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영화 시장에서 게임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처참했던 퀄리티와 영상으로 “게임 영화는 망한다”라는 징크스까지 있었지만, 최근 잇따라 게임 소재의 영화가 대흥행을 거두면서 이 징크스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는 유독 게임과 인연이 없는 한국 영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한국은 유독 게임 원작 영화나 콘텐츠와는 연이 없는 시장으로 분류됐다. 물론, 과거 2001년 개봉한 ‘툼레이더’(48만 관람객)나 200만 관객을 돌파한 ‘레디플레이어 원’ 같은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툼레이더’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안젤리나 졸리의 티켓 파워가 큰 역할을 했고, ‘레디플레이어 원’은 엄연히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로 보기 힘든 것이 사실.
이와 반대로 게임 원작 영화가 흥행을 거두지 못한 사례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실제로 2021년 개봉한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의 경우 팬들을 분노케 하는 원작 파괴 수준의 스토리와 수준 낮은 연출로 관객 수 1만 명을 기록하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2019년 개봉해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 기록을 달성한 ‘명탐정 피카츄’의 경우 70만 관객에 그치는 등 타 국가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언차티드’ 역시 전세계 3억 9천 2백만 달러의 흥행을 거뒀으나 한국에서는 관람객 72만에서 멈췄다.

이렇듯 해외의 높은 이름값을 지닌 작품들이 유독 한국에서는 기세를 펼치지 못했지만, 2023년 개봉한 ‘프레디의 피자가게’(Five Nights at Freddy's)의 흥행 이후 이러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2014년 발매된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어린이들을 위한 피자가게에 5일간 야간근무를 하며, 애니메트로닉스에게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포 게임으로, 저연령층 유튜버들에게 스트리밍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23년 개봉한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원작의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애니매트로닉스’를 현실적으로 구현했고, 2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촬영된 영화임에도 전세계 2억 7,184만 달러에 달하는 대흥행을 기록했다.

이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한국에서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개봉 첫날 2023년 공포 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4주간 약 70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 2023년 공포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달성했다.

이후 게임 영화의 흥행은 이어졌다. 2023년 개봉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개봉 1주 전부터 예매가 매진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고, 개봉 첫 주에만 90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입장했다.
이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4월 개봉 이후 무려 12월까지 연속 개봉을 이어갔고, 총 239만 명이라는 기록을 달성. 최근 4년간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게임 영화 흥행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 최근 등장했다. 바로 지난 ‘마인크래프트 무비’다. 전세계 3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마인크래프트’를 소재로 지난 4월 4일 북미 지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에만 4,269개 극장에서 1억 5,700만 달러(한화 2,304억)에 달하는 흥행을 달성했고, 각종 밈(MEME)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4월 30일 개봉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높은 예매율에 힘입어 개봉일을 4일 당긴 4월 26일 토요일로 개봉이 당겨졌는데, 이는 2000년대 이후 헐리우드 영화가 처음으로 토요일에 상영을 시작한 첫 사례로 남았다.
이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위력은 엄청나 개봉 첫 주 56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2주 만에 100만 명을 돌파. 현재도 전체 예매 7위를 기록하는등 2025년 개봉 영화 중 손에 꼽히는 성적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되는 중이다.
이처럼 게임 영화가 한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현재 촬영이 예정된 게임 원작 영화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프레디의 피자가게’와 같이 저연령층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공포 게임 ‘8번 출구’가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 칸 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흥행 조짐을 보여 국내 개봉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젤다의 전설’, ‘아웃라스트’, ‘록맨’, ‘고스트 오브 쓰시마’ 등 다양한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을 앞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소재 영화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게임을 즐긴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 산업에 새로운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여러 작품들이 한국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이면서 수익성 문제로 수입을 꺼리던 영화 배급사들의 시선이 달라진 만큼, 다양한 게임 소재 영화들이 한국에 개봉하길 기대해 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