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게임을 만든다기보다는, 만드는 방법을 계속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김효기 혼스피릿 CEO
‘혼자 만드는 게임’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치열한 선택의 이유와 진심 어린 재미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특별합니다. 혼스피릿은 업계 출신이 아닌 한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낸 게임 브랜드입니다. 회사 입사 대신 직접 회사를 만들었고, 팀 빌딩 대신 자신과의 긴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복셀 스타일의 독특한 그래픽, 탑다운 슈팅 기반의 탄막 로그라이크, 여기에 소소한 서브컬처 감성까지. 혼스피릿의 대표작인 ‘큐브 오브 라이프 레저렉션’에는 혼자서도 이용자에게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인디라는 한계 안에서도 ‘퀄리티 있는 재미’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 혼스피릿의 여정을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1인 개발자의 고충을 넘어서, 혼스피릿이 그리는 게임의 방향성과 철학을 함께 들여다보시죠.

■ 게임 회사 문턱 대신, 직접 문을 열다
Q : 혼스피릿이라는 게임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 저는 원래 게임 업계 출신이 아니에요. 일반 전자회사나 IT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원래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게임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여러 군데 지원했는데 서류조차 통과를 못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혼자 해보는 것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취미로 게임을 만들다가,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사실 창업보다는 게임 회사에 입사하는 게 목표였는데, 점점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다 보니 창업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Q : 설립 초기에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A : 그렇죠. 게임 업계 출신이 아니다 보니 아는 분들도 거의 없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1인 개발로 시작하게 됐어요. 다행히 개인적인 성향과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는 프로그래머 출신인데, 아트나 기획 쪽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다양한 분야를 직접 경험하면서 재미를 느끼며 개발해왔어요.

■ ‘혼’과 ‘스피릿’의 만남, 뿔 달린 귀신이 되다
Q : 회사 이름인 ‘혼스피릿’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 저희 마스코트는 ‘뿔 달린 귀신’이에요. ‘혼’은 뿔, ‘스피릿’은 귀신이란 의미인데, 사실 처음부터 그런 의미로 지은 건 아니에요. 지원 사업에 팀 이름을 적는 란이 있었는데, 혼자 하다 보니 그냥 ‘혼’이라고 썼어요. 그런데 한 글자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두 글자 이상 써야 해서, 당시 즐겨보던 스트리트파이터 중계 채널 ‘스피릿제로’에서 ‘스피릿’을 붙였죠. 나중에 해외 친구가 ‘혼스피릿? 뿔 귀신?’이라고 하면서 멋있다고 하길래, 마스코트도 만들게 됐어요. 처음엔 아무 의미 없이 지었는데, 나중에 의미를 얻게 된 케이스죠.
Q : 굉장히 흥미로운 스토리네요.
A : 좀 부끄럽긴 하지만, 저희만의 이야기가 생긴 것 같아 좋습니다.

■ 큐브 오브 라이프, 로그라이크의 한 조각
Q : 혼스피릿만의 게임 철학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 거창한 철학까진 아니지만, 일단 혼자 개발하는 만큼 규모를 잘 조절해서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직도 게임을 만든다기보다는, 만드는 방법을 계속 배우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에 충실하면서, 하나씩 쌓아가고 있습니다.
Q : 그래픽이나 기획 같은 부분도 혼자서 전부 담당하고 계신가요?
A : 네, 처음엔 혼자 시작했고, 운 좋게 지원 사업이 되면서 인원이 늘었다가 지금은 다시 혼자 하고 있어요. 아트를 엄청 잘하진 않지만, 저희는 복셀 스타일을 활용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개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어요. 기획도 요즘은 AI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 지금까지 출시하신 게임은 ‘큐브 오브 라이프’ 한 작품인가요?
A : 네. ‘큐브 오브 라이프 레저렉션’이라는 이름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했고요, ‘드림체이서’라는 방치형 게임도 작년 말 원스토어에서 CBT까지 진행했어요. 지금은 정식 출시 준비 중입니다. 또 콘솔 게임 ‘이터널 에코’도 개발 중입니다.
Q : ‘큐브 오브 라이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A : 회사 다닐 때 캐릭터 만들고, 이동시키고, 총 쏘고, 피격 반응 만들고, 체력 깎이는 로직 등 기초적인 개발을 연습했었어요. 그걸 출시까지 해보고 싶어서 ‘큐브 오브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8년 전에 처음 만들었죠.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면서 게임을 다시 다듬기 시작했고, 볼륨도 커지고 그래픽도 바뀌어서 ‘큐브 오브 라이프 레저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리뉴얼했어요. 3D 로그라이크 스타일의 게임이고, 랜덤 맵 생성, 탑다운 슈팅 등 기술적인 재미 요소에 초점을 맞췄어요. 미소녀 캐릭터와 서브컬처 요소도 더해지고 있고, 스토리도 계속 추가해나가는 중이에요.

