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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두고 통산 상금 랭킹 7위(40억3천997만원)에 이름을 올린 이다연은 '메이저 사냥꾼'과 '오뚜기', 그리고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지녔다.
'메이저 사냥꾼'은 8승 가운데 3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이다연은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현역 선수다.
한국여자오픈, 한화 클래식, KLPGA 챔피언십을 한 번씩 제패해 5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3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오뚜기'라는 별명은 신인 때부터 워낙 자주 부상 때문에 힘겨운 시절을 겪고도 어김없이 부활했기 때문에 생겼다.
그는 유난히 선수 생명을 위협할 만큼 큰 부상을 자주 겪었다.
겨울 훈련 동안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고, 시즌 도중에 손목과 발목 수술을 한꺼번에 받고 1년 8개월을 쉬기도 했다.
이다연은 지난 시즌 내내 허리가 몹시 아팠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 할 만큼 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체력 훈련도, 샷 연습도 하지 못했다. 꾸역꾸역 경기에 나섰지만, 성적이 나올 턱이 없었다.
상금랭킹 46위로 겨우 시즌을 마친 이다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허리 통증을 잡는 데 주력했다.
허리 근육에 미세한 상처가 났던 걸 찾아내 치료를 마쳤고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했다. 타고 가던 차가 추돌당해 경추 쪽에 충격을 받았다.
기권과 컷 탈락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 7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컷 탈락까지 8개 대회에서 5번 컷 탈락하고, 한 번 기권했다.
그랬던 이다연은 12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 첫날 5언더파 67타를 쳤다.
오전에 경기를 치른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로 경기를 마친 이다연은 단숨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곁들인 이다연은 "그동안 계속 성적이 좋지 않아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오늘 경기는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은 교통사고 후유증은 벗어났고 아픈 데도 없다. 샷 감각도 많이 올라왔다"면서 "다만 지난 대회까지 퍼팅 감각이 올라오지 않아 힘들었다. 지난 대회 컷 탈락한 뒤에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퍼팅 연습을 많이 했던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이다연은 "우승 생각은 아직 나지 않는다. 부담이나 욕심 없이 (버디) 찬스가 오면 잡고 위기는 잘 막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다연은 "샷을 좀 자신 있게 치고 싶다. 그동안 생각한 대로 샷을 하면 되는데 이렇게 쳐도 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 많았다. 지금 치는 샷만 하는 데 집중하겠다"면서 "야디지북에 그래서 '심플한 게 가장 좋다'라고 적어놨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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