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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키니[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0년 넘게 뛴 강성훈(37)은 지난해 비행기를 타고 다닌 거리가 16만㎞를 넘는다.
PGA 투어 출전권을 잃은 그는 지난해 어떤 대회든 그야말로 출전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출전하는 방식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PGA 투어 하위 순위 선수들에게 제한된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PGA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와 DP 월드투어 대회를 주로 출전했다.
콘페리투어 대회에 출전하려고 아르헨티나를 다녀왔고 DP 월드투어 대회는 스코틀랜드, 프랑스, 스페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튀르키예 등을 오갔다.
가축에 먹일 풀을 찾아 먼 거리를 떠도는 유목민 '노마드'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개막한 PGA 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90만달러) 1라운드에서 강성훈은 1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101위에 그쳤다.
그는 이 대회에 '역대 챔피언' 카테고리로 출전권을 받았다.
강성훈은 지난 2019년 이 대회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따냈다.
컷 통과를 안심할 처지가 아니지만 강성훈은 표정은 밝았다.
그는 "연습 라운드 때는 그린이 좀 딱딱해서 플레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어제 비가 워낙 많이 와서 그린이 부드러웠고 바람도 많이 안 불어서 스코어 내기에 좋은 컨디션이었다. 티샷이 조금 흔들려서 어려움이 있었고, 마지막에 실수를 한 부분이 좀 더 아쉽다"고 이날 경기를 총평했다.
전보다 한결 날씬해진 강성훈은 "넉 달 동안 10kg 정도 넘게 몸무게를 뺐다. 지금도 운동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체격에도 장타를 날리는 강성훈은 지금도 볼 스피드는 PGA 투어에 처음 왔을 때와 다르지 않다고 소개했다. PGA 투어 선수 평균 스피드가 시속 172마일인데 시속 174∼175마일을 낸다고 그는 밝혔다.
다만 그는 "티샷과 아이언샷 정확도를 높이는 게 숙제"라면서 "쇼트게임과 퍼팅은 잘 된다"고 말했다.
강성훈의 '노마드'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이 대회를 마치고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DP 월드투어 대회에 출전한다. 그다음은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부터 KPGA 투어 '해외투어 시드권자 복귀자' 카테고리 시드를 받았다.
KPGA 투어 '해외투어 시드권자 복귀자' 카테고리 시드는 해외투어에서 일정 기간 활동한 선수에게 1년 동안 KPGA 투어에서 뛸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다만 그는 올해 어디에서 어떤 대회에 참가할지 확정지을 형편은 아니다.
"DP 월드투어와 KPGA 투어 모두 내가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몇 개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강성훈은 작년처럼 기회가 되는대로 뛴다는 각오다.
"사실 내가 작년에 돌아다닌 거리가 얼마인지도 몰랐는데 미국 매체 기자가 출전한 대회를 따져보고 알려줬다"는 강성훈은 "시차 적응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대회에 나가서 플레이하다 보면 힘든 줄도 모른다"며 씩 웃었다.
강성훈은 고교생이던 2006년 KPGA 투어 SBS 롯데 스카이힐 오픈에서 우승한 뒤 유진증권 오픈, CJ 인비테이셔널, 한국오픈을 차례로 제패해 통산 4승을 따냈고 2011년 미국 무대로 옮겨 줄곧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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