■ 복셀 위에 쌓은 액션의 묘미
Q : ‘큐브 오브 라이프’만의 재미 요소나 차별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 그래픽적으로 차별화하고 있어요. 복셀 기반 게임은 마인크래프트 이후로 여러 작품들이 나왔지만, 모바일 위드코어 캐주얼 이상의 게임에서는 흔하지 않거든요. 또 개발 기간이 길다 보니 다양한 요소가 섞였어요. 예를 들어 궁수의 전설, 탕탕특공대 같은 게임들과 비슷한 요소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제가 먼저 개발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게임들을 참고해서 ‘내가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죠. 맵은 랜덤 탐험식이고, 보스 스테이지는 탕탕특공대처럼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하게 돼요. 여러 장르가 섞인 멀티모드 구조에, 소수 캐릭터로 팬심을 얻을 수 있도록 서브컬처 요소도 담고 있어요.
Q :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에서 특별히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요?
A : 액션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자동 전투나 자동 스킬 발사 같은 편의 기능도 있지만, 보스전에서는 탄막 슈팅 게임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보스마다 다양한 패턴과 강화 패턴이 있어서, ‘어렵지만 내가 성장하면 깰 수 있구나’라는 성취감을 주고 싶어요. 이용자가 성장함으로써 클리어할 수 있는 구조가 핵심 재미 요소예요.
■ 공모전보다 값졌던 피드백 한마디
Q : 개발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자랑스러운 경험이 있으셨나요?
A : 2022년쯤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을 많이 지원했었어요. 국내 주요 공모전과 전시행사에 대부분 참가했고, 경기게임오디션, 구글 인디게임페스티벌, 성남 인디크래프트 등에서도 수상했어요. 국내 게임쇼들도 많이 참여했고,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전시했던 경험들이 정말 소중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에 개발을 좀 더 했더라면 더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당시엔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요.
Q : 그런 경험 속에서 인상 깊었던 피드백도 있었을까요?
A : BIC에서 어떤 이용자분이 이전 버전과 게임성이 너무 바뀐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모바일에 맞춰 자동 조준, 자동 발사 같은 편의 기능을 넣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더라고요. “게임을 왜 만드냐? 돈 벌려고 만드냐?”라고 묻길래, “돈도 중요하죠”라고 했더니, “개발자라면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돈에 치우쳐선 안 된다”라고 혼내시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보다 20살은 어린 학생이었어요. 그때 느꼈죠. 게임을 정말 진지하게 사랑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요. 돈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그 말도 충분히 이해가 됐어요. 많이 되새기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Q :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어나가고 싶으신가요?
A : 저는 상황상 인디 개발자지만, 지향하는 게임은 인디가 아니에요. 고퀄리티, 비용이 많이 들어간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지금은 인원도, 자본도 부족하지만, 기술적으로 기반을 쌓아가면서 하나씩 해나가고 있어요. 플랫폼은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액션이나 실시간 전투 중심의 게임들을 만들고 싶어요. “이 회사는 전작보다 이번에 더 발전했네”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입니다.
Q : 혼스피릿의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A : 저는 게임을 정말 많이 하고, 장르도 가리지 않아요. 결국 중요한 건 ‘재미’예요. 혼스피릿 게임은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 말이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이죠. 재미라는 건 다양한 요소들이 합쳐져야 나오지만, “혼스피릿 게임은 다 재미있네”라는 말을 듣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조용하지만 분명한 발자국, 그 다음을 기대하며
혼자서도 묵묵히,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혼스피릿. 그가 말한 것처럼,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만들 줄 아는 법을 배우는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복셀 그래픽의 독창성, 로그라이크의 몰입감, 그리고 진심 어린 재미를 향한 집요함. 혼스피릿이 다음에 들고 올 게임이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그의 게임에는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정과 호흡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결국 플레이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이렇게 말하게 되길 바랍니다. “이번 혼스피릿 게임도, 역시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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