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패권 전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지 오래됐지만 그때와는 양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이 상호 관세라는 일방 관세를 하자 중국은 보복관세로 맞섰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로 재집권에 성공한 ‘어공’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맹주로 부상한 중국은 세미 ‘늘공’ 시진핑이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미•중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산업은 그동안 구축해 온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게 됐다. 자유무역주의의 종말이다. 어떤 결과를 낼지 예상할 수는 없으나 세계 경제의 대재앙이 시작된 상태라는 의견이 많다. 현재 상황과 지역별 움직임을 살펴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트럼프의 25% 추가 관세와 시진핑의 34% 보복관세가 맞붙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던진 강속구를 시진핑이 받아친 형국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까지 시계 제로에 급격히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도입한 상호 관세가 90년 만에 되살아나 이번에는 세계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정책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목소리가 강하다.
미국의 상호 관세에 대해 중국 국무원은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발효 시점은 4월 10일이다. 그때까지 여지가 있다는 얘기이다. 미국의 조처에 대한 WTO 제소 방침도 밝혔다. 중국은 옥수수•밀 등 농산물부터 의약품, 원유, 천연가스 등 미국의 주요 수출품을 대거 사들이는 나라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규모는 약 1,430억 달러다. 트럼프가 이런 데이터를 세밀하게 따져 보고 내린 결정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B급 지도자 아래에는 C급, D급 관료들이 전횡한다는 교훈이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과 생산시설 이전과 건설이 쉽지 않은 자동차산업은 지금 갈팡질팡한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힘에 굴복한다는 공통점은 있다. 중국을 제외하면.
트럼프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차량의 81%, 일본산 차량의 94%가 각각 자국에서 생산되어 수입된다”라며, 이를 근거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도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의 약 50% 전후를 한국에서 수출한다. 2024년 현대차는 414만 대를 판매했는데 그중 20%가 미국 시장에서 팔렸다.
20세기 말 미국과 유럽이 일본차의 급성장을 경계해 무역 분쟁을 야기했다. 일본차는 현지 생산으로 대처했고 그 덕에 198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생산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이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1992년 다시 미국이 1위로 복귀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안하무인 지도자가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지 역사는 보여 주고 있다.
트럼프는 이 같은 주장을 통해 미국 기업의 역차별을 지적하고,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수출국들이 자국 생산 중심의 수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구체적인 정부 통계나 산업 자료를 인용하기보다는 자의적 해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서로 간에 최우방이라고 했던 일본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관세 방침 발표 이후,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배제 요청이 실패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집중 조명했다. 그만큼 일본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일본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대응을 보이고 있으며, 여야가 정부의 신속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흡수 불능의 관세, 자동차 이익 20% 하락 예상”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는 부품 제조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으며,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가계와 기업 전반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미우리는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고율 관세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트럼프식 무역정책이 자국 내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물론 ‘한미일 동맹’을 외치며 외길을 걸었던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관세 방침은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시행됐던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와 달리, 거의 모든 수입품에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커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 내에서도 미국 수출 차질, 산업 전반의 충격, 한미 통상 마찰 심화 등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 FTA의 사실상 폐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현재까지 뚜렷하지 않다. 일부 국내 언론은 “사태에 대한 분석은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전무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과 산업 보호 전략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당장에 관세로 인해 미국시장 시판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황이다. 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내 자동차 및 철강 생산을 위해 향후 4년간 210억 달러를 투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회복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대형 투자 유치로 평가했다. 그렇다고 관세를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해외 공장 건설로 인한 국내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원자재뿐 아니라 완제품까지 공급망이 미국으로 이동하면, 한국 내 산업이 공동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자, 한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특히 환경규제가 강화된 시대에 생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출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한국산 차의 미국 판매 비중은 전체의 약 40% 수준으로, 일본의 60%나 유럽의 70%에 비해 낮다. 2024년 기준, 국내 자동차 생산량 중 67%가 수출 물량이었으며 이는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그만큼 수출시장 보호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자유무역 시스템은 자원을 전 세계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가장 적합한 지역에 조달과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추가 관세와 보호무역 조치는 이러한 공급망 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자유무역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특히 철강산업은 자동차산업과 직결된다. 철강 가격의 변동은 곧바로 자동차 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다시 철강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 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를 총체적으로 다룰 인적 자원이 정부에 없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 한국은 새로운 산업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을 넘어 세계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향후 재집권 여부와 맞물려 국제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3선 도전이라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는 북미 부품 공급업체 지원 및 생산 전략 재검토에 나섰다. 공급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멕시코, 캐나다 등 인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캐나다산 부품 수입 지원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 내 거래처에도 당분간 사업 유지를 약속하며, 향후 일본산 수입 부품에 대한 대책도 검토 중이다.
