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는 최근 마이애미 아트 위크에서 새로운 전기차 '타입 00(Type 00)'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판매용이 아닌 '디자인 비전 콘셉트'로, 향후 출시될 세 가지 양산 모델의 디자인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타입 00'라는 이름은 배출가스 제로를 의미하는 '0'과 브랜드의 완전한 리셋을 나타내는 또 다른 '0'을 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로 출시될 전기차는 4도어 그랜드 투어러로, '타입 00'와 유사한 외관과 크기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모델은 내년 말 공개되어 2026년 여름에 판매될 예정이며, 이후 두 대의 SUV가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재규어는 이들 모델의 디자인이 '타입 00'의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타입 00'는 전통적인 재규어 디자인에서 벗어나 독특한 외관을 선보인다고 평가된다. 긴 보닛과 각진 형태의 전면부, 1920년대 슈퍼카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라인의 자신감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재규어의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덕분에 가능해졌다.
4도어 그랜드 투어러는 478마일(약 769km)의 주행 거리를 제공하며, 가격은 약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 6,000만 원)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규어는 최근 새로운 로고의 공개, 컨셉카 공개를 통해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과 브랜드 유산을 포기했다는 비판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재규어의 매니징 디렉터인 로든 글로버는 새로운 전기차의 고객층이 젊고, 부유하며, 도시적이고, 독립적이며, 창의적인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브랜드가 완전히 새로운 고객층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규어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제리 맥거번은 '타입 00'의 디자인이 이전의 어떤 재규어 모델과도, 도로 위의 다른 어떤 차량과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디자인이 일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그것 또한 괜찮다고 말했다.
재규어가 최근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개했을 때, 온라인에서는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재브랜딩이나 타입 00의 디자인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부정적인 반응은 온라인상에서 더 자극적 형태로 증폭된 경향이 있다.
재규어가 내연기관 중심의 모델, 예를 들어 F-타입이나 F-페이스 SVR과 같은 모델에서 벗어나 럭셔리 시장으로 이동하려는 전략은 불안 요소를 동반한다. 타입 00의 전면과 후면 로고는 논란거리다. ‘JaGUar’라는 혼합된 대소문자 폰트는 다소 가벼워 보이며, ‘J’와 ‘r’ 사이에 원형으로 담은 로고는 이름 뒤에 붙는 약어 ‘주니어’를 연상시킨다. 기존의 재규어 로고인 ‘그로울러’가 사라진 것도 아쉽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한 혼란과 분노에 가까운 반응은 예견된 일일지 모른다. 재규어는 그동안 브랜드 변화를 준비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작년 미국 시장에서 몇 천 대의 판매량에 그친 브랜드가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이는 것은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색상과 패션이 더해진 영상을 보며 더해진 비난과 동성애 혐오적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타입 00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대중이 이를 받아 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재규어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의 경쟁에서 실패하며 침체를 겪어왔다. 비교적 최근 모델인 F-타입과 XF는 매력적이었지만, 독창성이나 특별함이 부족했다. 생존을 위해 재규어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고, 고가의 독점적인 시장을 목표로 하면서 대중적 매력을 고려하지 않을 자유를 얻게 됐다.
타입 00의 디자인 일부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전면부는 지나치게 둔탁하며, 단일 LED 헤드라이트 스트립은 미완성처럼 보인다. 후면부 역시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으며, ‘스트라이크 스루’ 디자인은 마치 환풍구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를 ‘재규어 사이버트럭’이라 비난하는 것은 과장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타입 00은 알루미늄 판넬 조합처럼 보이는 사이버트럭과 달리, 선명한 라인과 깊이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아르데코 스타일의 휠과 장식은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재규어는 젊고 부유하며 스타일에 민감한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런던과 파리 같은 고급 쇼핑 지역에 매장을 열어 브랜드를 다시 알리는 것도 이번 재브랜딩의 중요한 부분이다. 타입 00은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한 모델이며, 그 목적은 성공적으로 달성되었다. 이 모델은 과거 E-타입만큼 우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재규어가 여전히 미래를 향한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