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심한 불안감…선수 생활 이어갈지 심각하게 고민"
압박감·불안감 딛고 2위에 한 타 차 우승 "생애 처음 우승한 느낌"

홍정민(오른쪽)이 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모친 정용선 씨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양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홍정민(23)이 공황 장애와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홍정민은 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천605야드)에서 열린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대회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했으니, 말씀드리겠다"라며 입을 뗀 뒤 "2023년 초에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와 공황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 때문에 (개인 통산) 2승을 하기까지 매우 힘들었다"며 "지금은 호전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이 문제 때문에 절망감이 들었으나 엄마의 위안과 응원을 받으며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입회한 홍정민은 2022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는 그해 준우승을 두 차례 했고, 톱10에도 8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홍정민은 지난해 슬럼프를 겪었다.
30개 출전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고, 톱5에도 단 3차례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유가 있었다.

홍정민이 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홍정민은 "2023년부터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라며 "대회 중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컨디션 저하 증세가 심했다"고 말했다.
피부 알레르기 증상까지 겪은 홍정민은 병원을 찾았고,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와 공황 장애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는 "작년에 불안감이 심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라며 "정말 힘들었던 시기"라고 떠올렸다.
홍정민은 힘든 시기를 모친 정용선 씨와 함께 극복했다.
홍정민의 데뷔 초반 캐디 역할까지 했던 정용선 씨는 열의를 다해 딸의 회복을 도왔다.
홍정민은 "힘들 때마다 엄마는 '괜찮아. 거의 다 왔어. 힘내'라며 응원해주셨다"라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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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은 엄마의 도움을 받고 다시 일어섰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전략도 바꿨다.
그는 "과거엔 모든 코스를 공격적으로 공략했는데, 이런 플레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라며 "공격적으로 임해야 하는 홀과 그렇지 않은 홀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법을 공부했고, 대회 후에도 자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공황 장애 증세는 조금씩 회복됐다.
홍정민은 "완벽하게 회복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약을 먹지 않는다"라며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홍정민은 압박감과 부담감, 스트레스를 이겨냈다.
3라운드까지 2위를 5타 차이로 앞서던 홍정민은 이날 거센 바람 탓에 추격을 허용했다.
15번 홀까지 2위 그룹에 한 타 차로 쫓겼다.
그러나 홍정민은 무너지지 않았다.
승부처였던 16번 홀(파4)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잡으며 2위 박지영, 지한솔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당황한 나머지 타수를 많이 잃었으나, 이번에 우승 못 하면 다음 대회에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이어갔다"라며 "18번 홀 마지막 퍼트를 할 때 많이 떨렸지만, 잘 극복한 것 같다"고 밝혔다.

홍정민이 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에서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퍼트를 성공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KLPGA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의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홍정민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느낌"이라며 "이번 우승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제 곧 어버이날인데, 어머니께 효도한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다음 목표를 묻는 말에 "자율신경계 이상 문제로 (지난해) 한국여자오픈 대회 때 매우 힘들었는데, 올해는 그때까지 경기력을 잘 유지해서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해 미국 진출을 노렸던 홍정민은 해외 진출 재도전 의사를 묻는 말엔 "다시 해보고 싶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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