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해요.”
송해솔 지팡이게임즈 CEO
“우리 회사 이름이 ‘지팡이’인 이유요? 첫 게임이 실패하면 그루터기에서 지팡이로 가자는 의미였어요. 지금은 진짜 지팡이 게임즈가 되어 있죠.” 이렇게 담담하게 시작된 인터뷰는, ‘실패’를 성장의 발판 삼아온 한 인디 개발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지팡이게임즈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해태: 가디언즈’를 개발 중이다. 어딘가 멍청해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해태’ 캐릭터, 전투와 몰입감을 모두 잡은 연출, 그리고 고전 설화를 새롭게 해석한 스토리라인은 이 팀의 독특한 감성과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지팡이게임즈의 창업 배경부터 게임 철학, 팀워크, 개발 중 겪은 도전과 웃음, 유쾌하고도 진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 회사 게임은 재미있다'는 한 줄을 위해, 지팡이게임즈는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 실패하면 불쏘시기, 성공하면 숲
Q : 게임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 창업은 2016년에 시작했어요. 전역 후 열심히 공부했지만, 어느 순간 ‘이걸 왜 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 게임 업계는 연봉이 높지도 않았고, 모바일 게임이 대세였지만 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차라리 창업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준비했죠. 창업 동아리를 시작으로 개인 사업자를 내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Q : 회사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 ‘그루터기’로 시작했어요. 실패하면 지팡이, 또 실패하면 불쏘시기, 또 실패하면 나무젓가락... (웃음) 반대로 잘 되면 나무가 되고, 숲이 되는 거죠. 지금은 첫 작품이 실패해서 ‘지팡이게임즈’가 됐습니다.

■ 재미는 누구나 느낄 수 있어야 하니까
Q : 지팡이 게임즈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A : 직관성과 몰입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해요. 닌텐도처럼 처음 하는 사람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이 저희가 지향하는 바예요.
Q : 현재 팀 구성은 어떻게 되시나요?
A : 2025년 기준 3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저랑 원년 멤버 한 명은 프로그래머, 그리고 2022년에 합류한 3D 아티스트가 한 명 있어요.
Q : 팀워크가 잘 맞는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A : 처음엔 어설펐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잘하는 걸 맡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누가 뭘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아요. 그게 가장 팀워크가 잘 맞는다고 느꼈던 순간이에요.

■ ‘해태: 가디언즈’, 조선 액션의 귀환
Q :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이 ‘해태: 가디언즈’ 맞으시죠? 게임 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A : 조선을 배경으로 한 캐주얼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에요. 세자가 물리 공격을, 해태가 스킬을 쓰고, 보스를 잡으면 능력을 흡수해 새로운 스킬이 열려요. 너무 어렵진 않지만, 손맛과 몰입감을 살린 액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Q : 조선이라는 배경을 선택한 이유는요?
A : 드라마, 영화, 웹툰에선 한국 배경이 주목받고 있는데, 게임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우리가 잘 만들면 가능성 있지 않을까?’ 싶었고, 조선은 한국인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본 게임들이 에도시대를 활용하듯, 한국도 문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 “해태는 멍청미가 매력이에요”
Q : 해태 캐릭터가 너무 귀엽다는 말 많이 들으시죠?
A : 네. 전 오히려 멍청해 보여서 걱정했는데, 그게 포인트였더라고요. 일부러 귀엽게 만들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움이 매력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Q : 플레이어가 꼭 경험했으면 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A : 취향이 맞는 분은 끝까지 다 하세요. 반면 전투 난이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이탈하시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 특정 지점보다는, 자기 스타일에 맞게 즐기셨으면 해요.
Q : 가장 마음에 드는 파트는요?
A : ‘산신룡’ 보스전이요. 이용자분들도 좋아해주셨고요.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별주부전 토끼 캐릭터가 있는데, 진짜 매력적이에요. 고전 서화를 각색해 만든 스토리라 한국 이용자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아요.

■“이 회사 게임은 재미있다”라는 한 줄
Q : 개발하면서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A : FGT에서 플레이한 이용자가, 아무 말없이 2회차 플레이를 하더라고요. 스킬 트리를 바꿔서 다시 처음부터 한 거예요. 그걸 보며 ‘우리가 진짜 괜찮은 게임을 만들었구나’ 싶었어요. 상보다 훨씬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어요.
Q : ‘해태: 가디언즈’ 이후 업데이트나 계획은요?
A : 스토리를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고, 엔드 콘텐츠로 웨이브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에요. 육성 트리를 기반으로 도전 기록을 쌓는 콘텐츠로 확장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직관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을 꾸준히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수익도 잘 나면 더 좋겠죠. (웃음)
Q : 이용자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 : 한 줄이면 충분해요. "이 회사 게임은 재미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실패에서 자라난 단단한 뿌리
지팡이게임즈의 이야기는 작은 실패들을 발판 삼아 조금씩 자라온 한 팀의 기록이었다. 조선이라는 독창적인 배경, 고전 설화를 재해석한 스토리, 캐릭터성과 액션을 모두 잡은 시스템, 그리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멍청한 매력이 있는 ‘해태’. 이 모든 요소는 단순히 잘 만든 게임 그 이상으로, 그들이 만들어가고 싶은 세계와 플레이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용자의 자발적인 2회차 플레이, 무심한 척 툭 던진 농담 속에서도 빛나는 진심, 그리고 ‘필요하지 않아도 갖고 싶은’ 해태 모찌 인형의 가능성까지. 이들이 말하는 ‘재미’는 단지 플레이 타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꿈꾸는 게임 개발이란, 거창한 수식보다는 “아, 이거 재밌었어”라는 한마디로 충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그 한마디를 들을 준비가 된 플레이어들이 ‘해태: 가디언즈’를 기다리고 있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