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이탈리아에서 지난 4월부터 어제 5월 25일까지 열렸던 클래식 카 행사 콩쿠르 델레간자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 2025)에 BMW가 내놓은 엔진 동력의 콘셉트 카를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전기 동력 차량으로 바뀌는 흐름인 것이 요즈음이지만, 그럼에도 8기통 엔진을 동력으로 하는 ‘엔진에 진심’의 콘셉트 카를 내놓았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스피드탑(Speedtop)이라고 명명되어 공개된 이 차는 이미 작년에 콘셉트 카로 발표됐고, 한정판 주문 생산 차량이라고도 발표됐었습니다. 그리고 50대 한정 생산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차량의 만듦새가 단지 전시용 콘셉트 카의 모습이 아닌 완제품입니다.

사실상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으로 저와 같은 주문 생산에 의한 수공업 방식이 결합된 차량 생산을 통한 초 호화 고급 승용차가 꽤 많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BMW의 스피드탑 콘셉트는 본래의 유럽의 자동차산업이 강점으로 가진 소량 생산을 통해 제품화되는 주문 생산 제품 자동차입니다. 즉 누군가는 저 콘셉트 카를 사서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20세기의 대량생산방식이 규격화 된 부품으로 ‘조립한’ 제품을 대중적 가격에 만들어 누구나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것에 핵심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이제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이고, 또한 디지털 기술에 의해 정말로 다양한 제품을 높은 품질로 개별화된 특징을 가지게 만들 수 있게 된 시대이기에 콘셉트 카를 만들어 탄다는 게 가능해진 시대가 된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 신사복은 거의 대부분 양복점에서 맞춤으로 만들었기에 치수를 잰 뒤 며칠 후에 다시 가서 ‘가봉(假縫)’, 즉 임시 바느질한 옷을 입어 보고 몸에 맞추어 약간 수정을 한 뒤에 다시 며칠이 걸려 최종 바느질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시일이 걸려서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맞춤복 대신 매장에 쭈욱 걸려 있는 기성복 중 하나를 사서 즉시 입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요즘도 약간의 수선을 거치긴 하지만.
추측하건대 요즘 학생들에게 ‘가봉’ 이라는 말을 하면 아프리카의 어느 국가 가봉(Gabong)으로 이해할 듯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날에 등장한 주문 생산방식의 8기통 엔진의 BNW 콘셉트 카 스피드탑은 일견 옛날 방식의 차량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에서 실현하는 자동차 제작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셉트 카 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듯합니다.

이미 다른 양산 체제의 글로벌 기업에서도 디지털 기술에 의한 완전 맞춤 방식을 이용한 최고급 전기 동력 차량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BNW 콘셉트 카 스피드탑의 차체 디자인은 근육질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8기통 엔진을 쓰는 차량이므로 전기 모터를 쓰는 차들의 감성과는 다르게 아날로그적 감성이 더 강할 걸로 보입니다. 게다가 8기통 엔진 특유의 배기음을 강조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대체로 유럽 고급 브랜드의 GT 차량들, 즉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는 강력한 엔진 성능, 안락한 승차감과 실내 공간 등을 강조하는 성격의 차량이라는 점 때문에 대중성 보다는 개성과 고급감을 강조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BMW 콘셉트 카 스피드탑은 올해는 스카이탑(Skytop) 라는 이름의 컨버터블 모델과 함께 공개됐습니다. 사진의 이미지로 봐서는 컨버터블 이기보다는 지붕 패널을 탈/부착하는 방식의 타르가 탑(Targa top) 모델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와 같이 컴팩트 한 구조의 컨버터블 지붕을 가진 모델이 페라리 등에서도 존재하므로 그와 비슷한 구조로 설계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컨버터블 지붕을 만드는 데에는 첨단기술보다는 특유의 노하우와 정교함이 필요한 분야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럽의 몇몇 업체에서 전 세계의 모든 고급 브랜드의 컨버터블 지붕을 설계하고 만들어 납품하고 있기도 합니다.
두 가지 구조의 차체를 가진 BMW의 스피드탑과 스카이탑 차량은 BMW 특유의 키드니 그릴을 슬림하게 재해석한 V 형태의 상어의 코(shark nose)를 연상시키는 앞 모습으로 슬림한 LED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로 매우 공격적인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실내는 고급 가죽을 풍부하게 사용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실내에 사용된 가죽은 이탈리아의 전통 가죽 제품 제작 업체에서 작업을 한 것이며, 수납되는 가방 역시 그곳에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테일 게이트를 가진 차체 구조이면서도 뒷좌석-사실 사람이 앉기 위한 공간이 아닌 가방을 놓는 정도의 크기입니다-은 폴딩이 되지 않는 고정된 구조로 3박스 구조의 쿠페이지만, 테일 게이트가 설치된 복합적 구조를 보여줍니다.

BMW의 스피드탑 콘셉트가 처음 공개된 건 작년이고 올해는 스카이탑이 더해진 것이며, 이들 차량은 각각 50대와 70대의 수량이 한정 생산된다고 합니다. 규격화된 제품에 의한 대량생산 시대에 이어서 다시 돌아오는 맞춤, 또는 주문생산 방식에 의한 차량은 단지 과거 방식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에 의한 새로운 차량을 새로운 모습과 방법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잇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전기동력 차량의 시대에도 전통적 기술과 내연 기관 동력을 가진 아날로그 감성의 차량이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선택의 하나로 등장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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