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에 현대자동차가 인도 교통 상황에 맞춘 소형 전기차량 E3W, E4W 콘셉트를 공개했었습니다. 이들 전기차량 콘셉트를 공개한 행사는 1월에 인도 델리에서 열렸던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Bharat Mobility Global Expo) 2025’ 였다고 합니다.
전기차량 E3W 콘셉트는 물론 인도 시장 전용 모델로 보입니다. 공개된 소형 전기 동력 차량은 4륜 모델과, 앞 바퀴가 한 개이면서 뒷바퀴가 두 개인 3륜 모델 등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3륜 구조의 모델은 현재 인도 등지에서 쓰이는 오토 릭샤와 같은 구조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3륜 스쿠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 현지에서 쓰이는 오토 릭샤를 보면 앞 바퀴는 스쿠터용 바퀴와 흙받이 커버 등이 그대로 쓰이고 있고, 핸들 바도 역시 스쿠터의 것 그대로입니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만든 E4W는 네 바퀴 구조이므로 둥근 스티어링 휠이 달려 있지만, 세 바퀴 구조의 E3W는 둥근 스티어링 휠 대신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핸들 바가 달려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전기차 E3W와 E4W는 인도 현지의 오토 릭샤 전문 제조 업체 TVS에서 생산할 걸로 보입니다. 인도에서 오토 릭샤의 주요 제조 기업은 「TVS」, 「바자즈(Bajaj)」, 「피아지오(Piaggio)」, 「마힌드라(Mahinda)」, 「로히아(Lohia)」, 「몬트라(Montra)」 등입니다.
오토 릭샤는 인도의 풍경에서 흔히 보이는 차들이고 그래서 인도 도로의 풍경을 보면 중심가의 대로에서도 덩치 큰 2층 버스와 작은 오토 릭샤가 뒤섞여 다니는 건 물론이고, 약간 외곽으로 벗어나면 도로를 활보하는 야생 소들과 오토바이, 오토 릭샤 등이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오토 릭샤는 택시처럼 미터 요금기도 달려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도에서 조금 돌아다녀보면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이 얼마나 잘 발달돼 있고 세련되 있는 건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 관광 온 외국인들이 교통카드를 사서 시내 버스를 타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인도에서는 이방인으로서 시내 버스를 타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우선 노선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안다 해도 안내 방송은 당연히 없으며 차량의 안전성이나 이용 시의 안전성-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치안(治安) 이라고 해야 겠지요-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토 릭샤는 택시처럼 탈 수 있으므로 그나마 좀 나은 편이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토 릭샤 운전자와 의사소통이 안될 때도 있습니다. 오토 릭샤가 아닌 승용차-종종 현대의 A-세그먼트 승용차 ‘X-cent(현대 i10의 세단 모델)’의 택시도 있습니다-의 택시를 타면 조금 더 비싸지만 영어로 의사 소통은 (간신히) 되긴 합니다. 하지만 인도에서 전반적으로 ‘대중교통’을 외국인이 마음 놓고 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나갔습니다만, 아무튼 오토 릭샤는 인도의 교통 체계에서는 거의 시작과 끝에 있는 퍼스트 마일과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입니다. 그렇다 보니 단순한 개조 차량 수준이 아닌 새로 개발된 오토 릭샤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오토 릭샤의 장점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도로나 복잡하고 좁은 시가지의 길도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E3W와 E4W 역시 그런 교통 조건과 기후 조건 등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인도의 오토 릭샤 대부분은 스쿠터처럼 단기통 엔진을 탑재하는데, LPG를 쓰는 경우도 있고 디젤엔진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최고속도는 60km/h 정도입니다. 2륜 스쿠터를 개조한 형태의 3륜 오토 릭샤의 인도에서 판매 가격은 12만 루피(₹; 약 36만원) 부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차량 가격이 우리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계산이 나오지 않는 수준입니다.
오토 릭샤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정형화된 형식은 없지만, 2륜 스쿠터와 같은 형태의 핸들 바(handle bar)를 중심으로 전면 방풍 패널 안쪽에 계기류가 설치되고, 선반(shelf)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양쪽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대개는 작은 신상(神像)을 붙여 놓습니다. 인도 사람들에게 힌두교는 종교이기보다는 삶의 기본 철학 같습니다.

인도의 오토 릭샤는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 인도의 주변 국가와 인도와 중국의 접경지역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조업체에 따라 오토 릭샤의 크기와 형태는 다양하지만, 대체적인 치수는 차체 길이가 3,000mm 범위에 있으며, 차체 폭은 최대 1,470mm, 높이는 1,920mm까지 분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 보여드리는 도면 분석 그림은 「바자즈」에서 제조한 오토 릭샤를 100mm 간격 그리드에서 좌석에 서구 기준 95 백분위 인체 모형(SAE 95%ile)을 적용한 것입니다.

차체가 1,720mm로 비교적 높지 않아 실내의 머리 위의 공간이 크지 않은 차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높은 오토 릭샤는 1,920mm의 높이로 차체 폭에 비해 실내 높이를 더 확보한 높은 차체 비례입니다. 이건 아마 터번 착용 등의 승객 특성을 고려한 걸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산 차량에서 인도의 내수용 차량에서 요구되는 공간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차량은 우연히도 박스형 차체를 가진 경형 차량 「레이(Ray)」가 가장 비슷해 보입니다.

레이는 전장×전폭×전고가 3,595×1,595×1,700(mm) 이고, 축간 거리는 2,520mm로, 우리나라의 경형 승용차 차체 크기와 전폭 규제 1,600mm에 맞추어서 1,595mm로 차체 폭은 우리나라 다른 세그먼트 승용차에 비해 좁지만 릭샤 보다는 넓지만, 실내 높이 확보는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레이 한 대 가격은 인도의 릭샤 30 대의 가격이 넘는 액수입니다. 인도 시장에서 요구되는 가격과는 천양지차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인도 시장용 전기동력 차량 E3W는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보여줍니다. 이런 가변성은 앞으로 인도뿐 아니라 모든 국가나 시장에서 사용되는 모빌리티가 추구하는 구조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인도와 같이 교통 체계가 전혀 다른 개념으로 잡혀 있는 곳이 미래 모빌리티의 연구 무대이자 배경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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