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 확대는 물론 그들의 기술을 레거시 자동차 업체들에게 공급한다고 했었다. 자동차 업체들의 생각과는 별도로 서방 국가들은 그들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기술이 더 우위에 있다고 믿는다. 보통 사람들도 레거시 업체들에 대해 더 높은 신뢰를 보인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3,000만 대가 넘는 신차 판매 중 약 2,300만 대 이상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중국 자동차의 기술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을 사용하는 빈도와 점유율로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를 요약해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이미 2017년에 ‘시장이 곧 기술’이라고 했었다. 그에 대해 기자는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2025 상하이 오토쇼는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서구 자동차 회사들은 ‘다시 중국으로’를 외치며 중국화에 속도를 냈다. 그 이면에는 중국 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이 있다. BMW를 중심으로 현재의 상황을 짚어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간략히 21세기 초의 상황을 정리한다. 20세기 말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비용 절감 압박에 시달렸었다. 그래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탄생했고 현대와 기아가 합병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래도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기술이 없었던 중국은 자본과 인력을 제공하면서 시장을 개방했다. 2000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연간 200만 대에 불과했다. 중국이 시장을 개방한 21세기 초는 자동차 업체들에게 중국은 구세주였다. 비록 50:50이라는 지분 한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서구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에 합작 회사를 설립하며 날개를 달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할부 금융이 시작되면서 시장은 본격적으로 폭발했다. 그때부터 글로벌 업체들은 중국을 투자와 수익의 대상으로 여겼다. 2009년 포르쉐가 파나메라를 상하이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선진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으로’ 가는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2010년을 전후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GM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로 도요타는 창업자 손자인 아키오 도요타를 불러내 난국 타개에 나섰다. 그래도 중국이라는 시장이 있어서 두 회사는 살아날 수 있었다. 2010년대에 GM은 중국 시장 판매 대수를 2017년 400만 대까지 끌어올렸고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2017년 중국 시장 점유율은 25%인 480만 대에 달했다.

많은 이들은 미래에도 중국 시장은 그들에게 달러박스가 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2020년, 그러니까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상황은 역전됐다. 그리고 3~4년 사이 모든 서구 레거시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시장 판매가 절반 또는 1/4까지 하락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연간 판매 3,000만 대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달성했다. 당연히 그만큼 레거시 업체들의 점유율은 폭락했다. 2023년 GM은 210만 대로 하락했고 일본차의 점유율은 11.2%까지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179만 대를 판매했으나 사드 사태 이후 하락해 2023년 25만 대까지 하락했다.​

거기에 지금은 트럼프가 막무가내식 관세 정책 등으로 산업 구조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야 하고, 중국의 시장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관세 회피를 위해 생산지를 미국으로 옮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전히 잠재력이 높은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도 중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2025 상하이 오토쇼는 수년 전부터 중국으로의 투자를 늘려오던 레거시 업체들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었다. 그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사이 중국은 그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지금은 입지가 역전됐다. 물론 여전히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만드는 기술은 머지않아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에 대한 대응책은 업체마다 다르다. 유럽 메이커들은 그들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다시 중국 시장의 재건을 노리고 있다. BMW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중국 투자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2024년 중국 내 BMW와 미니 판매량은 13% 감소한 71만 4,500대를 기록하며,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는 올해 BMW가 추진한 행보를 중심으로 중국 전략을 정리해 본다.

BMW는 ‘BMW 차이나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차세대 지능형 콕핏과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 주행 제어 시스템을 공개하며 중국 시장을 겨냥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단순히 바퀴 달린 스마트 장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인텔리전스를 통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BMW의 노이어 클라쎄에 처음 적용될 ‘하트 오브 조이’ 시스템은 파워트레인과 섀시 컨트롤을 통합된 디지털 신경계에 연결했다. 이 시스템은 고속 데이터 전송을 통해 의사 결정 대기 시간을 1밀리초 미만으로 줄여 기존보다 10배 빠른 반응 속도를 제공하며, 직관적이고 원활한 주행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BMW는 ‘비주얼 콘(Visual Cone)’ 디자인을 통해 운전자의 자연스러운 시선에 맞춘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며, 방해 요소를 최소화했다. 또한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윈드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나노 코팅된 4K 해상도 프로젝션을 구현하여, 편광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가시성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실시간 노래 가사를 표시하는 리릭 뷰(Lyric View) 기능 등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약 100개의 기능이 포함됐다.

