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이 반도체를 제치고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는 자동차 산업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 중국의 공세와 시장 장벽이 높아지는 산업 환경의 급변에도 완성차와 부품을 아우르는 K-자동차 산업은 생산과 수출, 고용, 지역균형 발전 등 전방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핵’이자 ‘수출 성장의 주축’으로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 생산유발액은 2365억 달러로, 3년 연속 국가 주요 수출 품목 중 1위를 기록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명목 GDP는 약 1조 8710억 달러(1.87조 USD)였다. 이를 생산유발효과로 환산하면, 자동차 산업은 GDP의 10~20% 수준에 이르는 생산유발액을 창출해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수출 1위 품목, 이제 반도체가 아니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은 전기차 중심의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708억 달러를 기록했고,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전체 수출액은 933억 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였던 2023년(938억 달러)과 거의 대등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동차 산업은 전체 무역흑자의 1.4배에 이르는 727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창출, 반도체 산업보다도 높은 외화 획득 효율을 기록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창출하는 직·간접 고용은 약 150만 명에 이른다. 이는 반도체(28만 명), 철강(41만 명) 등 주요 산업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울산광역시 전체 취업자 수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자동차산업의 평균 임금은 6091만 원으로, 국내 제조업 평균보다 약 13% 높아 단순히 일자리 수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우수한 산업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현대자동차)
수도권 쏠린 반도체, 자동차는 전국 분포
자동차 생산 거점의 분산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산업이 수도권에 82%, 조선업이 동남권에 80% 이상 집중된 반면, 자동차 산업은 동남권 35%, 수도권 29%, 충청권 16%, 호남권 11%, 대구경북권 9%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이는 지역 간 경제 격차 완화,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완화, 지방의 자립 기반 마련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지표상으로도 핵심 산업이다. 2023년 기준 전체 제조업 생산의 14.5%, 부가가치의 12.1%를 차지하며, 2022년 기준 세수 기여도는 42조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국가 R&D 예산의 1.4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자동차 산업이 단순 수출산업을 넘어 국가 재정과 기술 투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 기여는 단일 기업 차원에서도 두드러진다.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경제기여액 1위는 현대차그룹으로, 총 359조 원에 달하는 경제 가치를 창출했다. 이는 협력사 대금(306조), 임직원 급여(34조), 세금(9조), 주주 배당 및 기부금 등을 포괄한 수치로, 그룹의 활동이 산업 생태계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 더 큰 물에서 고속 성장
외환환경 악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한국 자동차는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자동차 1대당 평균 수출단가는 2만 3048달러로, 2019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SUV와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모델의 비중이 커진 덕분이다. 지난해 생산량도 413만 대로 2년 연속 400만 대를 넘었고, 현대차·기아는 합산 판매량 723만 대를 기록해 3년 연속 글로벌 완성차 ‘빅3’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부품업계 역시 글로벌 위상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부품사에 국내 10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으며, 이는 10년 전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주요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시대에 맞춰 첨단 부품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 및 세제 지원 절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AI 기반 자율주행, 고성능 배터리, 5G·6G 차량 통신, 에너지 효율 관리 등은 미래차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도 절실하다.
지난 6월 24일 개최된 자동차모빌리티산업포럼에서도 세제 지원 확대, 전기차 보조금 보완, 노후차 감세 연장,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지원 등이 핵심 정책 과제로 제안됐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이는 곧 국가 제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히 차를 만드는 산업이 아니다. 수출, 생산, 고용, 세수, 기술개발, 지역경제, 균형 발전까지 우리 경제 전반을 움직이는 거대한 기어와 같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를 맞은 지금, K-자동차는 과거의 경쟁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미래차 패러다임에 맞춰 과감한 투자와 함께 정책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도 질적·양적 성장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K-자동차라는 강력한 동력이 계속해서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지금 이 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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