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봄이 온 듯하지만 문득 아직 안 온 건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말 그대로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라는 글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두터운 외투를 정리하고 조금은 얇은 패딩을 입으면서 아무래도 사람들은 따스한 햇살을 더 찾게 됩니다. 그것은 햇빛의 밝음뿐만이 아니라, 햇빛에서 느껴지는 온도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햇빛은 강한 자외선(紫外線; ultra violet ray)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쬐면 피부가 상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러워지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봄날의 햇살은 따스함으로 다가옵니다. 사실상 계절에 상관없이 자외선은 여전하겠지만 봄 햇살은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쌀쌀한 느낌이 있는데도 거리에서는 지붕이나 선루프를 연 차를 보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에는 선루프나 파노라마 루프를 단 차들이 정말 많아져서 선루프나 파노라마 루프를 열고 운행하는 운전자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무튼 그래서 컨버터블과 같이 지붕을 완전히 열수 있거나 선루프처럼 부분만 열 수 있는 차들이더라도 햇볕을 즐길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자외선 뿐만 아니라 요즘은 미세먼지까지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지붕이 없는 차량을 표준말로는 “무개차(無蓋車)”라고 쓰며, “지붕이나 뚜껑이 없는 차, 스포츠카나 퍼레이드 카 따위가 있다” 고 국어사전 등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개(蓋)’는 ‘덮개’의 의미이며, 어떤 구조물을 덮는 뚜껑을 의미합니다. ‘아재개그’ 처럼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무개차는 무거운 차가 아닙니다.
차체 구조에서 덮개, 즉 지붕이 하나의 구조 요소로 다루어지게 된 건 초기의 자동차들이 지붕이 없는 마차(馬車)의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차체에 지붕을 설치한 차량을 유개차(有蓋車; van)로 구분( http://www.wordreference.com/koen)하는 등 지붕의 유무에 따라 형태를 구분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무개 차량은 좀 더 세부적으로는 로드스터(roadster)와 스파이더(spider), 그리고 컨버터블(convertible)과 카브리올레(cabriolet) 등으로 구분됩니다. 각각의 차량들은 고정된 구조물로서 지붕이 없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근본적 차이는 로드스터와 스파이더가 본래부터 지붕이 없는 차체로 설계되었고, 컨버터블과 카브리올레는 본래 지붕이 있던 차에서 지붕을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에 따라 이들의 성격은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로드스터(roadster)는 역사적으로 자동차의 발명 이전부터 존재해 온 오래된 차체 형태입니다. 앞서 마차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야말로 소형 마차를 의미합니다. 로드스터는 본래 18세기 후기와 19, 20세기까지 영국과 미국에서는 버기(buggy)라고도 불렸고, 한 필 또는 두 필의 말이 끄는 2인승의 소형 마차를 지칭하는 것이었으며 영국에서는 대체로 2륜, 미국에서는 4륜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래밭과 같은 다양한 조건의 비포장 도로 주행용 차량이1960년대부터 버기(buggy)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런 이유 때문에 오늘날에 와서는 로드스터와 버기는 전혀 별개의 차량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 유래를 본다면 본질적으로 같은 차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서 로드스터는 차체 좌우에 유리창이 없고, 앞 유리창도 별도로 제작되어 부착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로드스터의 차체 구조는 1930년대에 제작된 레이싱 카의 형태에서 가장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로드스터 차량에 대한 영어권의 정의를 살펴보면, “최소한의 차체 구조를 가진 차량으로 기후조건에 대비한 보호 구조물을 가지지 않으며, ‘스피드스터(speedster)’ 역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구조적으로도 유사하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로드스터는 실용성을 고려해 측면 유리창과 직물 재질의 지붕, 또는 합성수지나 철재의 지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앞 좌석만 설치되어 있으므로, 차체 측면에는 앞 도어의 유리창 이외에 뒷좌석 공간을 밀폐하기 위한 보조 유리창(quarter glass)은 없습니다.
이러한 로드스터의 구조와 약간 차이가 있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차량의 스포티한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로드스터 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로드스터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또 다른 명칭으로 스파이더(spyder)는 곤충의 ‘거미(spider)’와 비슷한 발음의 단어로써, I 대신에 y를 쓰는 이 이름은 이탈리아의 자동차 메이커 「알파로메오(Alfa Romeo)」가 1967년형 차량을 내놓으면서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스파이더 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거미처럼 낮게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라는 설이 있으며, 로드스터 차체에 지붕을 얹은 모습이 거미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것에 비유한 것이라는 설명도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다 그럴 듯한 설명으로 보입니다.

한편 컨버터블(convertible)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무개 차량의 명칭입니다. 같이 쓰이는 ‘카브리올레(cabriolet)’는 컨버터블의 불어(佛語) 단어입니다. 컨버터블은 원래는 ‘컨버터블 쿠페(convertible coupe)’ 또는 ‘컨버터블 세단(convertible sedan)’의 줄임 말인데요, 접이식 지붕을 가진 세단이나 쿠페를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소형 해치백 승용차를 컨버터블로 만든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보다 대중적인 성격의 오픈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버기와 스파이더는 모두 지붕이 없는 구조의 차량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우연치 않게도 두 이름 모두 곤충과 같은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단순한 기계로서의 자동차보다는 좀 더 감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하는 의식도 바탕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서울 모빌리티 쇼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에서 컨버터블을 내놓았습니다. 시판용일지는 알 수 없지만, 대형 럭셔리 컨버터블을 국산차로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적어도 모빌리티 쇼에서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도로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언젠가는 대중적인 국산 오픈카, 그것이 로드스터가 됐든 컨버터블이 됐든지 말입니다. 아무튼 대중적인 국산 오픈카를 기대해 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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