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2025년 5월 19일, 퀄컴은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되는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퀄컴은 플랫폼, 연결성,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엣지 디바이스에 변화를 줄 거라 확신하고 있다”고 말한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기조연설 대부분을 스냅드래곤 X와 인공지능 PC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파트너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에이수스, HP, 레노버 등 PC 제조사 제품도 함께 소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신제품 발표보다 스냅드래곤 X 기반 인공지능 PC의 발자취를 언급하는 수준이어서 신선함은 없었다.
호환성 문제 겪은 스냅드래곤 X, 1년간 잘 버텼다 ‘자화자찬’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2024년, 퀄컴은 스냅드래곤 X와 X 엘리트(Elite)를 공개했고 성능 및 배터리 수명을 갖춘 새로운 유형의 장치가 등장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공지능 분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있다. 물론, 스냅드래곤은 인공지능 PC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스냅드래곤 X 기반 PC의 성과를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윈도 생태계 성능 리더십 회복을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5월, 인공지능 기능을 내장한 ‘코파일럿 플러스(Copilot+) PC’를 공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 AMD 등 일반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제품이 아닌 퀄컴 스냅드래곤 X 칩을 탑재한 제품을 먼저 공개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X 칩은 인텔, AMD의 중앙처리장치와 구조가 다르다. 인텔, AMD 중앙처리장치는 다양한 명령어를 처리하는 x86 설계가 적용됐지만 퀄컴은 스마트 기기에 탑재되는 것과 같은 Arm 설계를 따른다. 기본 명령어 처리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스냅드래곤 X 기반 PC에는 ‘Arm 용 윈도(Windows for Arm)’를 설치해야 한다.
PC 시장을 향한 퀄컴의 도전은 긍정적이었으나 출시 초기 호환성 문제를 겪으며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일부 노트북은 어도비 소프트웨어와 호환되지 않으면서 사진영상 전문가들에게 불편함을 줬다. 추후 업데이트로 호환성을 일부 확보했지만 인텔, AMD 기반 코파일럿+ PC가 시장에 합류하면서 빛을 잃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스냅드래곤 X 출시 이후 기본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 수가 3배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750개 앱이 직접(네이티브) 작동해 최적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신경망 처리장치(NPU)를 활용하는 기능도 50종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스냅드래곤 X 출시 1년이 지난 뒤에야 상위 200개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을 확보했다는 점은 Arm 기반 PC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출시 초기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FC 온라인, 배틀그라운드 등 인기 게임과의 호환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 부분도 출시 1년 동안 꾸준히 개선되며 1400개 이상 게임을 지원하게 됐다. 하지만 목록에는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포트나이트의 안티치트(부정행위 방지) 기능이 시스템과 호환돼 원활한 실행이 가능하다.
퀄컴 스냅드래곤 X 기반 PC는 85종 이상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2026년에는 100종 이상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기업이 PC 시장에 진입하면서 점유율 10%에 도달하는 데 7년에서 9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퀄컴은 2025년 1분기에 미국 소매점과 유럽 상위 5개 국가 시장에서 약 9%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결국 믿을 건 ‘인공지능 PC’
퀄컴이 컴퓨텍스 2025에서 강조한 것은 결국 ‘인공지능(AI) PC’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개인용 컴퓨팅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퀄컴은 최고의 성능과 장시간 유지되는 배터리 수명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획기적인 인공지능 경험’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봤다. 퀄컴은 모든 단일 장치에서 인공지능 추론 기능을 구현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 강자인 퀄컴이 인공지능 PC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호환성 확보가 절실하다. 단일 장치로 인공지능 처리 성능이 뛰어나다 강조하지만 인텔과 AMD도 인공지능 처리 성능을 강화하며 추격을 따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지속력에 큰 관심이 없다면 지포스 혹은 라데온 그래픽 처리장치가 탑재된 인공지능 PC가 성능이 더 뛰어나다. 퀄컴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텔, AMD 수준의 호환성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가격적 이점을 갖춰야 한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2025년 9월 23일부터 9월 25일까지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될 퀄컴 서밋(Qualcomm Summit) 2025에서 성능 향상을 이룬 PC용 차세대 칩을 공개할 뜻을 밝혔다. 이어 “스냅드래곤은 PC의 핵심이자 상상했던 방식으로 인공지능 PC 전환을 가능케 하도록 설계했다. 퀄컴은 인공지능 시대에 경험의 미래를 재구성하고 파트너가 성공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