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에 유난히 강해 마스터스 3번 포함 준우승만 5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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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올해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서 최고의 '씬스틸러'는 44세의 노장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였다.
14일(한국시간) 끝난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는 애초 매킬로이와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의 양자 대결로 예상됐다.
하지만 디섐보는 12번 홀까지 4타를 잃고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매킬로이의 싱거운 우승이 점쳐졌으나 매킬로이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심술에 발목이 잡혔고, 이 틈에 로즈의 진격이 시작됐다.
로즈는 매킬로이가 13번(파5), 14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 보기로 3타를 까먹은 사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심기일전한 매킬로이가 15번 홀(파5), 17번 홀(파4) 버디로 다시 앞섰지만, 로즈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 매킬로이를 물고 늘어졌다.
1타 차 선두였던 매킬로이가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집어넣고 1.5m 파퍼트를 놓치자 경기장은 크게 술렁였다.
로즈가 매킬로이를 꺾고 우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갔다.
결국 연장전에서 매킬로이에게 버디를 얻어맞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보인 로즈의 플레이는 눈부셨다.
그는 이날 무려 버디를 10개나 잡아냈다. 보기 4개를 곁들여 6언더파 66타를 친 로즈는 다시 한번 큰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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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매킬로이 못지않은 천재 골프 소년으로 유명했던 로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1차례 우승했다. 2013년 US오픈 우승도 11승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
세계랭킹 1위도 찍었던 그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듯했지만 42살이던 지난 2023년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4년 동안 이어졌던 PGA 투어 우승 갈증을 씻어냈다.
로즈는 그해 라이더컵에 단장 추천 선수로 합류해 유럽팀 우승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탰다.
지난해 그는 단 두 번 톱10에 진입했고, 두 번 모두 메이저대회였다.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 디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로즈는 메이저대회 우승은 한 번뿐이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유난히 강한 선수로 이름났다.
메이저 대회에서 21번이나 톱10에 입상했고, 준우승만 이번이 5번째다.
마스터스 준우승만 세 번이다.
이번 마스터스 이전에 치른 올해 6차례 PGA 투어 대회에서 그는 두 번 톱10에 들었다. 한 번은 AT&T 페블비치 프로암 공동 3위, 한번은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공동 8위였다.
마스터스는 시즌 세 번째 톱10 입상이자, 작년 디오픈에 이어 메이저대회 2회 연속 준우승이다.
그는 "압박감 속에서도 좋은 샷을 많이 쳤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경기력과 정신력은 연습만 한다고 준비할 수 없다"며 "대회 때 자신에 대해 배운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더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여전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번에 또 한 번 확인했다.
4라운드 18번 홀(파4)에서 성공한 6m 버디 퍼트를 로즈는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퍼트였다. 넣고 나서 조금 특별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거의 40분가량 연장전을 대비해 연습장에서 몸을 풀었던 로즈는 연장전에서 진 뒤 "안타깝게도 플레이오프는 항상 너무 빨리 끝난다. 멋진 샷을 치거나 멋진 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끝이다"라며 "그게 서든데스의 본질"이라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로즈는 이번 연장전 패배로 벤 호건(미국)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연장전 2전 2패를 기록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그래도 로즈는 준우승 상금 226만8천달러를 받았고, 페덱스컵 랭킹은 33위에서 9위로 껑충 뛰는 수확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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