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동력 대형 SUV모델 아이오닉(IONIQ) 9이 공개됐습니다. 아이오닉 9의 차체 제원은 전장ⅹ전폭ⅹ전고가 5,060ⅹ1,980ⅹ1,790(mm) 이고 휠베이스가 3,130mm에 이르는 크기의 큰 차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인지로버가 길이 5,052mm, 폭 2,209mm, 높이 1,870mm, 휠베이스 2,997mm이니, 좀 더 넓고 높지만 길이와 휠베이스는 아이오닉9이 더 깁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아이오닉 9의 정측면 뷰는 에서는 크게 기운 앞 유리와 A-필러가 눈에 띕니다. 물론 아이오닉 9은 제네시스 GV80보다 훨씬 큽니다. GV80은 차체 길이 4,945mm, 휠베이스 2,955mm이니 아이오닉 9이 115mm 더 길고 휠베이스도 175mm 더 깁니다. 여기 사진을 비교해 보시면 맨 뒤의 차가 레인지로버이고, 가운데의 차가 아이오닉 9, 그리고 맨 앞의 차가 제네시스 GV80입니다.

물론 캐빈의 크기도 세 차량 중에서 제일 큰 걸로 보입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B-필러 위치를 기준으로 아이오닉 9과 GV80을 겹쳐보면, 확실히 아이오닉 9의 A-필러가 많이 기울어 있으면서 후드와 만나는 위치가 더 앞으로 나와 있어서 후드 길이도 짧습니다. 그 대신 지붕이 높아서 비록 A-필러가 크게 기울었다고 해도 앞 좌석 머리 공간은 오히려 더 넓을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차체 뒤쪽의 공간은 정말로 커 보입니다. 오늘날에는 차량의 공간 활용성이 중시되는 추세이고, 또 본래의 SUV의 의미가 공간 활용성이 높다는 점에서 아이오닉 9은 그 점에 충실한 차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특징은 단지 치수가 몇이라는 것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공간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현대가 LA오토쇼에 내놓았던 세븐 콘셉트(SEVEN CONCEPT)는 7인승 전기동력 자동차라는 의미에서 세븐이라는 이름을 붙인 걸로 보입니다만, 좌석 배치나 도어 트림의 형태 등에서 다채로운 공간 활용성을 시각적으로 명확히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세븐 콘셉트가 보여줬던 B-필러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지듯 열리는 코치 도어는 양산형 아이오닉 9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공간을 중시하는 성격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산형 아이오닉 9에서 눈에 띄는 건 휠 아치의 형태입니다. 바퀴 모양으로 둥근 형태지만, 차체의 휠 아치는 둥근 사각형으로 돼 있고, 그 사이의 여백에 마치 눈썹 같은 형태가 있는 걸 볼 수 있고, 별도로 구분된 부품인 걸로 보아 그 부품의 색채나 재질이 차체와 구분되는 처리로 마감될 수도 있을 걸로 보입니다.

전면의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에는 LED를 적용했습니다. 물론 전조등은 범퍼에 설치해서 전고가 낮은 승용차의 전조등과 비슷한 높이로 맞춘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일 램프와 상부 브레이크 등에도 전면적으로 LED가 쓰인 모습입니다.

이제는 신형 차량에서 램프에 백열 전구를 쓰는 차들은 사라질 것 같기도 합니다. 백열 전구는 물론 가격은 LED보다 싸지만, 에너지의 열 손실이 많아서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높고, 내구성 문제 등으로 점차로 효율이 높은 LED가 쓰이고 있는 걸로 바뀌는 중입니다.

아이오닉 9의 차체 형태에서 또 특징적인 건 캐빈과 차체가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좁아진 형태의 이른바 보트 테일(boat tail)의 개념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트 테일은 선박의 선체 형태를 물의 유속에 의한 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해 앞이 뾰족하고 넓은 대신, 뒤는 가면서 점점 좁아지고 뒷면은 수직으로 끊어낸 형태로 마무리한 것을 이르는 것입니다.

이 형태가 유체역학에서 연구된 이상적이고 실용적인 형태의 하나라고 합니다. 일견 이렇게 끊어낸 것은 유선형이 아닌 걸로 보일 수 있지만, 보트 선체나 차체의 뒷부분을 이렇게 끊어낸 형태로 만들어서 박리점(剝離点), 즉 공기나 물 등의 유체가 차체로부터 떨어져 나가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면 오히려 소용돌이 발생이 적어서 항력이 줄고 더 안정적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실내는 수평 기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중심으로 2열의 독립 좌석이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돼서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공간 활용이 가능할 걸로 보입니다. 특히 2열 이후의 공간 확보가 유리한 차체 형태이기에 3열 좌석의 거주성 역시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1열 좌석 등받이 뒷면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2열의 승객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2열과 3열을 전체로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할 때 1열의 디스플레이 패널의 쓰임도 좋을 것입니다.

이처럼 2열과 3열 좌석이 하나의 공간처럼 만들어져 가족의 공간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아이오닉9의 특징이자 미래 모빌리티의 사용성의 중심이지만, 사실상 이런 공간 중심의 특성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 자동차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합니다.

소형 승용차부터 중형, 대형 세단은 물론이고, 미니밴 역시 가족 공간을 위한 커다란 실내등을 다는 등 가족 문화 중심의 공간 디자인은 우리나라 차들의 ‘전통적’ 장점이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의 모빌리티 시대가 오면서 그런 가족 중심의 공간 중시의 성격은 다시 주목받게 될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21세기의 모빌리티 시대에 우리나라 차들이 그동안 지켜 왔던 공간의 ‘문화’가 그야말로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아이오닉 9은 그러한 방향으로의 연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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