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가 오늘(26일) 마지막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20년간의 스토리, 그다음을 쓰는 법 -<마비노기> 26& 27번째 메인 시나리오 포스트모템’을 주제로 전유진 시나리오 기획자의 발표 세션이 진행됐다.

2021년부터 마비노기 팀에서 근무를 시작한 전유진 기획자는 라이브 서비스에서 완결된 시나리오란 없으며, 이미 많은 수가 놓인 바둑에서 ‘신의 한 수’가 매번 나와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고 발표를 시작했다.
더욱이 전유진 기획자가 담당한 게임은 무려 20년간 서비스를 이어온 장수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였다. 이에 새로운 업데이트 ‘G26 운명의 바람’의 시나리오를 맡게 된 전유진 기획자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테마로 야심 차게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먼저 서사의 분위기를 이전과 비슷하게 구성했고, 적대 캐릭터의 배경 서사도 강조했다. 여기에 이전 메인 주요 캐릭터를 게임 속에 배치하여 흥미도를 높인 것은 물론, 밀레시안(이용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좋지 못했다. 업데이트 직후 절반 이상의 이용자가 이탈했고, 첫 퀘스트 이후 마지막 퀘스트를 완료한 이용자는 59%에 불과했다. 여기에 퀘스트 완료율도 낮아졌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교훈을 얻은 전유진 기획자는 차근히 이전의 실패를 되돌아봤다고 회고했다. 먼저 라이브 서비스 시나리오는 이전의 시나리오와 비교되는 숙명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간과했고, 20년의 세월 속에 반전 소재는 이미 고갈됐으며, 이용자 역시 무수히 많은 사건을 거치며, 강해져 있다는 파워 인플래를 고려하지 못했다.

이에 전유진 기획자는 ‘G27 안락의 정원’ 업데이트에서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다르게 만들기보다 달성해야 할 기획 의도부터 먼저 생각하고, 허들이 될만한 요소를 과감히 제외. 시나리오 분량을 크게 늘려 기승전결을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마비노기를 즐긴 이들만 아는 특수한 떡밥을 던지고, 이전 시나리오와 상충하는 설득력 있는 소재를 던져 흥미를 높였으며, 지나가듯 잠깐 등장한 설정을 메인 스토리에 편입시켜 재미를 높였다.
특히, 이용자들의 파워 인플레는 게임 속에 높아진 이용자(밀레시안)의 위치를 사칭하는 이를 등장시켜, 위상을 실감케 했고, 신의 힘을 흡수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적의 강함을 크게 증가시킨 최종 보스를 등장시켜 이를 대비했다는 것이 전유진 기획자의 설명이다.

총 대사만 31만 자. 녹음된 보이스 분량만 8시간에 달하는 엄청난 노력을 들인 것이다. 그 결과는 곧바로 수치로 나타났다. 첫 퀘스트를 해결한 이용자 중 80% 마지막 퀘스트까지 진행했을 만큼 전반적으로 높은 퀘스트 완료 수치를 보여줬고, 하양세가 완화되는 유의미한 반응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전유진 기획자는 “이 두 기획을 통해 기존의 것을 잘 파악하고, 이야기에 갇혀있는 것이 아닌 시나리오 자체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라이브 서비스의 시나리오는 끝이 없기에 해결 수를 찾아도 결국 다음에도 나아가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신의 한 수’ 두기 위해 노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