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0일, 독일 뉘르부르크링에 마련된 토요타 GR 부스.GR 가주 루키 레이싱 팀의 타카하시 사장과 히라타 수석 메카닉은 6년 만의 ‘뉘르24시’ 복귀를 앞두고 마이크 앞에 섰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레이스 참가 그 이상의 각오가 담겨 있었다. 모터스포츠의 본질, 브랜드 철학, 기술과 인재 육성의 접점까지. GR이 왜 지금 이 무대에 돌아왔는지를 물었다.
“레이스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Q. GR이 다시 뉘르24시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타카하시 사장: “사실 코로나 이후 몇 년간은 레이스 참가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더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GR의 출발점을 잠시 놓쳤던 것 같아요. 이번 복귀는 단순히 레이스에 나서는 게 아니라, GR이 왜 존재하는지를 다시 묻는 기회입니다.”
히라타 수석 메카닉: “2007년에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우리 팀은 정말 작고 조용했죠. 정비부터 부품 수급까지, 전부 직접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 정신을 다시 꺼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뜻, 저에겐 정말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레이스는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키웁니다”
Q. 모터스포츠 현장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히라타: “레이스는 기술 실험장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인재 육성입니다. 현장에 한 번 투입되면, 1년이면 사람 하나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어요. 빠르게 판단하고, 시간 안에 해내야 하는 그 압박이 사람을 단련시킵니다.”
타카하시: “기술은 결국 사람이 만듭니다. 지금도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실험 중이지만, 가장 큰 수확은 그 기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소 엔진, 미지의 세계이지만 해볼 만합니다”
Q. 전동화 시대 속 모터스포츠의 방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타카하시: “전기차로 내구레이스를 치르기엔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다섯 바퀴 주행하고 한 시간 충전해야 한다면, 팬들도 흥미를 잃을 겁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내연기관 중심의 레이스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히라타: “그렇다고 미래를 외면하는 건 아닙니다. 수소 엔진은 아직 아무도 제대로 다뤄본 적 없는 영역이지만,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어려움이 많지만, 그걸 하나씩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 엔지니어들에겐 큰 기쁨입니다.”

“GR은 운전의 설렘을 위한 브랜드입니다”
Q. GR 브랜드만의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타카하시: “토요타와 렉서스가 쾌적함이나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면, GR은 운전 그 자체의 즐거움을 지향합니다. 핸들을 잡고 도로를 달릴 때, 운전자가 웃을 수 있는 차. 그게 우리가 만들고 싶은 GR입니다.”
“라이벌이 있어야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Q. 지난해 현대차와의 협업도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의미였나요?
타카하시: “2023년, 한국에서 현대차와 함께 공동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서로 다른 브랜드지만, 자동차와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같았어요. 스포츠카 시장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브랜드만으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쟁과 협업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히라타: “경쟁 없는 모터스포츠는 재미없습니다. 협력은 하되, 기술과 성능에 있어서는 철저한 라이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터 드라이버는 토요타의 감성을 설계합니다”
Q. 다이스케상 (토요타 아키오 회장의 아들, 이번 뉘르 24에서 45랩을 주행했다)의 드라이버로서의 역량은 어떻습니까?
히라타: “일본 서킷에서 프로 드라이버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마스터 드라이버’는 단순한 스피드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만의 감성과 피드백이 있어야 해요.”
타카하시: “지금은 모리조 회장(아키오 토요다)이 그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마스터 드라이버는 누가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경험과 사람 간의 신뢰로 이어지는 역할입니다.”
“데이터만으론 좋은 차를 만들 수 없습니다”
Q. GR의 개발 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요?
히라타: “한때는 데이터만 중시하던 시절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감각, 즉 ‘감(感)’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차를 몰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어요. 모리조 회장도 늘 그렇게 말씀하시고요.”

“GR이 작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갑니다”
Q. ‘원점 회귀’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히라타: “GR 가즈 레이싱이 처음 생겼을 때는 아주 작은 팀이었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팀이 커지다 보니, ‘이건 내 일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는 팀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게 원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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