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동화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HEV)의 탄소 배출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토요타의 회장 아키오 토요다가 "하이브리드 2,700만 대는 전기차 900만 대와 같은 탄소 감축 효과를 낸다"고 발언하면서, 전기차가 진정으로 친환경적인가에 대한 질문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하지만 이 논쟁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쟁점들이 있다. 단순한 '차량 한 대당 배출량'이 아니라, 차량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Lifecycle)에서의 탄소 배출과, 지역별 전력원, 배터리 생산의 탄소 비용, 그리고 기술 발전 속도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V는 일반적으로 생산 단계에서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원자재 채굴과 정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 때문이다. IOP 사이언스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한 대당 생산 시 69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데 비해, 전기차는 1114톤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전기차는 출고 당시부터 일정량의 '탄소 부채(Carbon debt)'를 안고 출발한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행거리와 시간은 전기차의 편이다. 이 탄소 부채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쇄된다. 주행을 거듭할수록 전기차는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 훨씬 적은 배출량으로 '탄소 이익(Carbon benefit)'을 축적해 나가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평균 운전자가 연간 1만 마일 이상을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전기차는 약 19,500마일(약 31,000km) 주행 이후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누적 배출량이 낮아지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네이처(Nature)'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 수치를 약 28,000마일로 제시했지만, 두 경우 모두 전기차가 궁극적으로 더 친환경적이라는 결론은 동일하다.

아키오 토요다가 언급한 일본의 상황은 다소 특수하다. 일본은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화석연료 기반의 열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어, 전기차의 충전 자체가 오히려 높은 탄소 배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2024년 말 기준, 미국 전체 전력의 43%는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 에너지에서 공급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나 텍사스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매우 높다. 실제 미 에너지부의 탄소 배출 계산기에 따르면, 웨스트버지니아처럼 석탄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조차 테슬라 모델 Y는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마일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다(149g vs. 177g).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모델 Y의 배출량이 80g으로, 프리우스 플러그인의 130g보다 훨씬 낮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차보다 항상 더 오염이 적다는 주장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차량 대비 연비 효율이 높고,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충전 습관이 잘 정착된다면 EV와 유사한 주행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PHEV 운전자들이 정기적으로 충전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PHEV는 내연기관 중심으로 운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용 조건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카탈로그 스펙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전기차는 운행 효율성 면에서도 우위를 갖는다. 내연기관 차량은 연료의 20~40%만을 실제 동력으로 전환하며 나머지는 열로 손실된다. 반면 전기차는 전력의 90% 이상을 바퀴로 전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배터리 재활용 가능성이다. 테슬라 출신들이 설립한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 같은 기업은 폐전기차 배터리의 원소 회수를 통해 자원 순환 경제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런 흐름은 향후 전기차 생산의 탄소 부채 자체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특정한 조건—예를 들어 전력원이 거의 석탄에 의존하고, 짧은 거리만 운행되는 지역 내에서의 하이브리드 운행 등—에서는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가 더 낮은 배출량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차원에서 볼 때 이런 조건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나은 친환경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LFP(리튬 인산철), LMR(리튬 망간 리치)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더 적은 희토류를 사용하고,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도 줄이고 있다. 향후 출시될 전기차들은 공장에서부터 더 적은 탄소 부채로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키오 토요다의 발언은 전통 제조사의 고민과 전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토요타는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와 수소차 등 다양한 전동화 전략을 통해 균형적인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과 기술의 흐름은 EV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정책·인프라·소비자 인식 역시 전기차에 더 우호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로 가기 위한 '경유지'일 수는 있어도, 종착지는 아닐 것이다. 환경적인 관점에서 '가장 깨끗한 선택'은 여전히 전기차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선택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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