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맹 붕괴, 주가 폭락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했을 때만 해도 테슬라 주주들은 낙관적이었다. 테슬라의 주가는 몇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날아올랐다. 규제를 걷어낼 보수 정권, 그리고 막대한 정치 자금을 지원한 일론 머스크에게 쏟아질 혜택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정부 효율성 부서(DOGE)’ 수장으로까지 발탁되며, 트럼프 내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가장 추한 방식으로 무너진 동맹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테슬라의 주가는 하루 만에 14% 폭락했다. 한 달간의 상승분이 모두 사라졌고, 이후 머스크의 회사들이 보유한 정부 계약을 전면 철회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이 이어지자,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5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이는 테슬라 역사상 단일 최대 손실로 기록될 전망이다.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부른 갈등
갈등의 중심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예산안,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이 있다. 이 법안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도입한 전기차 세액 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를 오래전부터 타깃으로 삼아 왔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미국의 전기차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시에 연방 재정적자를 키운다는 점도 비판하며, 자신의 SNS 플랫폼 'X'에서 연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머스크가 받는 각종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없애는 것이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는 가장 쉬운 길”이라며, 오히려 바이든 정부가 왜 그걸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머스크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모두 적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가 DOGE 수장으로 복지 예산 삭감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등을 돌렸고, 공화당은 자신들의 핵심 법안을 비판하는 머스크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정치의 중심에 선 머스크, 하지만 남은 건 고립뿐
과거 머스크는 스스로를 ‘퍼스트 버디(First Buddy)’라고 부르며 트럼프 정부와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각종 각료회의에도 참석하며 국정 운영의 핵심 축처럼 행동했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연방 규제 마련, 로보택시 사업 확대, 스페이스X·스타링크의 정부 계약 확대 등 수많은 기대가 뒤따랐다.
하지만 지금, 그의 거침없는 언행은 양 진영 모두를 적으로 만들고 있다. 민주당 지지 소비자층은 이미 등을 돌렸고,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발언과 태도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 매장 앞 시위는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극심하다.
머스크는 과연 이 고립 속에서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가 만든 위기이지만, 그 위기를 넘기는 능력 또한 그의 손에 달려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누구 편’도 아니게 된 그에게, 정치라는 무대가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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