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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협력을 통한 기술 표준화, 상생의 길을 열다

2025.04.03. 13: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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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은 3위권에 머물렀지만, 빠른 경제 성장에 맞물려 최다 배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 등 부유한 국가들이 온실가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선도했으나 역학 관계가 변하면서 중국의 기여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감염병, 사이버 위협 등 한 나라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이슈’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각각의 문제들이 악화할 뿐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복합적인 위기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지난 2019년 말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세계 각국의 재정지출과 금융 지원 규모는 13조 달러(1년 기준)에 달했다. 글로벌 이슈 해결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이슈의 핵심은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다수 국가가 협력하려면 선행돼야 할 작업이 있다. 바로 기술 표준화다. 기술 표준화란,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가 산업 혹은 학계에서 일정한 기준을 따르도록 합의하는 과정이다. 보통 어떤 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로 활용되려면 기술 표준화가 필요한데 5G 통신망과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 반도체 제조 등 첨단 기술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사진 1.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감염병, 사이버 위협 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Shutterstock
비용과 효율 문제, 기술 표준화로 풀어낸다
글로벌 이슈 해결에 기술 표준화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비효율, 비용 증가, 비호환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감염병 대응 같은 문제를 해결할 때 여러 나라가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보자. 국가마다 탄소 배출 측정 방식이 달라 감축 목표를 공정하게 비교하기 어렵고, 태양광, 풍력 발전 장비가 서로 다른 기준을 따르므로 전력망 연계가 어려울 것이다. 감염병 치료제 개발 기준이 다를 경우 백신과 치료제의 글로벌 승인 과정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
또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서로 다른 전기차 충전 기술을 사용한다면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할 때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비슷하게 탄소 포집 기술이 표준화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여러 버전의 설비를 만들어야 해서 추가 비용이 든다. 표준화된 탄소 감축 기준을 만들지 않으면 감축량을 부풀리는 무임승차가 발생해 모든 국가에 공정하게 책임을 나눌 수 없다.
이처럼 기술 표준화는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한다. 재밌는 점은 반대로 기술 표준화를 위해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기술과 설비가 모두에게 보급돼야 표준이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후 변화를 분석하려면 전 지구적인 대기, 해양, 빙하, 생태계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데 슈퍼컴퓨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가 간 기술 이전이나 재정 지원이 진행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KISTI가 앞장서는 기술 표준화 전략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기술 표준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예시로 KISTI는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연구혁신청(N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Agency, 이하 BRIN)과 과학기술 데이터 인프라 구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KISTI와 BRIN은 과학기술 지식 인프라 구축 및 활용에 관한 연구, 슈퍼컴퓨팅/HPC 인프라 구축 및 활용에 관한 연구 등 데이터 활용 공동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올해 2월부터는 아세안과의 협력도 강화하고자 ‘KISTI-아세안 데이터 활용을 위한 HPC 등 인프라 구축 ‘을 추진한다. 해당 사업을 통해 초고성능컴퓨터 인프라구축, 과학기술 지식 정보서비스(NTIS) 플랫폼 구축, HPC·AI 활용 등 연수 교육(160명/4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 환경이 부족한 아세안 국가들을 위해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려 한다. 또 HPC 운영, 인공지능(AI) 기술 등 KISTI의 내부 역량을 활용하여 아세안 국가들의 디지털 기술 경쟁력 확보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사진 2. KISTI-아세안 데이터 활용을 위한 HPC 인프라 구축을 바탕으로, 아세안 국가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한-아세안 과학기술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ISTI
기술 표준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국제 협력, 규제 정비, 산업 참여, 연구개발 연계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 표준화가 단순히 기술을 정하는 게 아니라, 국가들이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제 협력과 기술 표준화가 원활하게 추진돼 전 세계 인류를 위협하는 글로벌 이슈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기대해 보자.

글 :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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