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닛산자동차가 다시 궁지에 몰려 있다. 이번에 발표한 대대적인 경영 구조조정 계획을 ‘리 닛산(Re Nissan)이라고 표현한다. 1998년 부도 위기 때의 닛산 리바이벌이 떠 오른다. 그때는 르노가 지분 투자를 하며 위기를 넘겼다. 코스트 커터로 불렸던 카를로스 곤이라는 경영자가 르노와 닛산의 CEO를 겸임하며 두 회사의 시너지를 노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플랫폼 통합과 부품 공유 등을 원만하게 이루지 못했다. 카를로스 곤도 불미스러운 사태로 물러났다. 당시 카를로스 곤은 닛산 리바이벌을 외치며 과잉 설비와 인력 감축을 감행했다.
지금 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닛산은 현재 일본과 미국 공장의 가동률이 50%대에 머무는 등 심각한 과잉 생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닛산은 일본과 해외 7개 공장을 폐쇄 또는 생산 중단하고, 전체 생산량의 30%에 해당하는 감산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2만 명의 인력 감축 또한 불가피하다. 부품 라인업 축소와 부서 간 협력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도 병행될 계획이다.
이는 26년 전 닛산이 당시 COO였던 카롤르스 곤의 주도하에 추진했던 구조조정과 다르지 않다. 당시 닛산은 53%까지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 내 5개 공장을 폐쇄하고 연간 생산량 75만 대(당시 생산 능력의 30%)를 감축했으며, 2만 1천 명의 인력을 감원했다. 부품 조달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토 또한 '곤 쇼크'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
감축 대상 공장과 인력 규모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닛산이 현재 추진하려는 구조조정의 방향성은 과거와 매우 유사하다. 다만, 26년 전과는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첫째, 이번에는 프랑스 르노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좋든 싫든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했던 카를로스 곤이라는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 곤 전 회장의 지휘 아래 예상보다 빠르게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성장 궤도에 올랐던 닛산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2011년에는 6개년 경영 계획 '파워 88'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8%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과 브라질과 같은 신흥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금 닛산은 1999년과 유사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3월 결산 기준 6,708억 엔의 손실은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이다. 곤 전 회장이 구조조정에 착수했던 2000년 3월의 손실액 6,843억 엔과 불과 135억 엔 차이에 불과하다. 이는 수직구조의 기업 문화에서 기술 개발보다는 현실에 안주한 경영진들의 자세가 가장 크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 말 한국시장을 철수한다는 결정을 했을 때 이런 지적을 한 바 있다.
결국 닛산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진의 원인이 곤 전 회장의 무리한 확장 노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곤 전 회장이 체포되어 닛산을 떠난 지 7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건에 실패한 경영진의 책임 또한 무겁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화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자율주행차, 기후 변화 대응 등 미래를 위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닛산은 당장에 투자보다는 감축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번에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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