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자사의 차량 연동 시스템 ‘카플레이 울트라(CarPlay Ultra)’를 통해 자동차 대시보드 전체로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애플은 이 시스템을 통해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화면뿐 아니라 계기판, 공조장치, 차량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차량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점에서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자동차 제조사들에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수익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은 애플이 차량 내 사용자 경험을 사실상 장악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애플의 기술 도입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시스템에 침투하려 하지 말라”며 애플의 접근 방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폴스타 등도 카플레이 울트라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자사의 소프트웨어 전략과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달리, 애스턴마틴은 최근 자사 모델에 카플레이 울트라를 탑재한 첫 번째 제조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포르쉐 역시 향후 관련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드, 닛산, 인피니티 등은 도입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카플레이는 현재도 신차 구매 시 가장 많이 요구되는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차량의 연동성을 강화한 이 시스템은 전화 통화, 메시지 송수신,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등 다양한 기능을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비해 빠르고 직관적이라는 점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문제는 이러한 편의성 확대가 곧 제조사들의 핵심 전략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래 수익의 30%를 차량 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반 수익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구독형 기능, OTA(무선 업데이트) 서비스, 커넥티드카 기능 등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중심 수익 구조다.

그러나 애플이 차량의 주요 인터페이스를 장악하게 될 경우, 제조사들은 사용자 데이터를 통제할 수 없게 되고, 소프트웨어 기반 수익 창출의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카플레이 울트라가 수집하는 데이터의 범위와 활용 방식을 명확히 제한하고 있으며, 사용자 정보의 외부 공유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애플의 전략은 중국의 기술 기업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최근 샤오미는 차량 내에서 스마트홈 기기, 클라우드 스토리지, 모바일 앱과 완전히 연동되는 통합형 시스템을 구축하며 차세대 스마트카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애플 카플레이 울트라의 사용자 경험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으며, 향후 자동차의 기능과 가치를 누가 지배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수익 모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애플 대 완성차’라는 구도는 이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우열을 넘어서, 향후 차량 산업의 권력 지형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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