 선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특한 개발자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개성을 뽐낸 카인드 바라빈 탐험단이다.
지난 2022년 플레이엑스포에서 소개돼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 게임은 정겨운 도트 그래픽과 방학 기간에 할머니 집에 놀러가서 생긴 신비한 모험을 소재로 한 어드벤처 게임이다. 도트에 방학, 할머니집, 정겨운 한국의 시골 등 힐링과 관련된 모든 치트키를 총집합시킨 느낌이다.
개교기념일 방학으로 일주일간 할머니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주인공은 시골에서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의 말을 하는 카인드라는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고, 이후 직접 카인드들을 만나 우정을 쌓으면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의 90년대의 정취를 담은 한동이라는 가상의 지역이 배경이다보니,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면 저절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며, 보자마자 “왜 이렇게 말랐어”라고 외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따듯해진다.
아직 정식 출시전이기 때문에 체험판만 공개된 상태이지만, 1시간 정도로 꽤 긴 분량의 체험판이기 때문에, 어떤 느낌의 게임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힐링 게임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도 없고, 각종 상황에서 필요한 물품을 찾아 미션을 해결하는 어드벤처 방식이며, 처음에는 주인공 한명만 조작하지만, 이후 카인드를 만나게 되면 카인드와 힘을 합쳐 더 어려운 퍼즐을 풀어나가게 된다. 주인공은 백팩을 가지고 있어, 퍼즐 해결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보관할 수 있으며, 체험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카인드인 바라빈은 흙으로 구성되어 있는 땅을 파고 들어가,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는 식이다.
둘이 같이 힘을 합쳐서 거대한 물체를 밀어내거나, 아니면 따로 떨어져서 다른 이가 통과하지 못하는 지역을 뚫어주고 다시 합류하는 식의 퍼즐들의 연속이기 때문에, 예전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잇 테이크 투 같은 게임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닌 만큼, 퍼즐이 막혔을 때 자연스럽게 해답을 찾아가게 만드는 세련미는 다소 부족하지만, 올가미를 던져서 서로 떨어진 지역을 연결하거나, 방해하는 이들에게 걸리지 않고 특정 지역을 통과하는 잠입 요소 등 각종 미니 게임들과 섞어서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 퍼즐들이 인상적이다.
지난 2020년 방구석 인디게임쇼에서 처음 공개됐으니 벌써 개발 4년차가 된 이 게임은 올해말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PC 버전으로 먼저 출시되지만, 그래픽이나 게임 플레이 특성상 모바일이나 닌텐도 스위치로 더 잘 어울려보이는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아 또 다른 인디 게임의 성공 사례로 기억될 수 있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