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인터뷰 대비해 스피치 수업받아…퍼터 교체도 우승 요인"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95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둔 김민주에게는 13일이 '바람 불어 좋은 날'이 됐다.
김민주는 13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2·6천683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iM금융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KLPGA 투어 95번째 대회 출전에서 첫 승을 따낸 김민주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뒤진 5위였다가 이날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바람이 세지기 시작한 12일부터 이틀 연속 5언더파를 때린 김민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올 때 우승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바람도 많이 불어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줄 알고 마음을 비웠는데 첫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코스에는 초속 9m가 넘는 센 바람이 불었지만, 김민주는 10번 홀(파5)까지 버디 5개를 골라내며 순항했다.
9번 홀(파5) 티샷이 나무를 맞고 러프에 떨어지는 위기였지만 그린 주위에서 친 칩샷이 버디로 연결되는 행운도 따랐다.
당시 상황을 묻자 그는 "사실 스코어를 잃고 싶지 않아서 두 번째 샷을 나무 사이로 칠까도 생각했는데, 캐디 오빠와 상의해서 4타 만에 그린에 올리는 전략을 택했다"며 "우드 샷이 잘 돼서 '파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친 것이 홀로 들어가서 '오늘 뭔가 되는 날인가' 싶었다"고 돌아봤다.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바람이 부는 날에는 자신이 있다고도 밝혔다.
김민주는 "바람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바람에 공을 태워서 보낸다고 생각하는 편"이라며 "바람 불 때 경기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002년생 김민주는 첫 우승에도 침착하고 조리 있는 인터뷰 솜씨를 선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골프라는 스포츠는 도를 닦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거나 "불과 지난주 대회를 마치고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의젓한 말도 했고, "그럴 때마다 부족한 점을 연습으로 채우려고 한 과정들이 쌓여서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첫 우승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를 하고 나서도 중계팀으로부터 "인터뷰 솜씨가 대단하다"는 칭찬을 들은 그는 "사실 우승하면 차분하고 멋있게 할 얘기를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그래서 조금씩 연습도 하고, 스피치 수업도 받았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김민주는 "지난주 대회에서 퍼터가 아쉬워서 이번 주 퍼터를 교체했다"며 "아이언샷이 바람에도 정확성을 유지했고, 기회가 왔을 때 퍼터도 잘 따라줘서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우승 요인을 짚었다.
우승 상금 1억 8천만원을 받은 그는 "휴대전화를 4년째 써서 바꾸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전하며 "올해 목표가 우승과 톱10에 7번 드는 것이었는데, 우승은 달성한 만큼 톱10도 7번 이상 하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강풍에 쌀쌀한 날씨에도 우승 축하 세리머니 때 물을 맞은 소감을 묻자 "그동안 다른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해주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까' 생각했는데, 오늘 직접 물을 맞아보니 너무 행복했다"고 답했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