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장을 판매한 '지킬 대 하이드', 예술가들의 논쟁의 맛을 보드 게임으로 구현한 '옐로우 하우스' 등 다양한 인기 보드 게임을 출시하여 인디 보드 게임업계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배건일 작가. 배 작가는 처음 만나자마자 '18XX' 시리즈가 대단히 매력적인 시리즈라는 말로 인사를 갈음했다.
'18XX' 시리즈의 보드 게임이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리즈로 출시되고 있는 게 이 게임 시리즈의 경쟁력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배건일 작가는 자신이 만든 신작 '1899 대한' 보드 게임을 대뜸 꺼내 들었다.
"18XX 게임은 크게 주식 라운드와 운영 라운드로 나뉩니다. 회사를 새로 출범한 후 자신의 턴에 철로를 건립하고, 역을 설치하고 기차를 운행하고 수익을 얻으면 되는 거죠. 크게 철도 주식회사를 운영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기본룰 안에서 제가 1899년의 대한민국의 철도 상황을 게임에 녹였죠."
배건일 작가는 '1899 대한'이 '한국판 철도가 적용된 주식 보드 게임'이라며, 이 게임이 한국 지도 전역에 철도선들을 까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1899년 대한제국 당시에 선로가 처음 설치되었던 만큼, 게임 내에 다양한 국내 철도 회사를 등장시켜 발전하는 과정을 게임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이어 배 작가는 3명에서 5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자신만의 철도 회사를 세우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승부를 겨루는 과정이, 정말로 몰입성이 높고 깊은 재미를 준다고 덧붙였다.
"각각 철도 회사를 설립하고 서로 겨루는 동안 다양한 변수를 경험하게 됩니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배당을 주느냐 안 주느냐, 자신의 지분을 털고 책임을 떠넘기거나 등 주식회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과정을 게임에서 알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회사 시스템을 저절로 알려주는 게임이기도 하죠."
배건일 작가는 이 게임이 무작위성이 없고 숨겨진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향후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업의 주식을 사고팔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이 게임을 경험하고 나면 적어도 주식회사에 대한 이해도는 웬만한 일반인들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배 작가는 이 게임이 엄청난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그만큼 룰이 복잡하고 익혀야 할 것이 많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규칙서가 16페이지에 이르는 만큼 '할리갈리' 정도의 보드 게임으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고, 어느 정도 철도나 회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적합할 것이라는 것.
게임 플레이에 최소한 3시간이 필요하고, 오래 플레이할 경우 10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도 귀띔했다.
"사실 제가 '1899 대한'을 개발한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은 근대화 시절을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제가 근대사를 살펴보면 볼수록 저력이 있고 자강의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실제로 일본이 철도를 깔았지만 한국 자체에서도 자체적으로 철도를 설립하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배건일 작가는 1800년대 한국 또한 저력이 대단한 나라라고 진단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이라 사람들이 잘 언급하지 않고 외면하는 부분도 있지만, 배 작가는 그런 한국의 발전사도 한국의 역사이고, 한민족의 역사가 그런 저력을 품어서 지금의 경제 발전이나 K팝 등의 문화 중흥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니 만큼 역사를 조금 더 직면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반문했다. 한국에 철도를 직접 까는 게임은 그 자체로도 한민족으로써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내렸다.
"'1899 대한'은 오는 11월 15일에 킥 스타터를 통해 펀딩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18XX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30% 할인 혜택을 준비했습니다. 정식 출시는 오는 2025년 7월 경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게임, 특히나 심혈을 기울인 게임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배건일 작가는 최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디자인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는 말과 함께, 킥 스타터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사업화 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처음 만난 배건일 작가와 '1899 대한' 게임이지만, 그의 진지한 모습과 게임에 대한 열정 및 우수성을 보니 절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1899 대한'의 성공적인 킥 스타터 출범과 내년 정식 서비스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