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에는 중동 게이머들의 씀씀이가 커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센 아홉 번째 달로, 이슬람교에서 신성한 기간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해야 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술, 담배, 성관계 등 다양한 욕구를 절제해야 하고, 이에 따라 현지의 식당, 은행, 공공기관 등도 운영이 제한된다. 대부분의 이슬람권 기업도 단축 근무를 시행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시기다.

이러한 생활 패턴 변화로 인해 라마단 기간 동안 게임 산업이 특수를 누린다. 금식으로 인해 배고픔이나 갈증을 잊기 위해 게임에 집중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게임은 종교적 제한 사항에 포함되지 않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eMarketer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의 44%가 라마단 첫 주에 선호하는 디지털 활동으로 온라인 게임을 선택했다. 또한, 구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2년 기준 라마단 기간과 그 전달을 비교했을 때 유료 앱 사용자가 40%나 증가하고 게임 수익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게임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한국 게임업계도 영향을 받는다. 지난 1월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2024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중동아프리카)’에 따르면, 라마단 기간 동안 게임 이용시간과 지출비용이 증가한다고 응답한 중동게이머의 비율이 각각 60%와 55%로, 절반 이상이 이 기간 동안 게임 활동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1월 7일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공개한 ‘신규 게임시장의 기회: 중동의 한국게임 소비행태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라마단 기간에 전체게임 이용시간이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PC게임은 30.7%, 모바일게임에서는 22.4%의 증가세를 보였다.
게임에 소비하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라마단 기간에는 평상시 대비 전체게임 지출금액이 24.3% 증가했으며, PC게임에서는 22.2%, 모바일게임 23.9%, 콘솔게임 18.9%가 증가했다. 이는 확실히 라마단 기간에 중동 게이머들의 소비 성향이 뚜렷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해외 게임업계는 종종 라마단 기간을 기념하거나 반영하는 게임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라이엇 게임즈는 라마단을 맞아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모바일) 내에서 한정 출석 이벤트와 미니 게임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한국 게임사들은 라마단을 겨냥한 마케팅이 극히 드문 편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중동 시장에 확고한 입지를 다진 한국 게임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게임 업계에서 중동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 대표적인 사례는 크래프톤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 MOBILE)’ 정도다. 배그는 중동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확실한 입지를 다졌지만, 이외의 한국 게임들은 중동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따라서 주 이용자층이 아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할 만큼 위험을 감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캐릭터의 노출이나 폭력적인 요소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따라서 서구권이나 아시아권과 달리, 게임 내 특정 콘텐츠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의도로 진행한 이벤트라도 현지 이슬람권 문화와 정서적으로 맞지 않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중동 게임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인 미래 먹거리다. 구체적으로 중동 인구의 52.9%는 콘텐츠 적극 소비 계층인 30세 이하다. 아울러 주요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인터넷 보급률은 100%로, 게임 소비에 유리한 환경이 마련돼 있다. 이에 매년 게임시장도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게임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10.8% 증가한 71억 달러를 기록했다.
소비력도 뛰어나다. 중동게이머가 한국 게임에 지출하는 금액은 전체 게임 약 61.2달러, 전체 평균 43.1달러에 비해 약 18달러나 더 지불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평균 70.2달러를 지불할 정도로 높은 지출 성향을 보인다.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아직 완전히 개척되지 않은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게임 외 가전이나 식품의 경우 적극적으로 라마단 기간의 특수를 고려한 마케팅 진행하기도 한다. 중동으로 게임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면, 라마단 기간을 활용한 이벤트를 통해 현지 이용자들과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