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그곳, 태국 카오락.
4곳의 숨겨진 장소에서 카오락만의 매력을 발견했다.

▷카오락, 어떻게 가요?
시작부터 팩트 폭행 한 가지. 카오락은 푸껫의 그늘에 가려진 여행지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고, 접근성이 큰 이유다. 카오락에는 공항이 없다. 가장 가까운 공항인 푸껫 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이동해야 닿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푸껫에서만 머물다 떠나는 이유다. 카오락 여행객들은 보통 리조트 셔틀 버스 또는 택시 앱을 이용해 이동한다. 귀한 것을 마주하려면 응당한 수고가 동반돼야 하는 법.
신성한 코끼리 산
카오 창
Khao Chang
‘카오’는 산, ‘창’은 코끼리. 일명 코끼리 산. 외관을 보면 이름의 유래를 바로 알 수 있다. 엎드린 코끼리를 닮은 산으로, 카오락이 위치한 팡아(Phang Nga)주의 상징이기도 하다.

태국 문화에서 코끼리는 왕실, 힘, 지혜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호랑이처럼 민족 수호령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런 ‘코끼리님’이 자연 속에 몸을 뉘인 듯한 형상을 하고 있으니, 카오 창은 단순한 산 그 이상의 신성함을 지닐 수밖에 없다. 산 내부에 나 있는 천연 석회암 동굴인 탐 푸웅 창(Tham Phung Chang) 탐방 역시 코끼리의 배 속으로 들어가는 신성한 체험으로 여겨진다.
로컬 바이브가 물씬
방니앙 마켓
Bang Niang Market
카오락에서 가장 유명한 야시장을 꼽으라면 여기.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밤보단 낮에 가야 좀 더 한갓지고 좋다. 태국 전통 요리부터 서양식 스낵까지 시장 입구부터 약 300여 개의 음식 부스가 늘어서 있다.


음식 구역을 지나면 수공예품, 의류, 액세서리, 향수, 수영복 등 여러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동남아시아 야시장과 크게 다를 건 없다. 값싼 가격에, 딱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물건들이 이어진다. ‘쇼핑’보단 ‘관광’에 방점을 찍는 걸 추천. 로컬 분위기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을 곳이기 때문이다.
한적한 해변 산책
낭통 비치
Nang Thong Beach
시끌벅적한 파티보다 한적한 해변 산책을 좋아하는 타입이라면 낭통 비치를 지나칠 수 없다. 탁 트인 수평선, 고운 황금빛 모래, 야자수가 드리운 바닷길. 해변의 모든 요소들은 평화로우면서도 절제된 듯 단정하다. 그렇다고 마냥 조용하기만 하진 않다.

해변 뒤편으로 카페와 로컬 레스토랑, 수영장이 딸린 부티크 호텔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한다. 리조트 중심가와도 가까워 편의성과 여유로움 사이의 특유의 균형감이 느껴져서 더욱 매력적.
진짜 아마존 못지않은
리틀 아마존
Little Amazon
‘리틀 뭐시기’의 타이틀을 단 관광지들은 대체로 어딘가 조악하기 마련이다. 오리지널리티 없이 흉내만 겨우 낸 느낌이라. 근데 리틀 아마존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맹그로브와 수령 수백 년 된 반얀트리가 어우러진 생태 관광지로, 그 울창함이 아마존 못지않다.

고무 카약을 타고 약 1시간 동안 수로를 탐험하는 카누 투어는 필수! 원숭이, 물도마뱀, 게 등 야생동물을 만나는 재미도 있지만, 스파게티 면처럼 얽힌 나무줄기들이 만들어 내는 터널이 상당히 몽환적이다. 아, 물론 원숭이들이 이따금씩 나무 위에서 뿌려대는 오줌은 그닥 몽환적이지 않다.
*곽서희 기자의 씨리얼(SEE-REAL)
여행지의 리얼리티를 꿰뚫어 보는 곽서희 기자의 씨리얼(See-Real). 가식 없이,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를 담은 바삭바삭한 리뷰 한 그릇. 세상의 모든 ‘거기, 진짜 어때요?’란 질문에 이 기사를 바칩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