미국 내 생산량 확대를 검토 중이며, 멕시코, 캐나다 공장의 생산 중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토요타의 가격 인상 시 미국 판매량이 5~8%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토요타는 당분간 가격 동결 및 비용 절감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정책 시행 가능성이 남아 있어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북미 생산 조정도 화두다. 닛산은 2025년 4월 3일, 멕시코 시바크 공장의 생산 라인 두 곳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진행된 일시적 가동의 종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세단 생산을 위해 2023년 가동을 시작한 해당 설비는 계획된 생산량 증가가 완료됨에 따라 예정대로 중단된다고 덧붙였다.
닛산 측은 생산 라인의 가동 및 중단이 생산량 조절을 위한 반복적인 과정이며, 이번 중단 역시 계획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생산 라인 중단은 닛산이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조 개혁의 하나로, 생산 시스템 재검토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닛산 측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생산 조정으로 인한 인력 감축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은 현재 멕시코에 시바크 공장을 포함해 총 4개의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닛산은 2025년 말까지 아르헨티나에서의 자동차 생산을 철수하고, 르노 공장에 위탁했던 픽업트럭 생산을 중단하여 멕시코 닛산 공장으로 생산을 통합할 계획이다.
닛산은 당초 계획했던 미국 공장의 생산 감축을 부분적으로 철회하고, 일부 모델의 미국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부과한 추가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닛산은 미국 내 생산량을 유지하고 일부 모델의 생산을 늘려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주력 모델인 '로그 SUV'의 생산 거점인 스미르나 공장의 생산 교대 축소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던 인피니티 브랜드의 'QX50'과 'QX55' 모델은 미국 시장 수출이 중단된다.

유럽 자동차 업계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볼보와 폭스바겐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작아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미국 판매 차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모기업인 중국 지리 홀딩스 그룹과의 기술 협력으로 인해 중국산 소프트웨어 및 장비 설치 금지 조치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볼보는 신형 전기차 ES90의 미국 출시를 보류했다.폭스바겐 역시 미국 판매 차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아우디와 포르쉐 등 그룹 내 다른 브랜드의 미국 생산 기반이 없어 관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맥쿼리 그룹의 추정에 따르면, 이번 관세 조치는 약 3,060억 달러 규모의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영향을 미치며, 이 중 EU 수입 비중이 16%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이미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관세로 인해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자동차제조업협회 회장은 이번 관세가 경제 성장과 고용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유럽 자동차 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은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스텔란티스 유럽은 즉각 미국 공장 직원 900명을 해고하고, 일본 업체들은 개발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내 5개 공장 인력 감축과 멕시코, 캐나다 공장 일시 가동 중단을 발표했다. 관세가 사업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단기적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도 미국 판매 차량의 4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개발 모델 재검토에 나섰다. 주요 부품 회사들은 완성차 업체로부터 개발 연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관세로 인한 판매 감소 우려와 비용 절감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동차 생산 공장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관세 영향은 불가피하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생산 시설 이전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상호 관세 대상에 전자 부품이 포함되어 자동차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지금까지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영향을 늦게 받았고 회복은 빨랐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궁금하다. 어쨌거나 지금 유럽과 중국은 반 테슬라를 넘어 반트럼프, 반미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미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적어 가격 인하, 생산 확대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GM은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공장에서 픽업트럭 생산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포트웨인 공장은 GM의 대표 픽업트럭인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를 생산하고 있다. GM은 운영 조정을 위해 임시직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GM은 이번 생산 확대와 관련해 공장 설비 개조를 위해 4월 22~25일, 부활절 연휴 직후 공장을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할 예정이다. 현재 실버라도와 시에라는 멕시코 실라오와 캐나다 오샤와 공장에서도 생산되고 있으며, 이들 차량은 미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GM의 대형 픽업트럭 생산량 중 약 절반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미국 내 모델 가격 인하를 발표했고, GM은 인디애나 공장에서 픽업트럭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이는 일본과 유럽 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드의 가격 인하는 트럼프 정부의 수입차 관세 정책에 따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드는 '미국산, 미국인을 위해' 캠페인을 통해 6월 2일까지 2024년, 2025년형 가솔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모델의 가격을 인하한다. 구체적인 할인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천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80%에 달해 수입차 관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포드의 2월 재고 기간은 4개월 이상으로 업계 평균보다 길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재고는 1~2개월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에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와 혼다는 당분간 미국 판매 가격을 유지하며 정책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많은 전문가는 트럼프의 이런 정책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쨌거나 새로운 환경이 도래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더 크게는 미국 테크기업을 10년 이상 후퇴시키고 그 사이 중국은 상승한다는 전망이 주류다. 세상이 곧 기술이라는 미래 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그는 2018년 한국어판으로 번역된 미래의 단서(부키 간)에서 이런 흐름을 소름끼치게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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