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빠르게 진행된 디지털 전환은 금융 시장의 풍경을 바꿔 놓았다. 금융 업무 담당자는 PC 온라인ㆍ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민원 업무 다수는 인공지능(AI)이 처리한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는 은행 영업점 감소로 이어졌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2020년 6454개에서 2023년 5794개로 줄었다. 문제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소외층의 금융거래 접근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22년, 통계청과 신한은행이 25세 이상 수도권 거주 고객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층의 은행 영업점 방문 비중이 70%에 달했다. 청장년층의 은행 영업점 방문 비중이 16%인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금융당국은 디지털 금융 소외층의 금융거래 접근성을 높이고자 은행대리업 제도를 준비 중이다. 먼저 은행법 개정을 2025년 3분기 중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률 개정까지 오랜 시간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은행대리업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근거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 2025년 7월 시범운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디지털 금융 소외층을 위한 ‘은행대리업’ 제도
은행법에는 은행 고유업무가 있다. 예ㆍ적금, 대출, 이체 등이 해당한다. 은행대리업은 은행 고유업무를 제외한 ▲여신 섭외ㆍ상담 ▲신용정보 조회 동의 ▲신청서 접수 ▲계약승인ㆍ내용 안내 ▲대출 약정서 작성 등을 제삼자가 대신하도록 허용한다. 은행 영업점이 아닌 허가를 받은 은행대리업체를 방문해 간단한 금융 서류 신청과 계약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 고유업무는 은행이 직접 수행한다.

금융당국은 은행 업무의 민감성을 고려해 은행대리업 진입 가능 사업자를 제한할 예정이다. 운영도 인가제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은행 또는 은행이 최대 주주인 법인이 은행대리업 신청 대상이다. 여ㆍ수신 취급 가능한 금융회사(은행ㆍ상호금융ㆍ저축은행 등) 중심으로 시범운영을 준비하되 우체국도 시범운영 사업자에 포함된다.
우체국이 시범운영 사업자 진입에 포함된 이유는 전국 2500여 개 영업점 때문이다. 은행 입금ㆍ지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우체국 망을 활용하면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층 인구가 접근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은행대리업체는 여러 은행의 업무를 대리 수행 가능하다. 다만, 대면 영업이 불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리 업무는 금지된다. 업무를 대면으로만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예로 거주지에 주거래 은행 영업점이 없을 경우, 최대한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은행대리업이 활성화되면 주거래 은행과 계약을 맺은 우체국 또는 타 은행 영업점을 찾아가면 된다. 은행대리업체에서 예ㆍ적금의 입금ㆍ지급, 상품 상담, 상품 계약ㆍ해지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예ㆍ적금, 대출, 환거래의 심사 및 승인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추후 금융회사 업무위탁 제도 아래에서 IT기업,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대리업 도입으로 소비자 대면 거래 접근성 향상 및 서비스 비교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대리업체를 활용해 은행 예금 가입, 계좌이체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큰 틀에서 보면 은행대리업체가 오프라인 금융 서비스 비교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을 꿈꾸는 셈이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은행대리업체가 수도권ㆍ광역시 등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은행권이 공동 출자한 비용으로 은행대리업체가 운영되어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지방에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지방에 거주 중인 고령층의 금융거래 접근성은 개선되지 않는다. 은행 영업점이 타 은행 영업을 병행하면 상황은 나아지지만, 그게 아닐 경우에는 시범운영 사업자에 포함되는 우체국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주요 관공서, 행정복지센터 등에 은행대리업체 업무가 가능한 인력을 일부 상주시키는 것도 금융거래 접근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금융 서비스 비교 플랫폼도 은행대리업체가 다수의 은행과 계약이 이뤄졌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국내 은행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씨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있다. 원활한 금융 서비스 비교가 가능하려면 최소 3개~5개 이상 은행과 대리 업무 계약을 맺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최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관리도 중요해 보인다.
현금 입ㆍ출금 이용 편의성 개선도 이뤄진다
신용카드 혹은 계좌이체 등 결제 편의성이 개선됨에 따라 화폐(현금) 수요가 크게 줄었으나 현금 입ㆍ출금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가 없어 불편하다. 은행권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ATM기 운영 지점 수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과 함께 소액 현금거래 이용 편의성 제고 방안도 준비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국내 17개 은행이 운영 중인 ATM기는 2만 6680대로 2024년 6월 기록한 2만 7347대 대비 2.5% 감소했다. 2022년 12월에 기록한 2만 9451대와 비교하면 10% 이상 감소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공동 ATM기의 운영 경비를 사회 공헌 활동 비용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2025년 사회공헌 실적부터 반영해 은행권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다. 현재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 지역 중 생활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 전통시장에 공동 ATM기를 운영 중이다. 공동 ATM기 설치 범위를 관공서와 주민 편의시설, 지역 대형마트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금융기관 ATM기를 활용하는 업무제휴 확대도 추진한다.
편의점을 활용한 소액 출금과 거스름돈 입금 서비스의 활성화 방안도 진행한다. 무결제 출금을 허용하고 입ㆍ출금 한도도 상향된다. 소액 출금은 1회ㆍ1일 10만 원, 거스름돈 입금은 1회 5만 원(1일 10만 원)까지 지원한다. 실물 카드 외에도 모바일 현금카드와 연계해 간편한 현금거래가 가능하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