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선보인 전기차 EV4는 그야말로 브랜드 전동화 전략의 중심에 자리하는 핵심 모델이다. EV6를 필두로 시작된 기아의 EV 시리즈는 EV3의 대중성과 EV9의 플래그십 존재감 사이에서 EV4가 감각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주행 거리, 그리고 실용성을 결합한 '중심 축'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시승에서는 EV4 롱레인지 모델을 중심으로 디자인, 실내 공간, 주행 성능, 효율성까지 전반적인 평가를 진행했다.

EV4의 첫인상은 분명하다. 단순히 "멋지다"는 표현보다는, 독창적이다. EV6와 유사한 실루엣을 공유하면서도, 더욱 뾰족하게 조각된 전면부 디자인은 고성능 모델을 연상시킨다. 수직형 LED 헤드램프와 날카롭게 깎아내린 보닛 라인은 공격적인 인상을 남긴다. 후면은 루프에서 떨어지는 완만한 곡선 이후 수직으로 마감되는 리어 엔드 덕분에 독특한 트렁크 개폐 구조를 갖췄다. 리어 와이퍼 대신 루프 스포일러에서 흐르는 공기를 통해 후방 시야를 유지하는 방식은 공력 성능을 고려한 디자인적 해법이다.

실내 디자인은 EV3와 유사한 구성을 유지하되, 소재와 디테일에서 고급감을 강조했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통합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단에는 트레이형 수납공간이 위치해 실용성을 더했다. 시승 차량은 일반 트림이었지만, 직관적인 조작계와 전기차 전용 인터페이스가 인상적이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스노우 외에도 사용자 설정이 가능한 마이 드라이브까지 총 5가지다.

EV4 롱레인지 모델은 150kW 싱글 모터(약 203마력)를 탑재하고 있으며, 19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으로 약 500km를 넘는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실제 시승에서 80% 배터리 잔량으로 약 600km 주행 가능 거리가 표시된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전력 소비를 최소화한 에코 모드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며, 이는 장거리 운전자에게 강력한 선택 요인이 될 수 있다.

주행 성능은 전반적으로 정제되고 균형 잡힌 성격을 갖고 있다. 초기 가속 시 토크 응답은 날카롭게 작동하며,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부족함 없는 가속력을 보인다. 반면 고속 영역에서는 출력의 한계가 드러나며, 이 부분은 EV4가 철저히 '실용 중심' 모델임을 방증한다. 스티어링 조향은 날카롭다기보단 편안하고 안정적인 설정이다. 와인딩 로드에서의 주행에서도 하체의 탄탄함이 느껴지며, 좌우 롤 억제력도 EV3 대비 개선되었다.

EV4의 또 하나의 강점은 승차감이다. 단단함보다는 탄탄하면서도 여유 있는, 일상 주행에서 피로를 줄여주는 방향으로 셋업되어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이중 충격 억제 능력, 노면 충격의 매끄러운 흡수, 그리고 전반적인 정숙성은 동급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EV3보다 확실히 개선된 승차감은 기아가 EV4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자했음을 암시한다.

EV4 롱레인지 모델은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적용할 경우 3,80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이는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다. '스타일', '주행거리', '실용성'의 삼박자를 갖춘 EV4는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핵심 모델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기아 EV4는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선택지다. 첫 전기차로서도, 또는 두 번째 패밀리카로서도 손색이 없는 구성을 갖췄다. 디자인, 실내 공간, 주행 성능, 그리고 승차감까지 모든 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뛰어난 주행거리와 가격 경쟁력은 EV4의 가장 큰 무기다.
전기차에 있어 스타일과 효율성 모두를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에게 EV4는 "딱 맞는"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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