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딜락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첫인상부터 압도적이다. 운전석, 동승석, 후석에 이르기까지 차량 내부는 그야말로 ‘스크린 시티’라 불릴 만한 광경을 연출한다.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기후 조절 패널은 물론, 2열 승객을 위한 독립 디스플레이까지 더해져 실내는 한층 화려해졌다. 여기에 AKG가 제공하는 36개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탑승자에게 입체적이고 웅장한 음향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문제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부분이다. 지나치게 많은 스크린은 운전자에게 예상보다 큰 피로를 안긴다. 시야를 분산시키는 요소가 많아, 주행 중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다. 특히, 운전석 전면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햇빛 아래에서 가독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조작 버튼의 직관성도 부족해 처음 접하는 운전자라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부적인 기능에서는 장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실내의 모든 스크린을 일괄적으로 밝기 조절하거나 끌 수 있는 기능은 밤길 주행 시 탁월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한, 2열과 3열 탑승자를 위한 HDMI 단자와 USB 포트, 냉장 기능이 포함된 쿨박스 등은 장거리 여행이나 패밀리 카로서의 활용도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하이그로스 플라스틱 소재가 다수 사용된 인테리어는 먼지와 지문이 쉽게 남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며, 내구성 측면에서도 다소 우려가 남는다. 주행거리가 짧은 신차에서도 스크래치가 눈에 띄는 점은 고급 SUV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파워트레인은 에스컬레이드다운 자신감을 보여준다. 6.2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은 426마력과 최대 토크 63.6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10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뤄 매끄러운 주행 질감을 제공한다. 이 V8 엔진의 존재만으로도 에스컬레이드는 ‘궁극의 럭셔리 SUV’ 타이틀을 유지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탑재해 승차감을 한층 높였다. 주차 시 차량이 자동으로 낮아지는 '액세스 모드', 오프로드를 대비한 차고 상승 기능 등 다양한 세팅이 가능해, 크고 무거운 차체를 다루는 데 있어 부담을 줄여준다. 특히 24인치 휠을 장착하고도 일상 주행에서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하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제동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브레이크 초기 응답성은 떨어졌고, 특히 주행 초기 냉간 상태에서는 제동력 확보에 신경써야 했다. 24인치 휠과 대비해 작은 브레이크 디스크 크기는 시각적으로도 안정감을 주지 못했고, 실제 제동 퍼포먼스에서도 체감됐다.
시승 중 기록한 평균 연비는 7.6KM/L. 거대한 차체와 V8 엔진을 고려하면 놀랍지는 않지만, 연료비 부담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여전히 ‘에스컬레이드’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확실한 답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GMC 유콘이나 쉐보레 서버번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이 차량은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발산한다.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실내의 고급 마감재와 거대한 스크린 배열까지,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상징’이다.
다만, 스크린의 과잉 사용은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 하이테크 감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직관성과 시인성 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스크린에 지나치게 의존한 조작 방식은 차량을 오래 사용하는 동안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추가로, 손자국과 먼지가 쉽게 쌓이는 소재 사용은 유지보수 비용과 관리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AKG 사운드 시스템은 최고의 만족을 선사했다. 입체적이고 강렬한 사운드는 운전 중뿐 아니라 정차 중에도 ‘음악 감상용 공간’으로 에스컬레이드를 활용하고 싶게 만들 정도다. 이 부분은 분명히 강점이다.
결론적으로, 2025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기능성과 실용성만으로 접근할 SUV가 아니다. 이 차를 고르는 이유는 논리보다 감성에 가깝다. ‘에스컬레이드’라는 이름이 주는 프레스티지와 상징성, 그리고 그 화려함을 누리기 위해 이 차를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단순한 합리성, 품질, 기능성만을 우선시한다면 다른 SUV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에스컬레이드를 원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소비자라면, 2025년형 모델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보다 다이내믹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에스컬레이드 V’ 버전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글, 영상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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