BMW는 상하이에 새로운 연구개발(R&D) 센터를 열고, 자율주행, 디지털 서비스, 미래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지 기술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혁신의 엔진으로 부상했으며, BMW는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첨단 기술 융합과 시스템 통합 전문성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부진한 판매량을 회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해석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기업용 기술 플랫폼인 볼케이노 엔진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BMW의 중국 내 합작법인인 BMW 브릴리언스의 디지털 자회사 링위 디지털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의 주도로 진행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 경험 혁신과 딜러 운영 효율성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BMW는 AI 기반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공, 실시간 고객 응대, 몰입형 디지털 경험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품 추천부터 구매 지원, 온라인 고객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에서 맞춤형 디지털 경험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BMW가 지난 3월 중국 시장에 발표한 ‘총체적 AI 전략(Holistic AI Strategy)’의 핵심 진전으로 평가된다. BMW는 연구개발, 생산, 공급망, 제품, 서비스, 운영 전반에 걸쳐 AI 기술을 통합해 디지털 혁신을 전사적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볼케이노 엔진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추천 알고리즘 전문성을 활용해 보다 정밀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지능형 고객 서비스와 몰입형 참여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MW와 바이트댄스는 이미 2019년부터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협력해 왔으며, 이번 파트너십 심화는 BMW가 중국 시장에서 지능형 기술 혁신을 통한 장기적 성장 전략을 지속 추진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발표한 화웨이가 하모니 운영체제(HarmonyOS)를 기반으로 하는 온보드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해 파트너십을 강화한 것도 주목을 끈다. 화웨이는 2026년부터 화웨이의 하이카(HiCar) 모바일 앱을 현지에서 생산된 차세대 모델에 통합할 계획이다. BMW는 올해 말, 사용자가 화웨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차의 잠금을 해제하고 잠그며 시동을 걸 수 있는 하모니OS NEXT 시스템 기반 BMW 디지털 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MW는 중국에서 MyBMW 앱 사용자의 거의 4분의 1이 화웨이 기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BMW는 하모니OS 에코시스템과 긴밀하게 통합함으로써, 하모니OS 사용자를 위한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 및 디지털 연결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빈도가 높은 사용 시나리오에서 지능형 경험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알리바바와는 차량에 통합된 AI 기반 개인 비서를 개발하고 있다. 2026년부터 중국에서 생산되는 노이어 클라쎄에는 알리바바의 AI 모델을 활용한 맞춤형 비서가 탑재될 예정이다. 또한 화웨이의 하모니OS와 긴밀히 통합하여 중국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 및 디지털 연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그동안의 칩거에서 벗어나, 중국 정부가 주재하는 회의에 공식 등장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시진핑이 공동부유의 한계를 느끼고 다시 덩샤오핑 시대의 선부론을 주창하고 있다는 분석이 중국 미디어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BMW는 중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언어 모델, 생성형 AI 및 지능형 음성 상호작용을 포함한 스마트 커넥티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 기술 회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글로벌 혁신의 엔진으로 부상했다며, BMW는 공동 R&D 및 공동 창조 분야의 선도적인 현지 기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시스템 통합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첨단 기술을 융합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혁신적인 2.0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화웨이와 OS를 개발하기로 했다. 혼다도 중국에서 자동차 지능화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할 새로운 조직을 출범한다. 이는 중국 내 내연기관차 생산 시스템을 축소하고 전기차 개발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4월 중 소프트웨어 연구 및 개발을 담당하는 ‘인텔리전스 관리 부서’를 설립할 계획이다.

혼다의 중국 시장 내 신차 판매량은 2020년 162만 대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30% 감소한 85만 대에 그쳤다. 혼다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전기차 개발과 소프트웨어 혁신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닛산도 중국에 100억 위안 투자를 발표했다.

콘티넨탈은 새로운 자동차 그룹 부문 브랜드 ‘아우모비오(Aumovio)’를 공개했다. 아우모비오는 ‘자동차(au)’, ‘이동성(mo)’, ‘혁신(i, o)’이라는 핵심 가치를 결합한 네이밍이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콘티넨탈은 이미 30년간 중국 시장에 진출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이번 브랜드 출시는 중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지 팀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여 빠른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발 주기가 짧은 중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초기에는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이러한 솔루션들이 결국 글로벌 서비스의 일부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에서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하여 다른 고객에게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으로 중국의 자동차 기술 회사 ECARX와 퀄컴 테크놀로지스가 지능형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의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 오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양사는 이미 전 세계 810만 대 이상의 차량에 성공적으로 적용된 ECARX의 풀스택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능을 퀄컴 테크놀로지스의 여러 세대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과 통합할 예정이다.

2025 상하이 오토쇼에서 서구 자동차 회사들의 구호는 ‘다시 중국으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연구개발센터를 확대하는 등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이번에는 더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과거와 다른 점은 그들의 기술을 중국 내 합작회사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업체들이 그들의 기술을 공급해, 중국 시장을 노리는 레거시 업체들을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검승부의 시작일 수도 있다. 문제는 레거시 업체들이 도전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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