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했던 닌텐도 스위치2(이하 스위치2)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일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6월 5일 발매될 닌텐도 스위치2의 세부 사양이 공개됐다. 이번 스위치2는 기존의 스위치와 본체의 두께 차이는 없지만, 7.9형의 더 큰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기기의 용량도 대폭 증가해 기존의 8배에 달하는 256GB의 본체 저장 메모리를 즐길 수 있다. 그래픽적인 부분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져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1920x1080픽셀, HDR을 대응한다. TV모드로 이용할 경우에는 최대 4K 영상 출력과 120fps을 지원한다.

아울러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본체 아랫면에만 있었던 USB 타입 C단자가 2개가 됐다. 본체 윗면에 새로운 단자가 추가돼 테이블 모드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원활하게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본래 ‘게임챗’은 유료 서비스인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의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으나, 한정적으로 2026년 3월 31일까지 ‘게임챗 트라이얼 캠페인’ 이벤트를 통해 모든 스위치2 이용자에게 무료로 기능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이용자는 스위치2가 발매되는 6월 5일부터 닌텐도 게임큐브 소프트웨어를 플레이할 수 있는 ‘닌텐도 게임큐브 – 닌텐도 클래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조이콘의 탈착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위치2의 컨트롤러인 조이콘2는 마그넷 부착 방식을 통해 자력으로 본체와 컨트롤러를 연결한다. 평소에는 강한 자력으로 고정되어 있으나, 본체 뒷면의 분리 버튼을 누르면 본체와 조이콘2를 쉽게 떼어낼 수 있다.

조이콘2가 가진 독특한 기능도 공개됐다. 조이콘2를 본체에 장착하는 측면을 바닥으로 해 슬라이딩하면 마우스처럼 조작할 수 있다. 이는 양쪽 조이콘 모두에게 들어있는 기능으로, 순간적이고 정밀한 조작을 지원한다.

‘나눔 통신’과 ‘버추얼 게임 카드’를 통해 게임 공유 기능도 강화됐다. 먼저 ‘나눔 통신’은 한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으면 해당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과도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이다.

본체를 가지고 모여 로컬 통신으로 ‘나눔 통신’을 진행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용자에게 소프트웨어를 공유할 수 있고, ‘게임 챗’을 이용하면 멀리 있는 이용자에게도 게임을 나눠줄 수 있다. 받은 게임은 통신을 종료하거나 게임챗을 끝낸 이후에는 플레이할 수 없다.

이어서 ‘버추얼 게임 카드’는 구입한 다운로드 소프트웨어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다. 홈 메뉴의 버추얼 게임 카드 란에 닌텐도 어카운트로 구입한 다운로드 소프트웨어 목록이 표시되고, 플레이하고 싶은 소프트웨어를 선택하여 간편하게 본체에 세팅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하는 버추얼 게임 카드를 닌텐도 어카운트의 패밀리 그룹 내에서 공유하고 대여할 수 있다. 1개의 어카운트에 대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1개로, 최대 14일간 빌릴 수 있다. 대여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게임이 반납되고, 원한다면 도중에 대여한 게임을 회수할 수도 있다.

기기에 대한 내용과 함께 스위치2에 출시될 게임 라인업도 공개됐다. 스위치2 독점 닌텐도 타이틀 게임으로는 ‘마리오 카트 월드’, ‘닌텐도 스위치 2 웰컴투어’, ‘동키콩 바난자’, ‘젤다무쌍 봉인 전기’, ‘커비의 에어 라이더’가 이름을 올렸다.

‘마리오 카트 월드’와 ‘닌텐도 스위치2 비밀전’은 기기가 발매되는 6월 5일에 동시 출격하고, 동키콩 바난자는 오는 7월 17일에 발매될 예정이다. 젤다무쌍 봉인 전기과 커비의 에어 라이더의 상세 출시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게임들의 스위치2 업그레이드도 지원된다. 별도의 유료 업그레이드 패스를 구입한 이용자는 기존 스위치 게임의 일부(‘슈퍼 마리오 파티 잼버리’,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를 업그레이드된 상위 호환 버전으로 스위치2에서 즐길 수 있다. 게임마다 업그레이드되는 부분은 모두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그래픽의 개선과 일부 콘텐츠가 추가되는 모습을 보였다.

