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임들을 완전히 지워버릴 것으로 예측됐던 게임업계의 자연재해 GTA6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락스타게임즈는 올해 3분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GTA6의 발매를 내년 5월로 연기됐다고 발표했으며, 대신 바이스 시티를 넘어 리오나이다 주까지 확대된 거대한 오픈월드, 화려한 추격전, 다양한 범죄 행위 등이 담긴 새로운 트레일러를 공개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5년은 락스타게임즈가 이전부터 GTA6 출시를 예고했기 때문에, 최고의 게임을 가리는 GOTY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예상이 많았다. 다른 게임들이 아무리 호평받고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다고 해도, 누적 판매량 2억장을 돌파한 GTA5의 후속작과 경쟁 구도를 만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GTA6가 2026년으로 연기되는 바람에, 올해 GOTY 경쟁이 역대급으로 매우 흥미진진해진 상황이 됐다. 기존 인기 시리즈의 후속작뿐만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신작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잆는 상황이 됐다.

현재 판매량만 보면 발매 3일만에 800만장, 한달만에 1000만장을 넘긴 몬스터헌터 와일즈가 가장 앞서 있긴 하다. 와일즈 이전 작품만으로 누적 1억장을 돌파한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신작이다보니, 출시 전부터 GTA6와의 GOTY 경쟁이 두렵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몬스터헌터 월드의 경우 역대 최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했으나, 역대급 강력함을 자랑했던 레드데드리뎀션2, 갓 오브 워(리부트)와 같은 해에 출시되면서 수상 운이 없었지만, 올해는 많은 대작들이 GTA6를 피했고, 게임성도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시리즈 최초로 GOTY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GOTY 경쟁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신예들의 돌풍도 만만치 않다. 철저한 고증으로 중세 시대 시뮬레이터 게임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워호스 스튜디오의 킹덤컴 딜리버런스2도 출시 3개월만에 전 세계 300만장을 돌파했으며, 프랑스 신생 개발사 샌드폴 인터렉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 33 원정대도 발매 당일 게임패스 입점돼 XBOX 판매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12일만에 200만장을 돌파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각종 버그와 최적화 문제로 혹평을 받았던 킹덤컴 딜리버런스2가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과 비교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가진 오픈월드 게임으로 완성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회사 설립 후 첫 작품이고, 불과 30여명이 개발한 클레르 옵스퀴르 : 33 원정대가 JRPG의 새로운 진화를 선보였다면서, 메타크리틱 92점, 이용자 평가 점수 9.6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또한, 지난 2021년에 잇 테이크 투로 GOTY 수상의 기쁨을 맛봤던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는 올해도 협력 게임 스필릿 픽션을 400만장 이상 판매하고, 메타크리릭에서도 91점을 받으면서, 또 다른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곧 출시될 라인업들도 게임들도 흥미진진하다. 마리오카트 월드는 오랜만에 등장하는 마리오카트 시리즈 신작이기도 하고 닌텐도 스위치2 런칭 타이틀인 만큼, 스위치2와 함께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22년에 압도적인 성적으로 GOTY를 휩쓸었던 엘든링의 스핀오프 작품인 엘든링 밤의 통치자 역시 강력한 팬층의 지지에 힘입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외에도 약간 마니악한 느낌도 있긴 하나, 오랜만에 돌아오는 보더랜드4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인기 게임이다.

지난 2018년 배틀그라운드 이후 GOTY와는 인연이 없는 국산 게임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지난 2023년에는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이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펄어비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붉은사막’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형 게임사가 아니면 개발하기 힘든 대형 오픈월드 액션 게임은 제대로만 나온다면 매년 GOTY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이고, 게임스컴 등 해외 게임쇼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만큼, 기대했던 모습대로 나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올해 3월에 얼리액세스를 시작한 인조이 역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게임이다. 현재 얼리액세스 단계이기 때문에 GOTY 자격은 없지만, 발매 하자마자 100만장을 돌파하면서, 수십년간 대체제가 없었던 심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GTA6가 있으니 어렵겠지만, 올해 최대한 게임성을 보완해서 얼리액세스를 끝내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판매량이 높지는 않지만, 묵직한 액션으로 호평받은 카잔 퍼스트 버서커도 있고, 아직 모든 것이 미지수이긴 하지만, 카카오게임즈와 크로노 스튜디오의 크로노 오디세이도 각 부분별 수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GOTY 수상이 게임 성공의 전부는 아니지만,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개발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므로,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게임사들 입장에서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지난 2022년 엘든링, 2023년 발더스게이트3 처럼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으로 GOTY를 차지한 경우도 있지만, 2021년 잇 테이크 투, 2024년 아스트로봇처럼 특별히 튀는 게임이 없는 혼돈의 시장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GOTY를 수상한 경우도 있다. 올해는 강력한 후보였던 GTA6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혼돈의 상황이 펼쳐지긴 했지만, 워낙 훌륭한 신작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누가 수상하더라도 받을만한 게임이 받았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