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 주행 기술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엔드 투 엔드(E2E)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새로운 방식에서는 인공지능(AI)이 카메라와 같은 센서에서 입력된 정보부터 스티어링 휠 각도 출력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고정밀 지도의 필요성을 제거하고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레벨 4 자율 주행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2E 방식은 ChatGPT의 탄생을 이끈 딥러닝 기술인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한 AI로 구동된다. 차량 외부 상황 인식, 자동차와 보행자의 움직임 예측, 조향 조작 등 모든 작업이 하나의 대규모 AI 모델에 의해 수행된다.
이러한 AI의 성능은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학습 데이터의 양, 계산 리소스, 매개변수 수가 많아질수록 AI 성능이 향상된다. 방대한 양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특정 지역에 제한되지 않고 복잡한 상황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 기술 전환을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서 ADS(자율 주행 시스템)로의 변화라고 설명하며 이를 'AV 2.0'으로 명명했다. 테슬라는 이미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슬라는 FSD(Fully Self-Driving) V11까지는 'AV 1.0' 기술을 사용했으나, V12부터는 2.0으로 전환했다. 이 전환은 AI가 기존의 규칙 기반 접근법에서 벗어나 트랜스포머 기술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4년 자율 주행 AI 개발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테슬라의 총 연구개발 및 자본 지출 약 13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으로, 자율 주행에 대한 테슬라의 과감한 도전 의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투자가 거의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라고 평가하지만, 트랜스포머 기술의 강력함을 고려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반면, 알파벳의 자율 주행 부문인 웨이모는 아직 AV 2.0으로의 전환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기술을 처음 개발한 알파벳은 AI 연구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자금력도 충분해 언제든지 2.0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AV 2.0 기술을 연구 중이지만, 사고 책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주저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2.0 AI의 블랙박스 특성, 즉 AI가 판단을 내리는 과정과 결과를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이 기술을 수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E2E 방식의 저렴한 자율 주행 기술이 실현되면 사회 구조를 바꿀 만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엄청난 기회를 누가 먼저 잡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현재로서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보다는 반도체 회사와 같은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들이 앞서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더라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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