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의 중형 승용차 A5 시리즈가 공개됐습니다. 차체 크기는 전장ⅹ전폭ⅹ전고가 4,835ⅹ1,869ⅹ1,460(mm)이고 휠베이스는 2,900mm 정도입니다. 그런데 전체 제원도 그렇고 휠베이스 역시 사양 별로 2,897~2,902mm라는 식으로 범위의 형식으로 발표돼서 어느 사양이 정확히 몇 mm 인지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전장이나 휠베이스의 치수 차이가 5~6mm 범위에서 차량의 모델 별 범퍼 디자인이나 엔진 사양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는 걸로 보입니다.

이 정도의 치수 제원이면 거의 우리나라의 중형급에서 약간 큰 정도의 크기입니다. 즉 D-세그먼트 쏘나타 정도의 크기로 보면 될 듯합니다.

아우디의 A5시리즈는 2007년에 나온 1세대 모델이 3박스 구조의 2도어 쿠페로 나왔었습니다. 아우디에서 짝수가 세단 형태의 차체를 구분하는 의미였고, 홀수는 해치백이나 쿠페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2도어 3박스의 정통 쿠페 구조의 차체로 나왔었습니다.
그 당시에 아우디의 총괄 디자인 책임자였던 발터 드 실바가 A5를 가리켜 자신이 지휘한 디자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인터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만큼 디자인의 완성도를 추구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실제로 1세대 A5는 2005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던 아우디의 모노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서 전반적으로 간결한 차체 조형에 미묘한 곡선의 캐릭터 라인이 잘 조화되면서 은근한 멋을 풍기는 디자인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2016년에 등장한 2세대 A5는 1세대에서 제시했던 미묘한 곡선의 캐릭터 라인을 유지하면서 C 필러를 크게 눕힌 패스트 백 형태의 차체에 테일 게이트를 가진 5도어 해치백 차체로 변화됩니다.
그리고 사각형 모노프레임 그릴은 마치 육각형처럼 보이는 형태로 변화됩니다. 1세대 모델의 은근함 대신 2세대 모델은 강하게 어필하는 느낌의 디자인으로 변화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살펴보는 3세대 A5는 더 강한 인상의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강렬한 인상의 LED 헤드램프, 그리고 헤드 램프 아래쪽에 자리잡은 텔타(Δ) 형태로 보이는 은빛 프레임 형태의 에어 인테인크 디자인으로 인해 1세대 모델이 보여주었던 절제미와 대비되는 강렬하고 조금은 우악스럽기도 한 모습으로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1세대의 디자인을 지휘했던 수석 디자이너 발터 드 실바가 현재의 새로운 3세대 모델을 본다면 박수를 칠 것인지 고개를 갸웃 갸웃거릴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과거의 수석 디자이너 발터 드 실바는 은퇴 후 현재는 하이힐 구두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동차와 하이힐은 일견 전혀 다른 대상처럼 보이지만, 그 형태의 구성으로 본다면 비슷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곡면이 존재하고, 때로는 팽팽한 선으로 이루어진, 그리고 광택이 잇는 표면의 질감에 뾰족한 힐의 굽이 주는 긴장감 등은 그야말로 자동차 차체 디자인과 매우 비슷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3세대 A5의 뒷모습은 강렬한 앞 얼굴과는 달리 수평적이면서 볼륨감을 강조한 디테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테일 게이트에 의해 열리는 차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내로 오면 최근 아우디의 특기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풍부하게 적용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디스플레이 패널을 많이 쓰는 건 이제는 더 이상 아우디만의 특징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디스플레이 패널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는 게 요즘의 추세다 보니 아우디만의 특징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형상이 수평적 기조를 가지면서도 마치 둥그스름하게 돌출된 선반처럼 보이는 형태는 랩 어라운드(wrap around) 형태의 새로운 응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랩 어라운드 디자인이라고 하면 실내공간 전체를 둥그스름하게 둘러싼 듯한 형태 구성이었습니다. 그런 형태 구성은 물론 아늑한 인상을 줄 수는 있지만, 구석 공간이 둥근 형태로 채워지면서 실내가 좁아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A5에서 보는 둥근 선반 형태는 공간의 입체감을 강조하면서도 구석의 공간 손실, 즉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가 없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그런 형태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양쪽 끝이 실내 도어 핸들과 연결되는 독특한 디자인 구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조수석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도 동승자용 디스플레이 패널이 마름모 형태-정확히는 평행사변형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로 만들어져 설치돼 있습니다.

앞서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많이 쓰는 게 요즘의 특징이라고 했습니다만, 3세대 A5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순한 사각형에서 변형된 형태를 보여줍니다. 조수석 디스플레이 패널은 평행사변형이지만, 운전석부터 센터 페시아까지 적용된 긴 디스플레이 패널은 마치 스노 보드 형태의 곡선형으로 만들어진 패널이 붙어 있습니다.

한편, 최근 차량의 실내에서 관찰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스티어링 휠, 즉 핸들이 둥근 형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아래쪽이 평평하게 잘린 듯한 형태의 D-컷 스티어링 휠은 정말로 많이 볼 수 있고, 아래 위를 모두 평평하게 자른 형태, 이른바 더블 D-컷 스티어링 휠도 의외로 많습니다.

3세대 A5의 스티어링 휠 역시 더블 D-컷 형태이고, 더 나아가 전체 형태가 마치 육각형처럼 만들어 놓아서 스티어링 휠과 전면의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과 아이덴티티를 비슷하게 맞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한편 해치백 구조에서 얻을 수 있는 2열 이후의 적재공간의 활용성은 A5 세단의 장점일 것입니다. 대개의 세단이 트렁크 공간이 비좁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만, 이처럼 테일 게이트를 가진 구조에서는 활용성이 매우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살펴본 3세대 A5 승용차는 세단의 이미지, 쿠페의 패스트 백 형태의 스포티함, 그리고 5도어 해치백의 실용성을 모두 갖춘 성격의 차량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한 역동적이고 강렬한 인상의 전면 디자인으로 아우디가 생각하는 실용성과 역동성을 하나의 차체에 녹여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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