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또 누군가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실수를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게임은 ‘세이브’와 ‘로드’ 없이 단 한 번의 선택만을 허락하기도 한다.


쯔꾸르 게임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게임 ‘원샷(OneShot)’이 그 대표적인 예다. ‘원샷’은 메타픽션 장르의 게임으로, ‘니코’라는 주인공과 함께 붕괴되어 가는 세계의 ‘태양’을 복원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용자는 게임 내내 ‘니코’와 유대감을 쌓고, 최종적으로 세상의 복원을 선택할지 니코의 생명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이 선택이 영원하다는 점에 있다. 이름 그대로 원샷, 게임은 한 번의 선택 이후 다시 플레이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찜찜함이 남고, 다른 엔딩을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이용자들의 아쉬움과 원성이 커지면서 2016년 게임의 스팀 버전 출시와 함께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스팀 버전에는 2회차 플레이이자 진엔딩을 만나볼 수 있는 ‘Solstice 루트’가 추가된 것. 이 루트 역시 게임의 콘셉트에 맞게 단 한 번만 볼 수 있다.
물론 게임은 남아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플레이를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팀 클라우드의 동기화를 해제한 뒤 컴퓨터에 남아있는 데이터 폴더에서 세이브 파일을 모두 삭제하는 편법을 통해 다시 진엔딩을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서 비롯된 메시지와 여운을 생각하면 기획자의 의도대로 한 번의 기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가장 이상적인 플레이리라 본다.



플래시 게임 원 찬스(One Chance)도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바뀌고, 한번 선택한 엔딩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원 찬스는 한 연구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해당 연구원은 암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한 뒤 전 세계에 가스 형태로 살포했으나, 약이 문제를 일으켜 암세포뿐만 아닌 모든 세포를 공격하게 되어 세계가 망해가게 됐다.
세상이 완전히 멸망하기까지 6일이 남은 시점에서, 이용자는 어떤 선택을 내릴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해독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에 매진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집에 틀어박혀 남은 인생을 보낼 수도 있다.
내린 선택으로 엔딩을 맞이하게 되면 게임을 다시 실행해도 앞서 내린 선택의 ‘엔딩’만 다시 반복될 뿐 다른 시도를 할 수는 없다. 인터넷 쿠키에다 게임 플레이 내용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구현해 인터넷 쿠키를 삭제하거나 다른 컴퓨터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되긴 하지만, 이 역시 남은 여운과 선택의 무게를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게 개발자의 의견이다.


심오한 주제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고, 오랫동안 찜찜함을 주는 앞선 게임들과 달리 극강의 도파민을 추구한 사례도 있다. 그 주인공인 러시안 룰렛: 원 라이프(russian roulette: one life)는 러시안 룰렛 게임을 즐기고, 캐릭터가 사망하는 순간 게임이 끝나는 신선한 일회성 무료 게임이다.
게임에는 ‘공탄’와 ‘실탄’으로 총 2가지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있다. 공탄은 일종의 연습 모드로 캐릭터가 사망해도 몇 번이든 다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단, 해당 모드에서 플레이한 내용은 리더보드에 기록되지 않는다. 반대로 ‘실탄’은 실제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모드다. 여기서는 단 하나의 목숨이 제공되고, 사망하는 순간 게임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만약 게임에서 사망해도 계속 러시안 룰렛을 즐기고 싶은 이용자는 DLC 구매를 통해 ‘유령’ 상태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단, ‘유령’ 상태에서는 살아있을 적 플레이했던 기록에 영향을 줄 수 없고, 살아있을 적과 다른 별도의 리더보드에 플레이 내용이 기록된다.
과거 스팀 버전에서는 게임에서 사망하는 순간 스팀 계정 정보를 게임에서 차단하기 때문에, 유령이 되기 전까지는 사망 시 어떠한 방식으로도 게임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이 시스템이 스팀 정책에 접촉되면서 결국 스토어에서 내려가게 됐다. 대신 현재는 해외 인디게임 플랫폼인 잇치 아이오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아쉽게도 잇치 아이오 버전은 스팀 연동이 해제되어 게임 재설치나 캐시 삭제 등의 꼼수로 간단하게 리플레이가 가능하다.)


출시는 실패했으나 아직도 신선한 기획으로 회자되는 게임도 있다. 이름하여 ‘웁실론 서킷(Upsilon Circuit)’은 온라인 RPG와 게임 방송을 결합한 독특한 실험작이다. 이 게임은 단 하나의 서버에서만 운영되고, 4명씩 두 팀이 던전에서 전투를 벌이는 실시간 배틀 게임이다. 이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이용자는 최대 8명뿐이고, 게임을 플레이하다 사망한 이용자는 게임을 다시 플레이할 수 없다.
여기서 더 재밌는 점은 관객의 존재다. 게임에 서버가 단 하나뿐이고, 8명만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보니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지 못하는 다른 이용자는 게임의 ‘관전자’로 자리 잡게 된다. ‘관전자’ 상태의 이용자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이 몬스터를 처치하거나 보물을 모을 때마다 얻는 ‘경험치’가 하나의 재화로 돌아오고, 이 경험치를 이용해 마음에 드는 이용자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다 한 팀이 죽게 되면 구경하던 관객들 중에서 랜덤하게 다음 참가자가 나오게 되어 운이 좋으면(혹은 나쁘면) 입장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아쉽게도 게임의 개발사인 스튜디오 로봇은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의 문제로 게임 출시를 취소했지만, ‘플레이’ 기회가 단 한 번뿐이고, 플레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관전자’라는 별도의 역할을 통해 게임 방송처럼 이용자들을 지켜볼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도 독특한 아이디어로 꼽히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 번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게임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더 진중하게 고민하게 되고, 몰입감도 높아진다.”, “스스로 어떤 선택을 내리고 싶은지 고민하고 자신에게 되묻는 경험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