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미국 진출했을 때 느꼈던 감정…유빈이도 똑같이 느낄 것"

[KPGA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서귀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탱크' 최경주(54)는 까마득한 후배 장유빈(23)을 남다르게 바라본다.
한국 선수 최초로 LIV 골프에 진출한 장유빈의 모습이 25년 전 미국 무대에 진출한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7천326야드)에서 열린 기부 이벤트 대회, SK텔레콤 채리티 오픈 2025에 참가한 뒤 장유빈에 관해 애정 섞인 조언을 건네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최경주는 "장유빈은 내가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올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장유빈이 좋은 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며 "그때까지 단점을 이야기하고 흠집을 내는 것보다 격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유빈은 지금 나이에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난 그 나이 때 방위로 군 복무 중이었다"고 감쌌다.
최경주는 한국 남자 골프의 선구자다.
2000년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정식 데뷔해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을 이겨내고 길을 텄다.
최경주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고, 그를 롤모델로 삼은 수많은 유망주가 뒤를 따랐다.
과정은 힘겨웠다. 최경주는 "당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입술이 수없이 부르텄다"며 "이 과정을 이겨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데, 이 시기를 극복하면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빈이는 이제 막 해외 진출을 한 선수"라며 "언어, 식사, 문화 등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유빈이를 조금 기다려주자"고 거듭 강조했다.
장유빈은 지난해 KPGA투어 대상과 상금왕 평균타수 1위 등 주요 개인 타이틀을 석권한 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LIV 골프에 진출했다.
장유빈은 기대와 다르게 대회마다 저조한 성적을 냈다.
올 시즌 LIV 골프 7개 대회에서 모두 20위권 밖의 성적을 냈다.
그는 지난 4일 국내에서 마무리된 LIV 골프 코리아에선 48위에 그치며 고개를 떨궜다.
장유빈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다음 달 재개하는 LIV 골프 일정에 앞서 국내 대회에 출전해 분위기 쇄신을 노린다.
그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25 KPGA SK텔레콤 오픈 2025(총상금 13억원)에 출전한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대선배 최경주와 자선 이벤트에 나선 장유빈은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른 것 같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뒤 28일 미국으로 출국해 다음 달 7일부터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리는 LIV 골프 버지니아에 출전할 예정이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