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차 시장에서 지난 4월 판매 1위에 오른 기아 스포티지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영국 자동차 시장은 오랫동안 해치백이 주도해 왔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영국 시장을 장악해왔던 비결도 피에스타, 포커스, 골프와 같은 걸출한 해치백이 있어 가능했다.
해치백 인기가 계속되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 5년 중 최소 3년은 소형 SUV가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올라섰다. 해치백 이상으로 넓은 공간, 높은 시야, 덩치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 진화한 디자인이 소형 SUV를 찾게 했다.
영국은 저명한 자동차 매체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1895년 창간한 오토카(AUTOCAR)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전문지로, 업계 전문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매체다.
소형 SUV 수요가 급증하자 오토카는 판매 중인 모든 신차를 실제로 운전해본 전문가 리뷰 패널을 근거로 상품성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1위는 다치아 소형 SUV 더스터(Dacia Duster)가 차지했다. 오토카가 지목한 더스터의 최대 강점은 가성비다.
2025년 4월 영국 베스트셀링카 순위. (SMMT)
1.2ℓ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와 1.6ℓ 풀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 더스터는 영국 기준 약 1만 8745파운드(한화 약 3500만 원)부터 시작한다. 경쟁 차종인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 모델의 시작가는 약 2만 8000파운드로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오토카는 이어 스코다 엘록(Elroq), 닛산 캐시카이(Qashqai), 볼보 XC40, 아우디 Q3, 기아 EV3 순으로 소형 SUV를 평가했다. 반면 현대차 투싼, 마쓰다 CX-5, 기아 스포티지,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판매 순위는 딴 판이다. 지난 4월 기준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 스포티지로 3514대가 등록됐다. 이어 포드 퓨마 3311대, 복스홀 코르사 2376대, 닛산 캐시카이 2197대 순이다. 오토카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더스터는 상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오토카와 다르게 소비자들은 스포티지의 상품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기아 스포티지의 상승세는 올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4월 누적 판매는 1만 6380대로, 포드 퓨마(1만 8241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퓨마를 바싹 추격하고 3위 닛산 캐시카이(13989대)와는 격차를 벌리고 있어, 연말 기준 1위 등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스포티지의 판매 급증은 기아 브랜드 전체 상승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기아는 4월 한 달간 8320대를 팔아 BMW(8086대), 아우디(8017대)를 제치고 브랜드 순위 2위에 올라섰다. 1위는 폭스바겐(1만 0474대)이다.
2025년 1월~4월 누적, 영국 베스트셀링카 순위. (SMMT)
작년 4월만 해도 기아는 폭스바겐, BMW, 아우디에 이어 4위에 포진해 있었다. 단숨에 3계단을 상승한 기아는 1~4월 누적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5.48% 증가한 4만 3383대를 팔아 BMW(4만 3645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합산 점유율이다. 스포티지와 함께 투싼의 선전으로 기아(6.19%)와 현대차(4.48%)를 더한 시장 점유율은 10.67%로 영국 신차 시장 1위로 도약했다. 한편, 영국은 독일에 이어 유럽 2위 규모의 자동차 시장으로, 2025년 1~4월 누적 등록 대수는 70만 083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9% 증가하면서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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