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페이스 리프트 된 5세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ESCALADE)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4주 전이었던 2025년 4월 16일에 출시됐습니다. 에스컬레이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의 바탕이 된 5세대 모델의 첫 출시는 미국에서는 2020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5년만의 페이스 리프인 것입니다.
5세대 에스컬레이드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정말 많이 목격됐습니다. 특히 TV 뉴스를 중심으로 수없이 많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최근 몇 달간 TV에 나온 에스컬레이드의 모습은 우리나라에 에스컬레이드가 수입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이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미국에서는 2024년 7월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됐으며, 2025년 초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1세대 모델이 1998년에 나왔고, 이제 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까지 진화하면서 27년이 되면서 미국의 럭셔리 풀 사이즈 SUV를 가장 잘 보여주는 차량 중 하나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 리프트 된 앞 모습은 최근의 캐딜락 전기동력 차량과 유사한 세로형 헤드램프에, 마치 방패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캐딜락 심벌 등을 적용해 큰 폭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크게 변화된 건 헤드램프의 디자인입니다. 이전에는 수평 형태의 헤드램프가 높게 달려있었지만,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서는 수평 위치에는 주간주행등 일부가 가늘게 들어가 있고, 헤드램프는 이전의 수직 주간주행등과 같이 배치됐습니다. 수직 위치의 헤드램프가 캐딜락의 이미지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페이스 리프트 모델과 이전의 모델을 같이 배치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놓고 비교한 사진을 보니 범퍼만 바뀐 것인 데도 꽤 많이 바뀐 느낌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동시에 비교하지 않고 따로따로 보면 변화의 폭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법합니다. 그렇지만 수평 헤드램프가 사라진 때문인지 페이스 리프트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더 크게 강조돼 보입니다.

측면 이미지는 크게 바뀐 건 없어 보입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C-필러의 크롬 가니시가 더 넓어진 것입니다. 이전 모델도 크롬 마감 모델에는 C-필러에 크롬 가니시가 있었지만, 폭을 더 넓힌 걸로 보입니다.

휠은 22인치를 기본으로 24인치까지 있다고 합니다. 24인치면 양산 차량 휠 크기로는 가장 큰 게 아닐까 합니다. 사실상 24인치 규격의 휠과 타이어는 과거에는 디자이너들의 스케치 속에서나 가능한, 현실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크기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현실에서, 그것도 콘셉트 카가 아닌 양산차에서 24인치 휠을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1987년에 등장했던 1세대 프라이드 승용차의 휠이 12인치 규격이었던 걸 생각하면 산술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그야말로 두 배의 크기입니다. 물론 프라이드와 에스컬레이드는 체급이 전혀 다른 차이긴 하지만, 40년 전에도 미국의 풀 사이즈 SUV의 휠 규격은 15인치가 가장 큰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24인치 크기의 휠이나 초저편평 타이어라면 승차감을 얼마간, 아니 어쩌면 상당히 많이 양보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행 안정성이 좋아지는 장점도 있을 것입니다.

에스컬레이드의 디자인에서 대표적 디테일 하나는 바로 D-필러를 덮고 있는 수직형 테일 램프일 것입니다. 이 디자인은 마치 에스컬레이드의 시그니처 같은 디자인 요소일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10여 미터쯤 떨어져 있어도 에스컬레이드 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개성을 풍기는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자동차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단지 효율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지만, 실내의 디자인 변화는 꽤 큽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운전석 디스플레이 패널이 전에는 두 장을 겹쳐 놓은 것 같던 구성에서 이제는 좌우로 길게 한장처럼 구성된 건 물론이고 조수석에도 긴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가 있어서 그야말로 인스트루먼트 패널 전체가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패널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스플레이 패널 바로 앞쪽에 마치 선반처럼 원목 패널이 좌우로 길게 놓여 있어서 전형적인 미국식 자동차의 감성을 풍깁니다.

실내의 좌석 배치나 앞 좌석 헤드 레스트의 개별 스피커 설치 등은 기존의 5세대 모델의 구성에서 바뀌지 않았습니다. 실내의 거주성이나 운행 중의 경험을 중시한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된 것입니다.

전통적인 자동차가 이동 자체가 목적이면서 이동의 수행이라는 관점에서 주행성능과 코너링 등의 성능에 집중했다면, 미래의 모빌리티는 이동 자체보다는 이동 중의 경험과 공간 활용에 중점을 두는 성격이라고 할 때, 미국의 대형 SUV는 어쩌면 과거부터 그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그런 거주성이나 공간 체험의 콘셉트를 가장 미국적인 내/외장 디자인과 큰 차량의 크기로 보여주는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나 대중성보다는 호화로움에 더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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