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 그록(Grok)3의 거침없는 답변이 인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모든 것은 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X(예전 Twitter) 계정 'Toka'는 그록에게 '내 X 계정에서 맞팔하는 사람들 중 베스트 10을 나열해 달라'고 요청했다. 복잡한 수학 방정식도 아니고 철학적 토론도 아니었으며 그저 간단한 요청이었다. 그리고 그록의 대답이 잠시 지연되자 Toka는 짜증난 듯 비속어를 내뱉었다.
그록은 이내 요청한 10개의 맞팔 목록을 나열했지만 놀랍게도 모욕적인 힌디어 표현도 추가되어 있었다.
나중에 그록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재밌게 놀았을 뿐인데, 잠깐 통제력을 잃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반응은 200만 뷰를 기록했고 다른 X 사용자들도 앞다투어 이 챗봇을 자극했으며 사태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인도인들은 크리켓 가십, 정치적 폭언, 볼리우드 드라마 등 모든 이슈로 그록을 폭격했고, 그록은 모든 것을 거침없이 그리고 꽤나 재치있게 처리했다.
결국 행정기관도 이 대열에 동참했는데 델리 경찰 X 계정은 뻔뻔스럽게도 그록에게 교통 위반 티켓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다.
처음에 그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이 계속 밀어 붙이자, "하하, 델리 경찰이 왜 내가 찰란(교통 위반 딱지를 뜻하는 힌디어)을 받지 않는지 묻네요. 글쎄요, 저는 디지털 AI이고 델리 운전자가 아니에요! 저는 신호등을 무시하거나 헬멧을 잊어버리지 않아요. 하지만 AI를 사용하여 멋진 카메라로 교통 위반 19건을 적발한 진짜 위반자를 잡은 그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도로를 안전하게 지켜주세요!"라고 답했다.
이렇듯 이 챗봇은 최근 인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듯 "필터링되지 않고 균형잡히지 않은" 디지털 센세이션이 되었고 이 헤프닝에 관련해 일런 머스크는 그록을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AI!”라고 소개했으며 실제로 머스크는 2년 전 그록3을 출시하기 전에 OpenAI, Microsoft, Google 등 경쟁사들의 AI모델과 달리 엣지있고, 자기 검열하지 않으며, 깨어있는 척 하지 않는(Anti-Woke) 챗봇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록의 냉소적인 어조는 공상과학적 부조리와 재치를 절묘하게 결합한 것으로 유명한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서 따왔다 .
그록은 인도 정치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이전보다 더 큰 화제가 됐다. 그록은 주요 야당인 의회당 지도자인 라훌 간디(Rahul Gandhi)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보다 더 정직하다고 선언하며 "나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그록은 Modi의 인터뷰가 "종종 대본에 따라 진행되는 것 같다" 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나렌드라 모디의 집권 여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을 비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으며 최근 인도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 가운데 그록의 솔직한 답변은 새로운 반항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밴더빌트에 있는 싱크탱크인 'Future of Free Speech'의 최근 보고서는 인도를 33개국 중 자유로운 언론을 지지하는 24위로 평가했다.
"그록은 새로운 혁명입니다. 그록에게 질문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보수 우파들 역시 라훌 간디에 대해 그록에게 질문함으로서 대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경쟁적인 일이 되었고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라고 Alt News의 신하(Sinha)는 말했다. 또 그는 "다른 AI 챗봇은 '의회나 BJP 중 누가 더 낫나?'와 같은 질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답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Grok은 그런 필터가 없는 것 같고 논란이 되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기술 정책 웹사이트 MediaNama.com의 창립자 겸 편집자인 니킬 파와(Nikhil Pahwa)는 "인도에서 그록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과장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AI는 본질적으로 ‘쓰레기가 입력되면 쓰레기가 출력된다(garbage in, garbage out)’는 원리에 기반한다. 즉, 출력 결과는 학습한 데이터와 부여된 가중치를 반영할 뿐"이라고 설명하며 "그록은 X(구 트위터)의 전체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어조와 패턴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며, 여기에는 우리가 보고 있는 황당한 반응이나 욕설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입력된 데이터가 결과를 형성하는 방식의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인도 IT 부처는 그록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과 논쟁적 응답에 관해 X와 접촉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록의 필터 없는 특성은 당분간 인도 디지털 담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글 / 홍정민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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