스위치2 이식 게임들도 쏟아졌다. 이용자는 ‘스플릿 픽션’, ‘스트리트 파이터6’, ‘용과 같이 제로: 맹세의 장소’ 등을 6월 5일부터 스위치2로 만나볼 수 있고, 이후 ‘엘든 링’,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 ‘유카-리플레일리’, ‘암드 판타지아’ 등의 작품들도 스위치2에서 플레이할 수 있을 예정이다.

눈에 띄는 신작으로는 언더테일의 후속작 ‘델타룬’이 오는 6월 5일 발매될 예정이며, 할로우 나이트의 후속작인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역시 2025년 내 출시를 예고했다. 조금 먼 이야기지만 2026년에는 프롬소프트웨어의 신작 ‘더스크블러드’가 스위치2로 독점 발매될 것을 알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정보가 쏟아진 닌텐도 다이렉트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가격’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어만으로 구동할 수 있는 내수용 버전과 글로벌 대응이 가능한 버전이 별도로 발매된다. 일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일본어판은 기기 사양의 변동은 없지만 시스템 언어가 일본어로 제한되고, 구매 가능한 소프트웨어 역시 일본 전용으로 제한된다. 가격은 4만 9980엔이다.

다언어 대응판은 이러한 제약이 없지만, 가격이 6만 9980엔으로 일본 내수판에 비해 무려 2만 엔(약 19만 원)이나 더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이를 가격이 공개된 국가에 대응하면 미국 449.99달러(약 66만 원), 영국 396파운드(약 75만 원), 대한민국 64만 8000원으로 확정됐다.

닌텐도 측에서는 엔화 약세와 관세,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가 도입하는 무역 관세를 고려해 글로벌 버전의 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기 사양의 변동도 없는 제품을 수십만 원 더 비싸게 구매해야 하니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메모리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위치2는 기존 스위치보다 큰 256GB의 내장 저장 공간을 제공하지만, 기기의 사양이 높아진 만큼 스위치2 게임들도 기존보다 용량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여러 게임을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저장 용량이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스위치가 표준 microSD, microSDHC, microSDXC 메모리카드를 지원했던 것과 달리, 스위치2는 microSD Express 카드만 지원한다는 점이다. 기존 메모리카드와 호환되지 않는다.

여기에 microSD Express 메모리 카드는 가격이 높은 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기존 스위치에 사용했던 Micro SDXC 메모리 카드는 128GB를 1만 원 초 중반 대에 구매할 수 있는 반면, 동일한 용량의 microSD Express 카드는 6만 원 중반 대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서 더 넉넉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1TB의 메모리 카드를 구비하려면 Lexar PLAY PRO microSDXC Express Card 기준 199.99달러(약 30만 원), 스위치2 본체 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가격에 비해 스위치2 게임 라인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발매 당일 즐길 수 있는 닌텐도 신작은 ‘마리오 카트 월드’와 ‘닌텐도 스위치 2 웰컴투어’가 있는데, ‘웰컴투어’의 경우 스위치2 기능을 익히게 해주는 매뉴얼을 게임화한 것이라 사실상 ‘마리오 카트 월드’가 스위치2를 사자마자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닌텐도의 신작이 된다.

이외에도 발매 당일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 6’, ‘스플릿 픽션’, ‘용과 같이 제로: 맹세의 장’ 등은 기존에 이미 발매됐던 게임을 스위치2에 이식한 것이라, 해당 게임들만 보고 스위치2를 구매할 만큼의 큰 메리트는 없다.

이어서 젤다 IP의 ‘젤다무쌍 봉인전기’는 오는 겨울 발매라는 두루뭉술한 정보만 공개된 상태고, 화제를 모은 프롬소프트웨어의 신작은 2026년에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수십만 원이 드는 게임기를 당장 구매하기보다는 후에 출시될 대작들의 반응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스위치2가 과연 출시 이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그리고 닌텐도가 향후 어떤 추가 발표를 통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