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가 탄핵 정국이라는 대형 악재에 맞닥뜨렸다. 지난 3일 밤 벌어진 6시간짜리 비상계엄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돌풍이 되어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할 것 없이 여행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인바운드 시장에는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가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주요 인바운드 여행사들에 따르면 비상계엄 직후 군부대가 국회에 침투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이틀 동안 한국여행을 앞둔 단체 팀으로부터 안전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고, 여행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를 고려하는 팀들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12월 예정된 행사가 취소된 경우도 일부 찾아볼 수 있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당일 밤 호텔들도 외국인 투숙객들의 문의가 쏟아지며 곤욕을 치렀고 소수이긴 하지만 예정된 일정보다 빠르게 체크아웃을 하고 한국을 빠져나간 외국인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바운드 시장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일본 인바운드 전문 한나라관광 안근배 대표는 지난 5일 “일반 단체의 경우 실제 취소는 거의 없지만 안전에 대한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수학여행 단체의 경우 일본 학부형들의 우려감까지 더해져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비상계엄 당시 행사가 진행 중이던 수학여행 단체는 다행히 아무런 지장 없이 행사를 잘 마치고 귀국했는데, 주말에 들어올 예정인 100명 규모의 수학여행 단체는 7일 토요일 예정된 탄핵 촉구 집중 시위와 탄핵소추안 표결 등과 맞물려 걱정이 된다”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우왕좌왕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 부처의 후속 조치가 느리다는 점이다. 여행업계는 한국여행이 안전하다는 공식적인 메시지를 빠르게 각국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4일 한국 내 모든 외국 공관들에 '한국에서의 일상 생활에는 변화가 없으며 관광·경제 활동에 대한 영향이 없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조정 등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외교 공한(공적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5일 현재까지도 영국은 한국 여행경보를 유지하고 있고 태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의 일부 환전소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한국 정세에 원화 환전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등의 제보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서대훈 국장은 “이와 같은 여행업계의 현황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 정부 부처에 전달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긴장감을 가라앉힐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웃바운드 시장도 초조한 모습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이번 사태로 일반 내국인이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공무원‧의원들의 해외시찰 등은 대부분 보류하는 쪽으로 무게가 쏠렸고 대통령 탄핵 추진에 따른 혼란스러운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여행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불안정한 정세는 일반 국민들의 해외여행 심리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당장 이번 사태로 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원‧엔화 환율도 940원대로 껑충 올랐고, 코스피‧코스닥 증시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각종 경제 지표에도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이로 인해 실제로 각종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는 ‘환율이 너무 크게 올라 여행 3주 남았는데 취소할지 말지 고민된다’, ‘몇 백원 차이가 실제 여행가서 쓰다보면 엄청난 차이인데 걱정이다’와 같은 환율에 대한 여행객들의 걱정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신규 모객에도 지장이 예상되는 만큼 겨울 성수기를 앞둔 여행업계에는 당분간 긴장감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