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정도 차가 정말 필요할까?" 처음 디펜더 옥타의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정통 오프로더에 635마력의 V8 엔진이라니. 게다가 가격은 2억 2천만원을 시작으로 에디션 원의 가격은 2억 4천만원대. 상식적으로는 과하다 싶지만,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도로에 나선 순간, 이 차의 존재 이유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Defender OCTA)는 디펜더 라인업의 플래그십 모델로, 지금까지의 디펜더가 상징하던 터프함과 정통성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한 모델이다. 이름부터 독특하다. "옥타(OCTA)"는 다이아몬드의 결정체 구조인 옥타헤드론(octahedron)에서 따온 말로, 단단함과 희소성을 상징한다. 브랜드 측은 이 이름에 성능, 내구성, 고급스러움까지 집약했다고 설명한다.
사실 디펜더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주지만, 옥타는 전혀 다른 차다. 디펜더의 틀을 빌렸을 뿐, 실질적으로는 슈퍼 SUV에 가깝다. 기존 모델들과 달리 메르세데스-AMG G63, 람보르기니 우루스, 애스턴마틴 DBX707 같은 하이엔드 SUV들과 경쟁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전략형 모델이다.

디펜더 옥타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다. 4.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이 조합은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어마어마한 성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0초 만에 도달한다. 무게만 2.7톤에 달하는 이 거구가 보여주는 가속 성능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선 충격이다.

흥미로운 건 가속의 질감이다. 전기차나 스포츠카처럼 튀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차체를 짓누르듯 꾸준히 밀어붙이는 강력하고 선형적인 출력 전달이 인상적이다. 기계적인 쾌감과 묵직한 압도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디펜더가 이토록 정제된 속도감을 전할 줄 몰랐다.

이 괴물 같은 출력을 도로 위에 안정적으로 얹기 위한 무기는 바로 "6D 다이내믹 서스펜션"이다. 일반적인 서스펜션이 상하/좌우 움직임을 제어하는 수준이라면, 옥타의 시스템은 여기에 더해 롤, 피치, 요잉까지 총 6축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덕분에 옥타는 코너에서 기울거나 급제동 시 차체가 쏠리는 현상이 현저히 적다. 2.7톤짜리 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핸들링과 차체 거동은 마치 스포츠 세단처럼 예리하다. 오프로드에서의 탄탄한 내구성과 함께 온로드에서의 스포티함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인상을 준다.

디펜더 옥타는 총 6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컴포트, 노멀, 다이나믹은 물론, 옥타 전용의 'OCTA' 모드가 탑재되어 있다. 버튼을 눌러 모드를 바꾸는 순간, 차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승차감 중심의 세팅으로, 고급 SUV다운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이나믹 모드로 바꾸는 순간,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 서스펜션의 탄성, 가속 반응이 확연히 공격적으로 바뀐다. 가장 인상적인 건 'OCTA' 모드다. 온·오프로드의 전 영역을 통합 제어하는 이 모드는 마치 랠리카처럼 고속 오프로딩이 가능한 설정으로, 디펜더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한다.

디펜더 하면 터프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옥타의 실내는 정반대다. 블랙 매트 컬러와 고급 소재가 조화를 이루며, 기존 디펜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세련미가 느껴진다. 특히 에디션 원 모델에는 전용 질감의 트림과 엠블럼이 곳곳에 더해져, 소유욕을 자극한다.

고급 SUV에 기대하는 정숙성, 승차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완성도도 모두 높은 수준이다. 탑승자 모두에게 프리미엄 SUV로서의 품격을 충분히 전달한다. '극한의 오프로드용 럭셔리카'라는 모순된 개념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 낸 셈이다.

외관 디자인은 디펜더 특유의 박스형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곳곳에 차별점을 뒀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마름모꼴 패턴을 적용해 옥타만의 정체성을 강조했고, C필러 뒤쪽의 엠블럼이나 휠 아치의 디테일 역시 고성능 모델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에디션 원 모델에는 전용 올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으며, 이 타이어를 통해 보여준 오프로드 감성과 주파성도 뛰어나지만, 올터레인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온로드에서의 안정적인 승차감과 정숙함을 동시에 구현한 점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올터레인 타이어로 인해 주행감이 거칠어지는 게 보통인데, 옥타는 그 경계를 허문다.

이 차량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메르세데스-AMG G63이다. 전통적인 아이콘으로서의 G바겐이 갖는 상징성과 브랜드 파워는 막강하지만, 정숙성이나 온로드 주행 질감 측면에서 옥타는 한 수 위다.
특히 가속의 매끄러움, 고속 주행 시 차체 안정감, 스티어링 응답성에서는 디펜더 옥타가 더 진화한 플랫폼과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게다가 가격도 G63 대비 소폭 낮다. 오프로더이자 데일리 SUV로의 균형을 따질 때, 옥타는 G바겐보다 현실적이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선택지다.

디펜더 옥타는 기존의 디펜더가 가지고 있던 개념을 근본부터 다시 쓴 차량이다. 단순히 정통 오프로더를 고성능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하이엔드 SUV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의 출현을 선언하고 있다.
온로드에서는 스포츠카처럼, 오프로드에서는 랠리카처럼 주행한다. 동시에 럭셔리 SUV로서의 품격과 고급감을 갖췄다. 무엇보다도, 한 대의 차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올라운더다.
SUV라는 단어에 ‘스포츠’만큼 ‘유틸리티’와 ‘럭셔리’의 비중을 모두 담은 디펜더 옥타. 디펜더에 대한 기존 관념을 거스르는 이 차는, 동시에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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