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PV5는 단순한 새로운 차종을 넘어, 지난 몇 년간 기아가 축적해 온 PBV 전략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기아는 2022년 CES에서 처음으로 PBV(Platform Beyond Vehicle)라는 개념을 내세웠고, 이를 통해 차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후 2023년 CES에서는 PBV가 어떻게 스마트 시티와 연계될 수 있는지를 도시 모빌리티 비전과 함께 설명했고, 다양한 모듈형 바디, 인공지능 기반 운용 시스템, OTA 기반 차량관리 체계 등 PBV가 갖춰야 할 요소들을 상세히 공개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기아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자율주행, 전동화, 커넥티비티라는 산업 트렌드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고자 했다. 특히 소형 상용차 시장과 물류 플랫폼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차량 설계부터 운용 시스템, 충전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제안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된 PV5는 기아 PBV 전략이 실제 구현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다.

PV5는 중형급 PBV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에 기반한 파생 구조인 E-GMP.S를 적용해 실내 공간의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바디 패널을 모듈화한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도입, 다양한 목적에 맞게 어퍼 바디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한 모델로 승객 수송용, 물류 배송용, 교통약자용 등 다양한 차량 구성이 가능하다. 이는 차량을 서비스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PBV 개념의 본질에 부합하는 진화다.

전시장에서 함께 선보인 'PV5 타운'과 플레이모빌 협업은 이러한 전략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설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고객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PV5 차량들을 통해 PBV가 단지 기술이 아닌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카고, 패신저, WAV(교통약자용 차량) 버전의 PV5는 기아가 지향하는 맞춤형 모빌리티 생태계를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이번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LG전자와의 협업이다. 기아는 LG전자의 가전 및 AI 기술을 PV5 플랫폼에 접목한 '슈필라움(Spielraum)' 콘셉트카 2종을 함께 공개했다. 슈필라움은 독일어로 '놀이 공간'이라는 뜻을 지녔으며, 이동 중 업무를 볼 수 있는 '스튜디오'와 야외 활동을 위한 '글로우캐빈' 두 가지 형태로 제안됐다. 스타일러, 커피머신, 냉장고, 와인셀러 등 실제 LG전자의 가전들이 탑재되어 차량이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협업은 단순한 쇼카 공개에 그치지 않는다. 양사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실제 상용화를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며, 향후 PBV에서 LG전자의 다양한 가전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PBV가 차량 산업과 가전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산업 간 융합 모델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는 이 밖에도 EV 전용 전시공간을 통해 EV4, EV3 GT-line, EV9 GT 등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함께 선보이며 PBV와 전동화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EV4는 533km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와 동급 최고 수준의 전비를 기록하며, 기아의 전기차 대중화 전략의 핵심 모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타스만과 타스만 위켄더 콘셉트 또한 기아의 다각화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픽업트럭의 오프로드 가능성과 도심 주행 유연성을 동시에 강조하며, 특히 위켄더 모델은 캠핑, 아웃도어 등 새로운 고객 라이프스타일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이는 PBV와 같은 B2B 기반 전략과 병행해 B2C 시장을 겨냥한 전동화 및 감성 마케팅 전략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기아가 이번 모빌리티쇼에서 보여준 메시지는 명확하다.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브랜드'를 넘어, '삶의 방식을 설계하는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PV5와 같은 PBV 플랫폼은 그 중심에 있으며, LG전자와의 협업은 이러한 의지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라 할 수 있다.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기아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공간,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 전략으로 새로운 자동차 산업의 정의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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