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 미러미의 4족 보행 로봇견 ‘블랙 팬서 II'가 100m를 13.17초 만에 주파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CCTV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 우사인 볼트가 기록한 시속 37.58km에 가장 근접한 로봇견이 등장했다. 중국 상하이 스타트업 미러미(Mirror Me)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견 ‘블랙 팬서 II(Black Panther II)’는 최근 100m를 13.17초 만에 주파해 초당 최고 속도 10.9m를 기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블랙 팬서의 기록은 인간의 단거리 주자들과 맞먹는 속도로 현대차그룹 계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개발한 로봇견 ‘와일드캣(WildCat)’의 기록(8.8m/s)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미러미는 조만간 기네스북 공식 인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번 기록은 지난 6일 중국미디어그룹(CMG)이 주최한 ‘월드 로봇 대회’ 생중계를 통해 공개됐다. 블랙 팬서 II는 트레드밀 위에서 초당 10.3m의 속도로 달리며 세계 기록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때 세계를 놀라게 했던 미국 우사인 볼트의 100m 세계 신기록(9.58초)의 평균 속도는 초당 10.44m로 블랙 팬서는 로봇이 인간 육체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로봇은 절강대학교의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연구소와 항저우 기반 스타트업 미러미가 공동 개발했다. 무게는 38kg, 키는 63cm에 불과하지만 탄소섬유 기반의 경량 하체와 초당 5보의 스트라이드 주파수(stride frequency)로 기계의 민첩성과 힘을 동시에 구현했다.
블랙 팬서의 설계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구조·재난 대응, 물류 수송 등 실생활 적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지진이나 재난 현장에서 사람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투입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러미는 이 로봇 외에도 로봇 팔과 손, 2족 보행 로봇까지 개발 중이다. 2026년까지 초속 10m로 달릴 수 있는 2족 로봇을, 2030년까지는 인간 보조용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로봇 기술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롯한 미국 및 일본의 강자들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풍부한 인재풀과 대규모 공급망, 정부 주도의 기술 투자 전략이 빠른 기술 진화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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