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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새 별이 뜰 조짐이다.
30일(한국시간) PGA 투어 로켓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신인 올드리치 포트기터(남아프리카공화국)는 일찌감치 PGA 투어 안팎에서 눈도장을 받은 기대주다.
2023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PGA 투어 2부 콘페리 투어에서 우승했다.
19세 4개월 11일의 역대 최연소 우승이었다.
그는 로켓 클래식 우승으로 PGA 투어에서도 보기 드문 21세 이하 챔피언에 올랐다.
공식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PGA 투어에서 포트기터보다 더 어린 나이에 우승한 선수는 6명뿐이다.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 조던 스피스, 매슈 울프, 닉 던랩(이상 미국), 그리고 김주형이다.
미국 밖에서 건너와 21세 이전에 PGA 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로는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호아킨 니만(칠레), 그리고 김주형에 이어 5번째다.
그가 일찌감치 주목받은 이유는 어린 나이뿐 아니라 입이 딱 벌어지는 장타력에 있다.
그는 지금 PGA 투어 장타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무려 326.6야드에 이른다.
2위 매킬로이(320.6야드)보다 6야드 더 멀리 쳤다,
2위와 3위 차이가 1.3야드, 3위와 4위 차이가 1.5야드 등 대부분 순위가 2야드 이내에서 갈리는데 6야드 차이라면 압도적이다.
소니오픈 2라운드 때는 무려 393야드 티샷을 날리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럭비와 레슬링 선수를 겸한 포트기터는 체중 96㎏의 당당한 체구에 유연성과 힘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대부분 장타자가 그렇듯 페어웨이 안착률은 150위(53,73%)에 그치고 그린 적중률 역시 138위(63.17%)로 좋지 않다.
그래도 어린 나이 치고는 퍼팅은 수준급이다. 라운드 당 퍼트 개수 25위(28.29개), 그린 적중 때 홀당 평균 퍼트 개수 37위(1.73개)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포트기터는 그린 적중률이 무려 85.71%로 전체 선수 가운데 3위에 올랐다.
버디 27개를 쓸어 담았고 보기는 5개뿐이었다.
멀리 쳐 놓고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장타자의 전략이 통했다.
대회가 열린 디트로이트 골프클럽의 러프가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던 덕을 톡톡히 봤다.
이 대회를 앞두고 고향 남아공으로 돌아가 심신의 피로를 씻고 재정비한 것도 효과를 봤다.
그는 지난 2월 멕시코 오픈에서 연장전에서 진 뒤 네 번 연속 컷 탈락을 겪었고 지난달 26일 찰스 슈와브컵 챌린지 공동 6위로 반등하기 전에는 3개 대회 연속 컷 탈락하는 등 고전했다.
고향에서 쉬는 동안 장비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블레이드형 아이언을 좀 더 관용성이 높은 타이틀리스트 T-100과 T-150 아이언을 섞어서 구성했고 볼은 스핀 통제가 더 용이하다고 여긴 타이틀리스트 프로 V1으로 바꿨다.
포트기터는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대회에 임했던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집에서 충분히 공을 치지 못한 것 같아서 좀 더 연습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지만, 클럽 피팅을 통해 얻은 결과나 잠시 쉬면서 숨 돌린 시간이 성과로 이어지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선두로 나섰지만, 연장전까지 끌려 들어간 끝에 우승한 포트기터는 "우승자로 이 자리를 떠날 수 있어 기쁠 뿐"이라면서 "많은 퍼트를 짧게 놓쳐서 고전했다. 퍼트를 더 세게 치면서도 라인을 잘 맞출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았다. 연장전에서도 좋은 기회를 퍼트가 안 들어가서 놓쳤다. 마지막에 정말 좋은 퍼트로 끝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연장전 우승 퍼트를 넣은 뒤 공을 관객에게 던져준 포트기터는 "지금까지 늘 우승할 때마다 할머니한테 드렸는데 너무 흥분해서 깜빡했다. 할머니가 꽤 화내실 것 같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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