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장르의 전설이 된 시드마이어는 아예 모든 게임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있으며, 왠만한 인기 시리즈의 총괄 PD들은 팬들이 그 회사 대표 이름은 몰라도, 총괄 PD 이름은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경우가 많다. 국내만 봐도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를 이끌었던 금강선 PD,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총괄, 블루아카이브의 김용하 PD 등은 왠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렇게 명성을 얻은 스타 개발진들이 투자금을 유치해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릴, C9 등의 성공을 바탕으로 펄어비스를 설립하고 검은사막을 글로벌 흥행작으로 만든 김대일 의장, 블레이드를 성공시키고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를 설립해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2연속 홈런을 날린 김재영 의장, 시프트업을 설립하고 승리의 여신 니케, 스텔라 블레이드를 연속으로 성공시킨 김형태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기대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성공한 사례만 주목을 받은 것이지, 실패한 사례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모든 것이 뒷받침되는 회사 소속이었을 때는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지만, 독립해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대표가 됐을 때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스타 개발자의 명성만 믿고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되면 대박이지만 흔히 말하는 묻지마 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이들이 게임 대박 이후 상장을 꿈꾸고 투자를 진행하지만, 상장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 몇 년 간은 코로나19 때 게임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투자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절 시리즈A 투자까지 유치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가, 실적 악화로 적자 전환한 곳들도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타 개발진의 독립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성공했을 때의 보상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입성에 성공하면서 조단위 부자로 등극한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 때문에 더욱 더 자극을 받는 분위기다.
최근 주목받는 스타 개발자의 독립 사례로는 아쿠아트리의 박범진 대표가 있다. 넷마블 시절 리니지2레볼루션과 제2의 나라를 성공시키면서 주목받은 박범진 대표는 아쿠아트리 설립 후 하이브IM에게서 300억 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오는 지스타에서 야심작 ‘아키텍트 : 랜드 오브 엑자일’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 게임은 방대한 심리스 월드로 구현된 필드를 모험하며 개성 넘치는 보스, 몬스터들과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비행, 수영, 암벽 등반 등 제약 없는 특수 이동을 통해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이미 2개의 게임을 연속으로 성공시킨 박범진 대표가, 게임 사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했지만 ‘별이되어라2’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해진, 하이브IM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넷마블 시절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성공시킨 최재영 대표도 빅게임스튜디오를 설립 후 블랙클로버 모바일로 예열을 하더니, 자체 IP인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유명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만큼 글로벌 팬층이 확보됐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반대로 수익적인 한계도 있었다. 자체 IP인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를 성공시킨다면, 회사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빅게임스튜디오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펄어비스, 엔씨소프트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그리고 AxE, 프라시아 전기에 관여하고, 최근 돌풍을 일으킨 데이브 더 다이버로 유명해진 민트로켓을 이끈 것으로 유명한 김대훤 대표도 새로운 회사 에이버튼을 설립하고, 컴투스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아직 게임명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대형MMORPG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해서 제2의 김대일, 김재영, 김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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