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마지막 한 조각' 11년 만에 맞추며 역대 6번째 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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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여러 차례 좌절을 겪었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그린 재킷'을 입고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업을 이뤘다.
매킬로이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까지 11언더파 277타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1차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으며 정상에 올랐다.
매킬로이의 통산 5번째 메이저 우승이자,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에서는 첫 우승이다.
2007년 프로로 데뷔해 최근 15년가량 남자 골프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며 US오픈(2011년), PGA 챔피언십(2012, 2014년), 디오픈(2014년)에선 일찌감치 정상에 올랐던 그는 약 11년 만에 메이저 트로피를 추가,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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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역사에서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PGA 챔피언십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선수는 이전까진 진 사라젠과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뿐이었다.
특히 우즈가 2000년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25년 동안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았다가 매킬로이가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매킬로이의 그랜드슬램은 지독하게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마스터스에서 17번째 도전 끝에 극적으로 이뤄진 터라 '서사'는 더욱 풍성했다.
마스터스는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적은 수의 선수들이, 매년 같은 골프장에서 경쟁하는 대회다.
세계 최고의 명문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히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가장 폐쇄적인 곳으로도 알려져 마스터스는 선수들에겐 꼭 오고 싶은 대회로 여겨진다.
매킬로이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6차례 출전했으나 오거스타는 그에게 쉽게 '그린 재킷'을 허락하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에서 우승하기 전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그해 마스터스에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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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단독 선두로 들어간 마지막 날 8오버파 80타를 치며 무너졌고, 이후 '저주'에 걸린 듯 오거스타에만 오면 작아졌다.
2018년에도 챔피언 조에서 오버파 스코어로 패트릭 리드(미국)에게 우승을 내줬고, 2022년엔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쳤으나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14년 7월 디오픈을 제패한 이후 2015년부터 마스터스에만 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부담감에 짓눌려야 했고, 그사이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해 '울렁증'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지난해 6월 US오픈 때 1m가 되지 않는 파 퍼트를 넣지 못해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우승을 내준 건 매킬로이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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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스터스를 앞두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5개 대회에 출전해 2승을 거두며 부활 기운을 보인 매킬로이는 "올해만큼은 매킬로이의 마스터스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감 속에 나선 이번 대회에서 어렵사리 한을 풀었다.
올해도 첫날엔 타수를 줄이지 못해 20위권으로 출발했고,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 중에도 디섐보나 로즈에게 단독 선두 자리를 때때로 허용하며 마음을 졸여야 했다.
4라운드 18번 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린 뒤 벙커샷을 홀 1.5m에 올려놨으나 파 퍼트를 놓치며 연장전에 끌려가 이번에도 오거스타와의 악연이 재연될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같은 홀에서 이어진 로즈와의 1차 연장전에서 두 번째 샷을 완벽하게 핀에 붙이며 버디를 낚아 파에 그친 로즈를 따돌렸고, 그린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기쁨의 오열을 쏟아내며 '눈물의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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