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전기차 전용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근무 시간 단축 및 대규모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폭스바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폭스바겐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폭스바겐이 독일 내 3만 5000명 규모의 인력 감축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노조에 속한 직원 2만 명 이상이 조기 퇴직에 합의했다고 3일(현지 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폭스바겐이 2030년까지 독일 본사 및 관련 생산 시설에서 총 3만 5000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이 중 다수는 자발적 계약 종료 프로그램(early redundancy)에 따른 퇴직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폭스바겐이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 공장의 구조조정 계획을 본격화하고 오는 2027년부터 한시적인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경영진과의 협의 끝에 고용 유지를 전제로 근무시간 축소와 유연근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노조협의회 수장 다니엘라 카발로(Daniela Cavallo)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라며 "2027년부터는 주 4일 근무제 전환이 비현실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밝혀 구조조정의 현실화를 인정했다.
이번 조치는 폭스바겐이 지난해 12월 노조와 체결한 비용절감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골프(Golf) 생산을 멕시코로 이전하고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로 재편하는 작업에 맞춰 2027년 이후에는 전기차 버전 골프와 T-Roc 후속 전기 SUV가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의한 배경에는 ‘최소 가동률 보장’이라는 조건이 있다. 공장 전체를 폐쇄하거나 대규모 정리해고를 피하고, 축소된 생산량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유연한 노동시간 체계를 선택한 것이다. 카발로 위원장은 “지금부터 초과근무나 특별근무를 늘려 근무일 축소 기간 동안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이 이렇게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나선 배경에는 급속한 내연기관차 수요 하락과 생산 효율 저하가 있다. 실제로 골프 생산량은 볼프스부르크 공장 포함, 2015년 100만 대에서 지난 2024년 30만 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예상치는 25만 대에 불과해 불과 10년 사이 4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카발로는 "골프 생산은 늦든 빠르든 멕시코로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언젠가 통계의 맨 아래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고정비가 높은 독일 생산라인이 더 이상 수익성 있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내부 판단이기도 하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공장의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고임금 구조와 전통적인 제조 시스템에 기반해 왔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고정 인력의 생산 유연성이 더 중요해졌다.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독일 제조업의 상징이자 폭스바겐의 심장부였지만, 이제는 그 상징조차 전동화 재편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폭스바겐의 4일제 근무 논의는 독일 내 다른 공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의했지만, 고용 안정성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근무제도 조정이 아닌 전동화 패러다임에 따른 노동시장과 산업구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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