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라 하면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특히, 장인정신으로 빚어진 제품들로 전통적이고 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명품 브랜드들과 활기차고 역동적인 이미지의 ‘게임’이라는 매체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명품 브랜드들도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색다른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놀랍게도 실제로 여러 명품 브랜드가 직접 게임을 출시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창업자 루이 비통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모바일 게임 ‘루이 더 게임(LOUIS THE GAME)’을 선보인 적 있다. 이 게임은 루이비통의 마스코트 캐릭터 ‘비비엔’을 주인공으로 한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으로, 맵 곳곳에 숨겨진 200개의 생일초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어는 영어와 중국어만 지원하지만, 한국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생일초를 모은 이용자는 해당 브랜드의 창업자인 루이 비통의 생애를 담은 엽서와 루이비통 대표 패션 아이템도 수집할 수 있다. 얻은 아이템을 바탕으로 간단한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업데이트가 끊겼지만, 과거에는 확장팩까지 추가되는 등 게임을 통해 이용자와 섬세하게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발렌시아가 역시 ‘애프터월드: 디 에이지 오브 투모로우(이하 애프터월드)’라는 게임을 출시한 바 있다. 2031년의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약 30분간 플레이어가 도시를 산책하며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을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게임 속 캐릭터 50명은 모두 발렌시아가의 2021년 가을 컬렉션 의상을 입고 있어, 브랜드의 컬렉션을 보다 생생하고 실감 나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언리얼 엔진의 한 관계자는 애프터월드의 그래픽에 대해 “신발 디자인, 안경류와 반사 표면 등 발렌시아가의 섬세하고 독특한 디자인이 언리얼 엔진으로 표현된 것이 놀랍다. 훌륭한 결과물이다”라고 의견을 남겼다.
아울러 발렌시아가는 지난 5월 아티스트 비프렌드(BFRND)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비프렌드 더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비프렌드 더 게임’은 스페이스나 마우스로 점프해 점수를 얻고 장애물을 피하는 픽셀 스타일 횡스크롤 러닝 게임이다.
특이하게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선 협업 의류에 내장된 NFC 칩을 읽어야 한다. 컬래버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게임을 부분적으로 즐길 수 있지만, 마지막 스테이지는 오직 협업 의류의 NFC 칩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구찌도 홈페이지의 ‘구찌 아케이드’ 카테고리를 통해 웹 게임인 ‘구찌 그래비티’와 ‘구찌 라비린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구찌 그래비티’는 떨어지는 공을 판으로 잘 받쳐 오브젝트를 깬 뒤 점수를 얻는 일명 벽돌 깨기 류 게임이다. 모든 목표물을 파괴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이어 ‘구찌 라비린스’는 공을 굴려 미로 안에 존재하는 구찌의 상징적인 아이템을 먹어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단순한 구성과 짧은 플레이 타임이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한 독특한 비주얼로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구찌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 ‘구찌 타운(Gucci Town)’을 선보이는 등 꾸준히 게임으로 이용자와 소통한 바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플레이 기간이 지났지만 버버리도 ‘B 바운스’를 선보인 적 있다. 이 게임은 브랜드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가벼운 온라인 게임으로, 토마스 버버리 모노그램 패딩 재킷을 입은 사슴 캐릭터가 달에 도달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용자는 사슴이 떨어지지 않게 좌우로 잘 조종하며, 금색 TB 로고와 드론을 수집해 점수를 얻는 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이 막 출시된 2019년 당시에는 가장 높은 기록을 세운 이용자에게 실제로 게임 안에 있는 패딩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펼쳤다.
명품 브랜드와 게임의 만남을 지켜본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가 게임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도전하는 것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디지털 세대와의 소통과 몰입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재창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파하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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