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In China For Global’의 시대다. 1년 전 칼럼에서는 'In China, For China' 시대라고 했었다. Created in China, Made in China를 넘어 'Made by China' 라고 했었다. 중국 자동차가 세계시장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중국 자동차회사들뿐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 변화다. 그러니까 중국은 20세기 개념의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에서 개발하고 생산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20세기 말 일본차의 급성장 시대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현지화를 했었다. 유럽과 남미 동남아 등 세계로 뻗어 나갔었다. 지금은 중국에서 중국화를 해 중국산 자동차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화두를 던진다는 의미에서 짧게 짚어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24년 11월 칼럼에서 중국의 세계화와 세계의 중국화로 요약될 수 있다고 했었다. 그 내용은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스마트카 기술력과 가격을 무기로 제로섬 게임을 시작하고 있다고 썼었다. 21세기 초 중국 시장에서 큰 이득을 본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 악화로 인해 전체 실적이 악화되자 중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로 다른 목표가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R&D센터를 새롭게 확장한 아우디는 중국 시장에서 네 개의 링 로고가 없는 전기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브랜드의 시대에 독일 프리미엄 3사로 존재감이 강했던 아우디의 이런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현대차 역시 중국 시장에서의 재기를 위해 상하이에 중국 첨단 기술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현대차의 중국 시장 르네상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기차 일렉시오다. 베이징 현대가 주도했고 현대 상하이 R&D센터가 개발을 이끌었다. 이 모델은 첨단 기술과 중국 소비자 맞춤형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중국의 썬더소프트 및 지엔드 로보틱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스마트콕핏과 지능형 주행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중국시장용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시장 개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화 추세는 아우디와 현대차그룹에 국한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CEO 올라 칼레니우스는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성공해야 한다"며 중국을 전기화와 탈탄소화의 핵심 파트너로 묘사했다. 많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와 공급업체들이 유럽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지금, 칼레니우스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파트너들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화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토요타와 닛산도 중국 전략을 바꿨다. 이미 화웨이와 협력해 전기차를 개발한 토요타는 신차 개발 의사결정권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현지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멘타와도 스마트 드라이빙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닛산은 바이두와 AI 및 스마트카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학과 공동연구센터를 건립한다. 물론 그 전에 독일 회사들은 더 거세게 중국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자동차회사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사방 국가들의 관세, 비관세 장벽에도 유럽연합의 추가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며, 대리점 확장뿐 아니라 현지 공장 설립을 늘리고 있다. 20세기 말 일본 차 제조사들의 세계화 전략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동남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일대일로 국가들까지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4년에 10%를 넘었다. 이로 인해 유럽 업체들은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은 해외 업체들의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하며 현재는 오히려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55%에 육박하며 글로벌 업체들의 입지는 크게 약화되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20세기 초와는 다른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회복을 노리고 있다. 대부분의 전략은 중국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차 개발 주기를 기존 1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당장에는 연간 2,400만대가 판매되는 단일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중국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가면 이들이 단지 중국시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베이징에 본사를 둔 자동차 싱크탱크 차이나 EV100의 부사장 겸 사무총장 장융웨이는 더 많은 다국적 기업이 연구 개발, 운영, 공급망, 생태계 개발 등 전반에 걸쳐 보다 심층적인 현지화를 달성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현지화, 즉 중국화의 노력이 이제 중국 내 운영뿐만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국한된 미미한 변화가 아니라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발판으로 삼아 전 세계에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고 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와 운영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추세는 또한 중국 공급망 및 파트너 생태계가 국제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다국적 기업 자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전 세계와 연결하는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의 광범위한 공급 측 자원을 자동차 개발에 대한 글로벌 수요와 연결하는 슈퍼 협력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중국사무소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이는 글로벌 운영 전반에 걸쳐 새로운 R&D 및 기술 배포를 위한 지렛대”라고 역설했다.
VDA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기업의 약 70%가 2025년부터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며, 78% 이상이 R&D를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에서 합작 투자 협력이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현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신기술의 빠른 반복과 적용을 의미하는 중국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이제 중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에 필수적이라는 얘기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영진 또한 중국 내 R&D 확대에 대한 장기적인 약속을 재확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차이나의 부사장은 회사가 지난 5년 동안 중국 내 R&D에 105억 위안(약 14억 6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2022년에 출범한 상하이 R&D 센터는 지능형 연결,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및 빅데이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에는 승용차와 경상용차 모두에 대한 현지화 라인업을 확장하기 위해 중국에 140억 위안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BMW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는 중국이 독일 외 BMW의 가장 크고 가장 포괄적인 R&D 운영의 본거지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가 글로벌 표준에 맞춰 현지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에서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도 한다. 그를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중국이라는 시장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산업 구조가 태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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